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권 분석할 때 흔히 하는 실수 7가지

‘이 콘텐츠 하나로 상권 분석 완벽 정리!’를 외치며 호기롭게 나섰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며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어요. 단순히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요.

실전형 상권 전문가로 불리는 이홍규 대표는 “상권 분석엔 정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상권은 부동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면서 말이죠.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실수였습니다.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2시간여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실수를 알아 두면 적어도 오답을 택할 확률은 떨어질 테니까요.

INTERVIEW

상권 분석할 때 흔히 하는 실수 7가지

실수1 – 아이템의 구매 빈도를 간과한다

“삼겹살을 일주일에 몇 번 드세요? 김밥, 순댓국은요?” 이 대표가 대뜸 물었습니다. 그리고 곧 아이템별 구매 빈도 이야길 꺼냈습니다. 대강 넘어가기 쉽지만 꽤 중요한 키워드라면서 말이죠.

Q. 상권 분석,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상권을 분석할 때는 수요가 충분한지, 내가 경쟁 매장보다 나은지, 그리고 고객 입장에서 내 매장을 찾아올 이유가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경쟁 강도를 잘못 판단하면 경쟁 매장은 매출이 나오고 내 매장은 안 나올 수 있어요. 구매 빈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제아무리 좋은 상권이라도 경쟁 매장이 세거나 내 아이템의 구매 빈도가 낮으면 나한테는 안 맞는 거죠. 보통 여기서 실수 아닌 실수를 하곤 합니다.

Q. 그 실수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아이템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삼겹살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을 수 있을 거예요. 반면 김밥이나 순댓국은 일주일에 서너 번도 가능합니다. 그 정도 빈도면 경쟁 매장이 주변에 여럿 있어도 괜찮죠. 수요가 충분하니까요. 반면 빈도가 낮은 아이템은 어떨까요? 이를테면 타코가 그렇습니다. 양고기나 소고기도 생각보다 빈도가 낮아요. 그러니까 잘 되는 일부 매장을 보고 ‘나도 해야지’ 생각하면 되게 위험해요. 그런 아이템일수록 다른 매장을 이길 수 있는 뾰족한 무언가가 더 중요합니다.

Q. 첫 단계에서 구매 빈도 외 챙겨야 할 게 또 있을까요?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아이템이라고 하면 배후세대 파악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보통 하나의 상권이 만들어지려면 5천 세대 정도가 필요해요. 그에 못 미치면 기대하는 매출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5천 세대보다 적은 상권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같은 프랜차이즈도 있고 헬스장, 병원 등도 있어서 좋아 보이는데 실은 수요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실수2 – 경쟁 강도를 아이템 기준으로 본다

“레고의 경쟁 상대는 다른 장난감 회사가 아닙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입니다.” 레고 코리아 CEO가 한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단순히 일대일 매칭해선 안 되는 게 레고뿐만은 아니었어요.

Q. 어떤 아이템을 고려하면 좋을까요?

무난한 아이템이 좋죠. 레드오션은 곧 수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요즘 자영업이 어려운 이유는 경쟁이 심해서예요. 그래서 자꾸 ‘고깃집 많으니까 나는 다른 거 해야지’ 하는 분이 있는데요. 기존 상권에 없는 아이템을 택하는 것도 일종의 실수일 수 있습니다. 제가 경쟁 강도가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게 아이템 기준은 아니거든요. 고깃집과 치킨집도 경쟁이 될 수 있어요. 같은 1차 아이템에 속하니까요.

Q. 그럼 어떤 기준으로 아이템을 봐야 할까요?

방문 목적을 기준으로 경쟁 매장이 어디인지, 매출액은 어느 정도인지, 나는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봐야 해요. 공식이 있으면 좋은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케이스마다 다르거든요. 단, 하나는 확실해요. 외부 유입이 없는 상권에서 모두가 잘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상권 전체 매출이 5억 원이라고 하면 결국 그 5억 원을 나눠 가져야 하니까요. 경쟁 매장을 밟고 가져오는 수밖엔 없죠.

Q. 아이템보다도 그 아이템을 어떻게 할지가 더 중요하겠네요.

맞아요. 기획이 중요합니다. 내 매장 면적이 작으면 단가를 올릴지, 회전율을 올릴지 선택한 뒤 메뉴 구성부터 달리해야 해요. 오래 머무르게 하려면 계속 시킬 수 있는 메뉴나 비싼 주류를 구비하고 그게 아니면 빨리 나가게 하는 거죠. 고깃집은 주류 매출에 기대기보다 다른 손님을 받는 게 더 낫다는 판단 아래 단출한 메뉴 구성이 맞을 수 있어요. 한자리에서 2차까지 할 수 있게끔 하는 구성이 맞을 수도 있고요. 이렇듯 아이템의 정의와 운영 전략에 따라 접근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실수3 – 물리적인 거리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5분 거리도 멀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길 건너면 금방인데 그게 또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이 대표가 물리적인 거리를 기준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Q. 실수를 유발하기 쉬운 요인이 있을까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생기면 너도 나도 들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역이 생긴다든가 하는 호재가 또 그렇죠. 그런데 여기에도 맹점이 있습니다. 경기도청을 예로 설명해 볼게요. 수원 팔달산 쪽에 있던 경기도청이 얼마 전 광교로 이전했습니다. 엄청나게 큰 공공기관이 갑자기 생긴 거죠. 그런데도 경기도청과 연결되는 상가에 공실이 많아요. 호재가 있다고 해서 막연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예요.

