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핫플, 진짜 좋은 거 맞아요?

안녕하세요. <오프라인 그라운드> 에디터 한주입니다. 이 인사를 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오프라인 비즈니스 전문가를 만나 매주 스터디를 진행한 지 2년이 넘었거든요. 그동안 인사이트를 쌓고 시야를 넓히는데 열중하다 보니 어느덧 보석함이 가득 채워졌더라고요. 그래서 뉴스레터라는 지면에 내어놓으려 합니다. 앞으로 퀄리티 있는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들여다보고 현장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담을 예정입니다. 물론 스터디도 계속하면서요. 첫 주제는 스터디 초기 가장 인상 깊었던 ‘핫플’을 들고 왔습니다. 여러분은 핫플 좋아하세요? 핫플은 좋은 거죠? 과연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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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 진짜 좋은 거 맞아요?

‘○리단길의 원조’ 경리단길은 젠트리케이션으로 인해 쇠락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임대료 상승을 버티지 못한 기존 상인들이 거리를 떠나면서 상권이 특색을 잃고 쇠퇴 수순을 밟았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경리단길은 핫플이 될 만한 곳이었을까요?

ⓒ언스플래시

경리단길은 6호선 녹사평역과 국군재정관리단에서 하얏트 호텔로 이어지는 언덕, 그리고 그 옆 골목을 아우르는 거리입니다. 당초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스테까, 중식당 마오, 치킨집 엉터리통닭 등 몇몇 소문난 맛집이 있는 동네였죠.

조용한 거리는 장진우 셰프의 등장으로 핫해지기 시작합니다. 장 셰프는 경리단길 일대에 문오리, 장진우국수, 장스시, 경성스테이크, 그랑블루 등 특색 있는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며 새간을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츄러스 전문 카페 스트릿츄러스가 들어서면서 속된 말로 대박을 쳤고, 경리단길은 본격적인 핫플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핫플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는데 유명해졌다는 거예요.

ⓒSBS ‘SBS 스페셜’

핫플의 조건

경리단길의 가장 큰 특이점은 배후 상권의 부재입니다. 핫플은 일반적으로 기존 상권이 커지면서 생깁니다. 홍대가 대표적이죠. 홍대를 중심으로 연남동, 망원동 일대까지 상권이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경리단길은 외딴섬과 같아요. 주변에 상권을 유지할 주거 지역이나 오피스 건물이 충분치 않습니다. 이태원 상권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교통도 마냥 편하지는 않아요. 한마디로 배후 상권이 존재하지 않는데 인지도만 높아진 셈입니다. 너무 과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유명해서 유명해진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핫플의 진짜 의미

경리단길 이후 다양한 ○리단길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름만 비슷할 뿐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현재 잘나가는 ○리단길에는 모두 배후 상권이 존재하거든요.

• 송파 송리단길 - 석촌호수 인접 상권 기반

• 용산 용리단길 - 직장인 상권 기반

• 망원 망리단길 - 홍대 상권 기반

• 부산 전리단길 - 서면 상권 기반

• 경주 황리단길 - 관광지 상권에 ○리단길을 만든 케이스

이는 주중은 물론 주말 장사까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F&B는 구조적으로 매출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음식값을 무한히 높여 받을 수 없고, 손님을 무한히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죠. 배후 상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중요한 건 주말 반짝이 아니라 매일매일이거든요.

ⓒ신세계인터내셔날

그럼 배후 상권만 있으면 핫플이 좋을까요? 글쎄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핫플은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강남, 여의도, 교대… 단위면적당 매출이 어마어마한 곳입니다. 최근 가장 핫한 상권 중 하나인 성수동도 강남에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경리단길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기에도 강남의 단위면적당 매출은 ‘언터처블’이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그런데 강남을 핫플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핫플은 트렌드입니다.

언젠가는 식는다는 뜻이죠.

진짜 중요한 건 열기가 식었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아닐까요? 핫플이 더 이상 핫플이 아닐 때, 생존할 무언가가 저마다 있어야 합니다. ‘어떤 콘텐츠로 경쟁력을 만들 것인가’, ‘누구를 타깃으로 할 것인가’ 하는 본질에 보다 집중하는 기획이 필요합니다. 혹은 들어갈 때부터 출구 전략을 세울 수 있겠죠. 이를테면 ‘핫플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다른 곳에서 확장한다’처럼요. 어디까지나 목적은 핫플에 들어가기가 아니라 그곳에서 생존하기니까요.

기획 공지온 ￨ 글 오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