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 커피 1세대’ 커피에반하다는 왜 망했을까

구독자 님은 커피에반하다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혹시 없지는 않으신가요? 커피에반하다 파산 소식 후 “저가 커피 시장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저가 커피 불패 시대 끝났다”고 할 때 <오프라인 그라운드>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커피에반하다 사례는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과 그 사업의 본질에 관해서 말이죠.

HOT TOPIC

‘저가 커피 1세대’ 커피에반하다는 왜 망했을까

저가 커피 1세대로 불리는 커피에반하다가 파산했습니다. 최근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폐업을 신고했다고요. 한때 1,000호점 넘게 확장한 커피에반하다는 왜 망했을까요? 저가 커피가 이렇게 잘 되는데 왜 생존에 실패한 걸까요?

ⓒ커피에반하다

독이 되어 돌아온 4무(無) 정책

커피에반하다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입니다. 2011년, 파주 1호점을 시작으로 가맹 사업에 뛰어들었죠. 꾸준한 성장을 이끈 건 가맹점 상생 정책이었습니다. 본사는 가맹비, 로열티, 보증금, 인테리어 리뉴얼 비용을 받지 않는 일명 ‘4무 정책’을 펴며 가맹점을 늘려나갔습니다. 초기 오픈 시 가맹 교육 무료 지원, 매장 별 영업시간 조정, 음료 메뉴 추가 가능 등 가맹점별 자율성까지 보장하며 1,000호점 이상의 매장을 오픈하기에 이르렀죠.

“회사 측은 성공 프랜차이즈 창업 브랜드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로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볼 수 없었던 4무 정책을 꼽았다. (중략) 이 같은 정책은 예비 가맹점주의 초기 창업 비용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타 프랜차이즈와는 차별화된 동반 성장 요인으로 호평받고 있다.” - 컨슈머타임스, 2021년 기사 중

하지만 저가 커피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4무 정책이 본사 수익을 악화시켰고, 본사는 안정적인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드는데 실패했습니다. 성장을 이끈 바로 그 요인이 발목을 잡은 거예요.

브랜드가 되지 못한 브랜드

커피에반하다는 당장 적자가 나더라도 확장한다는 기조를 펼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기업의 전략이니까요. 단, 규모를 키워나가는 선택을 했을 때는 브랜드가 됐어야 합니다. 커피에반하다라는 커피 전문점의 특장점이 가맹점주가 아니라 고객의 인지 속에 있어야 하는 거죠.

사업은 본질이 중요합니다.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은 가맹점주 모집일 수 있지만, 그 가맹점주가 하는 카페라는 사업의 본질은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입니다. 브랜드 경험으로 어떤 특별함을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죠. 그런데 커피에반하다의 브랜드 경험은 소비자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냉정히 말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어요. ‘썩 좋지 않은 입지에 커피를 저렴하게 파는 카페가 있었는데…’ 정도만 남아 있죠.

그 와중에 커피에반하다가 제공하는 편의, 즉 초저가 커피를 앞세운 브랜드가 우후죽순 치고 들어오자 힘없이 밀리고 만 겁니다. 이때 가맹점주에 맞춰 적은 창업 비용으로 만든 공간은 고객을 잡지 못했습니다. 커피에반하다가 확장하던 시기엔 커피가 저렴하면 매장은 좀 촌스러워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아니거든요.

ⓒ커피에반하다

놓쳐버린 본질, 맥락 없는 리뉴얼

커피에반하다만의 소비자 경험을 구축하지 못한 채 위기에 직면한 본사는 스마트 무인카페와 로봇 드라이브스루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실적 개선을 노렸지만 허사에 그쳤습니다. 리뉴얼 타이밍 자체가 늦은 데다 그 리뉴얼도 맥락 없이 이뤄져 소비자에겐 와닿지 않았죠. 게다가 그마저도 가맹점 중심이었습니다. 자체 개발한 로봇 바리스타 기계가 커피를 내려 준다고 소비자 경험이 나아지지는 않으니까요.

커피에반하다가 국내 최초 도입한 로봇 드라이브스루 ⓒ커피에반하다

로봇 바리스타가 음료를 제조하는 커피에반하다 스마트 무인카페 ⓒ커피에반하다

2024년 브랜드 리뉴얼로 탄생한 VANADA COFFEE(바나다 커피) ⓒ커피에반하다

결국 커피에반하다는 가맹점주를 위한 편의가 큰 프랜차이즈, 반면 로열티를 가진 고객은 극히 적은 프랜차이즈로 끝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VANADA COFFEE(바나다 커피)로 로고, 심벌, 컬러,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 가격까지 대대적인 변신을 꾀했지만 때는 늦었어요. 껍데기를 바꾼다고 절로 브랜드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기획 공지온￨글 오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