Q. 호재에도 불구하고 상권이 활기를 띠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그 사람들이 다 내 매장으로 접근하지는 않으니까요. 실제 경기도청 근무자 동선이 다른 곳으로 빠지거든요. 물리적인 거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실수예요. 사람이 항상 가까운 거리를 가지는 않아요.

실수4 – 데이터로 판단을 마친다

얼핏 상권 분석은 쉬워진 것처럼 보입니다. 빅데이터 때문이죠. 여러 상권 분석 사이트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이 대표는 손품만으로 상권 분석이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Q. 상권 분석에 데이터가 많이 활용되는데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은 오픈업입니다. 개별 매장 매출액 추정에 도움이 돼요. 그렇지만 정확하지는 않아요. 지방으로 갈수록 차이가 큽니다. 외국인 방문이 많은 관광지 상권은 현금 계산이 많아서 파악이 더 어렵고요. 그런데도 데이터만 보고 판단을 끝내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참고하면서 발품도 팔아야 합니다.

Q. 발품을 파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요?

저는 현장 분위기를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1억 원 정도 파는 국숫집의 점심 풍경이 어떤지 머릿속에 담아두려고 하는 거예요. 데이터는 사실 검증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주함의 정도는 파악 가능하죠. 현장에선 ‘결국 사람이 인테리어’라는 말을 합니다. 매출에 따른 현장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고 감을 잡는 게 실제와 가장 근접한 것 같아요.

ⓒ오픈업

실수5 – 본인의 운영력을 간과한다

“경쟁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어요.” 이 대표가 스치듯 말했습니다. 얼른 말꼬리를 잡았어요. 오프라인 비즈니스 운영에도 개인차가 있다는 사실. 당연하지만 놓치기 쉬운 요소 중 하나입니다.

Q. “경쟁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그 의미가 궁금해요.

운영력 이야기예요. 한 번도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안 해본 사람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아무리 좋은 정보가 많은 세상이라지만 그것만으로 될까 싶어요.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은 다르거든요. 브랜드 감도, 메뉴 세팅, 서비스, 마케팅 등이 전부가 아닙니다. 노무, 세금, 물류, 고객 컴플레인까지 변수가 많아요. 경험이 없는 분은 경쟁에서 뒤처지기 쉽습니다. 적자가 계속 나면 그게 단 몇 달이라도 정신적 타격이 제법 커요.

Q. 운영력이 낮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존력을 올리는 선택이 나을 수 있습니다. 조금 작게 시작해서 장사 체력을 키우는 거예요. 프랜차이즈의 시스템으로 낮은 운영력을 극복할 수도 있고요. 평균적으로 보면 90일 정도 매물을 찾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그때부터는 여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가게를 찾고 나서 시작해요. 상호마저도요. 그러면 어설플 수밖에 없겠죠. 프랜차이즈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본사가 도움을 주지만 대신해 주지는 않아요. 보다 능동적으로 운영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수6 – 자본이 없는데도 좋은 상권을 고집한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자금에 따라 적절한 타협과 조정이 필요하죠. 이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이 대표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Q. 누구나 좋은 상권에 들어가고 싶지만 사정이 안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본이 없을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이거예요. 좋은 상권의 끄트머리에 들어가려는 거죠. 메인 상권과 거리가 좀 있지만 손님을 끌어올 수 있다는 생각인데, 되게 위험합니다. 더 좋은 위치에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진 매장이 있는데 내 매장을 찾게 한다? 굉장히 뾰족한 무언가가 있어야 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상권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고정 고객이 형성되어 있는 곳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Q. 그 상권을 포기하는 게 먼저라는 거네요?

그렇죠. 차선, 차차선의 상권에서 손에 꼽을 만한 입지에 들어가는 게 더 안정적이라고 봅니다. 경쟁 강도 면에서 더 좋을 수 있어요. 물론 아이템이 정말 뾰족하면, 그 자체가 무기가 된다면 아주 좋은 상권의 맨 끝에서도 잘될 수 있겠죠. 근데 보통 그렇지 않아서 문제예요. 그러니까 차라리 상권을 낮춰 보는 게 현실적으론 나은데 그 선택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실수7 – 결국 감으로 선택한다

인간은 논리로 움직이지 않고 좋고 싫은 감정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상권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안타까워해요.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입니다.

Q. 1순위 상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냥 들어가고 싶으니까요. 감으로 하는 선택이 80%가 넘는 것 같아요. 그게 안타깝죠. 저는 상권 분석을 남녀 관계에 비유하곤 합니다. 이성에 대한 호감은 느낌의 영역이 큰데, 매장을 그렇게 고르니까요. 문제는 분석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Q. 감인지 분석인지 구분할 방법이 있을까요?

근거나 계획이 분명해야 해요. 막연하면 감일 확률이 높습니다. 상권 분석은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합니다. 절대 복사, 붙여넣기가 안 되죠. 그런데 단순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해요. 특히 F&B의 경우,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 좀 쉬워 보인달까요? 그런데 성공은 많은 고민과 경험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절대다수가 그래요.

기획 공지온 ￨ 인터뷰・글 오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