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F&B 브랜드가 해외 진출하는 진짜 이유

한식 푸드트럭으로 600억 원 성공 스토리를 쓴 브랜드가 있습니다. 유타 컵밥(Cupbop)이죠. 얼마 전 한 방송에 나온 송정훈 대표는 이런 말을 했어요. “한국 진출에는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저는 이겨낼 수 있는 실력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나친 겸손일까요? 한국 F&B 브랜드가 해외 진출하는 진짜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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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F&B 브랜드가 해외 진출하는 진짜 이유

최근 서울 3대 고깃집이라 불리는 금돼지식당이 대만 타이베이에 오픈했습니다. 필링 도넛 열풍을 이끈 브랜드 노티드는 글로벌 진출을 알렸고, 오픈런을 부른 베이커리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도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을 준비 중입니다.

프랜차이즈는 두말할 것 없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더본코리아 브랜드는 해외 진출에 예전부터 적극적이었고,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해외 시장을 연신 노크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의 유명세로 한국에 알려진 한식당도 여럿입니다.미국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한국식 기사식당 원조기사식당은 특히 유명하죠.

왜 이렇게 다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걸까요?

ⓒ언스플래시

내수 시장 끝났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외식 시장엔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우선 고정비가 많이 올랐습니다. 인건비, 식자재비는 물론이고 월세까지 크게 뛰었죠. 얼마 전 만난 한 F&B 브랜드 대표님의 말입니다.

“도산공원에 괜찮은 매물이 있어서 보러 갔는데 월세가 5천만 원이었어요. ‘조금만 더 보태면 뉴욕 맨해튼에 낼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큰 차이가 안 나요.”

물론 직접 비교는 힘듭니다. 하지만 이건 분명해요. 한국에서의 외식업은 부담이 무척 큽니다. 압구정이어서, 도산공원이어서가 아닙니다. 성수, 강남 등 현재 내로라하는 상권은 엄청난 월세를 감당해야 합니다. 그 외 지역도 녹록지 않습니다. 다달이 2, 3천만 원 낸다는 분은 제 주위에도 많습니다.

이렇게 월세 차이가 해외와 크지 않은데 여타 고정비는 해외가 비교적 덜 듭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에 팁 문화가 있어서 인건비 부담을 다소 덜 수 있기 때문이죠. 대신 음식 단가는 훨씬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자장면을 대개 8천 원에서 1만 원에 파는데요. 뉴욕은 모르긴 몰라도 2만 원은 족히 할 겁니다.

ⓒ구글맵

고정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은 트렌트가 무척 빠릅니다. 음악 차트 1위가 며칠 가지 않을 정도죠. ‘몇 주 연속 1위’란 타이틀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흐름은 F&B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해외는 훨씬 덜하죠. 인지도를 얻기까지 과정이 느리고 어렵지만, 일단 인지가 되면 그 브랜드는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견고해 보였던 해외 시장에 균열을 일으킨 건 K콘텐츠입니다. BTS, 블랙핑크, 제니, 로제를 앞세운 K팝 뿐만 아니라 <기생충>, <오징어 게임>, <폭싹 속았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영화‧드라마로도 주목받고 있죠. 단순히 K팝 마니아가 존재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영화‧드라마는 식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K콘텐츠가 없을 때는 침투만 성공하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기회의 땅이 되진 못했습니다. 침투 자체가 너무나 어려웠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과거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면 지금은 고무 망치라도 주어진 격이죠.

ⓒ넷플릭스

프랜차이즈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더욱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 공식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프랜차이즈로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프랜차이즈했다가 규모가 커지면서 도리어 어려워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단일 매장이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뒤 그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해외에 나가는 새로운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죠.

조금 깊게 들어가 보면 이 문제는 한국 프랜차이즈의 독특한 구조 탓이 큽니다. 한국은 식자재에 본사 마진을 녹이는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한계는 분명합니다. 그 불투명성이 프랜차이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본사와 가맹점 사이 분란으로 이어지죠. 그런데 해외는 로열티를 주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로서는 매력적인 시장이죠.

도전 아닌 생존을 위하여

그럼 해외는 마냥 쉽냐? 그렇지는 않겠죠. 성공 사례가 주목받으니까 많아 보이는 것뿐입니다. 해외 진출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현지화부터 인력 관리, 마케팅, 브랜딩, 법적 문제까지 어마어마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반대로 국내 진출한 브랜드는 어떨까요? 커피계 애플이라 불리는 블루보틀은 영업 이익이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화제 속 오픈했던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모두 영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세계적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브랜드 고든 램지 스트리트 피자는 2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았습니다. 이는 한국 시장이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어디든 어렵지만 한국은 특히 어렵다는 거죠. 이런 흐름이 F&B 브랜드가 해외로 향하게 하는 것 아닐까요? 도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서…!

기획 공지온 ￨ 글 오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