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 시대, 계속 간다? 안 간다?

“성수동은 계속 갈 수 있을까요?”

요즘 자주 듣는 말입니다. 유튜브를 보면 성수동은 곧 큰일 날 것 같아요. 미쳐버린 땅값, 치솟은 임대료…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흑과 백.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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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시대, 계속 간다? 안 간다?

평당 3억 원. 강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 대표 상권 성동구 성수동이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 4월, 연무장길 일대 건물 매입 가격이 평당 3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부동산 가치가 급등하면서 여러 가지 말이 무성합니다. 대체로 ‘성수동도 얼마 안 남았다’는 거죠. 과연 그럴까요?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으로 불리는 성수동은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성동구

시간이 만든 핫플

성수동은 기존 핫플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어쩌다 우연히 만들어졌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시간에 걸쳐 유명해진 지역이에요. 거칠게 요약하면 2010년대 들어 경공업 지역 특유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공장을 개조한 일부 레스토랑과 카페가 성수동의 유명세를 이끌었습니다. 대림창고와 어니언이 대표적이죠. 이후 팝업스토어 열풍까지 더해져 지금의 성수동이 되었습니다. MZ 패션 성지, 힙스터 성지, 한국의 브루클린까지 얻은 별칭도 다양하죠.

흑편: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시작됐다

대개 서울의 핫플은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임대료 상승을 버티지 못한 기존 상인들이 거리를 떠나면서 상권이 특색을 잃고 쇠퇴 수순을 밟았죠. 성수동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임대료는 이미 소상공인을 내모는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입니다.

“지금은 평당 임대료를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요. 2~3년까지만 해도 1층은 평당 30만 원, 2층은 평당 20만 원, 3층은 평당 10만 원으로 기준이 명확했는데, 이제 건물주가 부르는 게 값이 됐습니다.” - 연무장길 인근 공인중개사, 어패럴뉴스

“이미 가로수길처럼 됐어요. 돈 없는 사람들이 들어온 게 아니라서 그분들 나가도 들어올 사람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크게 신경 안 써요.” - 성수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 땅집고

ⓒ경향신문

백편:

아직 대체할 상권이 보이지 않는다

젠트리피케이션 시그널이 있지만 성수동은 기존 여타 핫플과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할 상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죠. 대체로 상권 쇠락은 이동에 의해 발생합니다. 신촌에서 홍대로, 가로수길에서 압구정으로 옮겨갔죠. 성수동은? 글쎄요. 성수동이 뜨면서 오히려 건대 상권이 무너졌습니다. 여기서 이동할 곳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아요.

대체가 어려운 이유도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독특한 바이브를 들 수 있습니다. 성동구의 붉은 벽돌 지원 사업을 통해 붉은 벽돌은 성수동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습니다.

ⓒSSRUBER

ⓒ성동구

거대 자본이 들어오더라도 성수동에서의 콘텐츠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를 학습한데다 성수동은 으레 그래야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죠. 디올 성수, 탬버린즈 성수가 그 예입니다. 주점 프랜차이즈 용용선생도 성수동에서는 플래그십스토어 용용선생 마라도원을 오픈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보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젠틀몬스터, 무신사, 크래프톤 등 창의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브랜드가 이전하거나 이전을 예고하며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젠틀몬스터 성수 신사옥 ⓒ한국경제

용용선생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용용선생

“유동인구의 급증에 따라 임대료가 늘어나자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조그만 식당들이 문을 닫고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높은 패션 브랜드가 진출하는 분위기다.” - 비즈니스포스트

성수동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패션∙뷰티 테마파크에 가깝습니다. 흑과 백을 나눴지만 후자에 손을 드는 이유입니다. 대림창고, 할아버지공장, 자그마치 등 초창기 흥행을 이끈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아기자기한 맛의 성수동은 사라질 수 있겠지만, 또 다른 특색 있는 매장이 그 자리를 채우겠죠. 그렇게 유명무실해지기보다 변화 또는 진화를 하지 않을까요?

기획 공지온￨글 오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