👑 ‘외국인 고깃집 성지’ 왕비집을 아시나요?

“여기 한국인은 잘 모른대!”

일본인 유튜버가 말했습니다. 정말 그랬어요. 분명 한국인데, 손님으로 북적이는데 익숙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더라고요. ‘흔한 고깃집 아닌가?…’ 의문을 품고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번 감탄했어요. 타깃 고객을 위한 맞춤형 전략으로 나름의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었거든요. <오프라인 그라운드> 이번 주는 왕비집 이야기입니다.

*다음 주(10월 8일) 발행을 쉬어갑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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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깃집 성지’ 왕비집을 아시나요?

왕비집은 숯불화로구이전문점입니다. 명동본점을 비롯해 분점 7개(명동2호점, 명동중앙점, 시청무교점, 종로점, 육호점, 한식왕비집 명동점, 한식왕비집 을지로점)를 운영 중인 제법 규모가 큰 F&B 브랜드죠. 하지만 한국인 사이 유명세는 높지 않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에겐 다릅니다. 주요 아시아 국가는 물론 남미, 북미,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찾는 글로벌 맛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왕비집은 어떻게 외국인 관광객 사이 입소문이 났을까요?

ⓒ왕비집

압도적 구글 리뷰

표면적인 이유는 구글 리뷰입니다.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로 불리는 블루리본 서베이에 왕비집은 이렇게 소개를 시작해요. “명동 관광 안내소 1등 질문은 바로 ‘Where is Wangbijib?’입니다.” 확인은 어렵지만 거짓말처럼 들리진 않습니다. 구글 리뷰가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명동본점에 달린 구글 리뷰만 6천 개가 넘습니다. 서울 3개 고깃집의 리뷰(금돼지식당 2천900여 개, 몽탄 1천900천여 개, 남영돈 800여 개)를 합한 것보다 많죠.

명동본점뿐만이 아닙니다. 명동중앙점 4천700여 개, 육호점 4천여 개, 명동2호점 3천900여 개… 본점과 분점을 합하면 2만3천 개가 넘습니다. 실로 엄청난 리뷰수입니다.

ⓒ구글

압도적 편의

왕비집이 이름을 알린 건 2010년대로, 신한류 붐이 일었을 때입니다. 그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따로 있어 보입니다. 바로 편의죠. F&B 브랜드가 놓치기 쉬운데, 사실 고객 입장에서 중요한 건 편의거든요. 왕비집은 로컬 감성의 경험을 상당히 쉽고 편하게 제공합니다. 명동이라는 접근성, 영어・중국어・베트남어 등 다국어 응대, 테이블마다 일대일 서비스까지. 관광객 상대로 뜨내기장사하기 좋은 곳에서 차별화되죠. 실제 왕비집은 관광 가이드와 일종의 커넥션을 맺는 당시 관행을 거부하고 편의를 올려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데 힘썼다고 합니다.

“굳이 가이드와 연계하지 않더라도 손님들이 제발로 우리집을 찾아올 만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전략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7년이 지나고 보니 가이드를 썼던 다른 집은 문을 닫았는데, 우리집은 살아남았다.” - 왕비집 대표, 2016년 인터뷰 중

이는 선순환을 일으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검증된 곳에서 먹고자 하는 경향이 크거든요. 여행 중 더욱이 고깃집은 몇 번 못 가니까 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거죠. 그리고 그 선택에 리뷰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왕비집만의 진입장벽, 설정된 디테일

흥미로운 건 전부 왕비집의 전략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위치부터 흥미롭습니다. 왕비집은 중구를 중심으로 확장했습니다. 종로점을 제외한 7개 매장이 전부 중구에 있죠. 그중 6개 매장은 도보 10분 내 이동이 가능합니다.

ⓒ네이버 지도

매장은 2층에 있습니다. 명동본점뿐만 아니라 8개 매장 전부 다요. 고깃집으론 굉장히 특이 케이스인데, 애초에 검색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명동에 왔다 우연히 식당을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먼 곳까지 여행와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은 블로그 등을 열심히 뒤져보고 물어물어 이곳을 찾아오는 ‘목적형 손님’들이 다수다.”  - 왕비집 대표, 2016년 인터뷰 중

입지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2층 임대료는 1층에 비해 30~60% 저렴합니다. 2배까지 차이 나는 경우도 있죠. 여기에 권리금 차이도 상당합니다. 1층을 3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2층은 7천만 원 정도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예 없는 곳도 많고요.

ⓒ왕비집

ⓒ왕비집

상차림도 재밌습니다. 밑반찬이 무척 다양해요.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선 그 역시 매력적이죠. 특이한 건 계란 노른자를 올린 파절이인데, 한국인이 보기에 어색해도 외국인에겐 그렇지 않을 거예요. 그들 입장에선 그 역시 한국적이죠. 덜 맵고요.

ⓒ왕비집

ⓒ왕비집

이런 ‘설정된’ 디테일은 여기저기서 엿보입니다. 메뉴판은 전 메뉴를 이미지로 보여줍니다. 고기는 두께와 식감까지 표시해 뒀어요. 얼핏 촌스러워 보이는 로고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공간이지만 왕비집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기획 공지온, 오한주 ￨ 글 오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