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지난달 오프레터를 받고 많은 분들이 몸 괜찮냐고들 물어주셨어요. 한동안은 주변인들 연락 첫마디도 "많이 바쁘지?"였어요. 하지만 장장 3달여의 신간 홍보 대장정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사랑니 발치도 하고, 집 대청소도 하고, 저희 집 강아지 튼튼이와 가족 모두 태안으로 꽃박람회를 다녀오기도 했죠.
"와~ 그래도 이제 잘 쉬었다. 이제 다시 일을 해볼까?" 생각하고 노트북을 켜는 찰나, 웬걸. 일을 너무 하기가 싫은 거예요. 파워 J라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는 저를 보면서... '어? 그래도 며칠 쭉 쉬었는데 왜 이렇게 늘어지지?'라고 생각했어요. 몸을 일으켜야지 일으켜야지 하는데도, 몸살이나 피곤함은 전혀 없는데도 그냥 자꾸 일을 미루게 되더라고요. 이러면 안 되는데...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자기를 채찍질하려던 찰나, 제 마음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어요.
"왜 안돼?"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람. 일을 미루는 게 왜 안되냐니...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제 마음은 다시 소리를 내어 저에게 묻더군요.
"쉬는 것도 미루면 안 되지 않아? 너 일 많을 땐 그렇게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쉬는 걸 미루더니... 일하는 걸 미루는 것도 나쁘지만, 쉬는 걸 미루는 것도 똑같이 나쁜 습관 아냐? 그리고 지난 사흘 중에 진짜로 쉰 날은 없잖아. 가족과 여행 가는 '일'을 하고, 사랑니 뽑는 '일'을 하고 가사'일'을 했지, 나 자신을 가만히 둔 적 없잖아."
아차. 싶더군요. 그리고 떠오른 것이 바로 '잠은행' 영화였어요. 여러분은 MBC에서 방영된 이 작품을 기억하시나요? 만화가 이말년, 주호민 씨가 영화제작에 도전하는 모습을 그린 예능 '주 X 말의 영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그들이 만들어낸 최종 결과물이 바로 '잠은행'이라는 영화입니다. 원작은 이말년 작가의 웹툰 4부작인데요. 박희순, 양동근 등 꽤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면서, 개그 만화가인 이말년 원작이라는 걸 잊을 만큼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스릴러입니다.
내용은 간단해요. 대기업에 다니는 주인공(박희순)은 빽도 없고 라인도 없어서 늘 어려운 업무를 떠맡듯이 담당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피로에 쩔어 있는데요. 어느 날 회사에서 야근을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고, 가상의 공간인 잠은행에 도착합니다. 잠은행의 은행장(양동근)은 잠을 빌려준다고, 잠을 대출하시면 안자도 이미 잔 것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하죠. 그렇게 남들이 잠든 시간에 밤을 꼴딱 새서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승진을 합니다. 회사에서 미운 오리 새끼같던 입지도 훨씬 탄탄해졌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내가 불만을 표합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 워커홀릭 남편이 낯설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는 가족과의 시간도 확보하고, 회사에서도 계속 일 잘하는 사람으로 입지를 지켜나가기 위해 잠은행에서 끝없이 잠을 대출하고, 대출하고, 대출합니다.
이 다음은 스포일러가 되어서 이야기드리지는 않으려 하는데요. 대출이니까, 언젠가는 상환해야겠죠? 상환의 시기가 도래하면서 서서히 영화는 최 후반부로 흘러갑니다. 엔딩까지 다 본 저로서는 지금의 내가 쉼을 대출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결국 그렇다면 언젠가는 내 몸이, 내 정신이 그 땅겨 써버렸던 시간을 보상받으려 할 텐데... 그게 바로 지금 이 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켜려던 노트북을 덮고, 바로 침대로 돌아갔습니다. 비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어요.
예전에는 "오늘 끝내야 해, 그래야 내일이라도 살아"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오늘 계획한 일은 오늘 끝내려 새벽 1시, 2시까지도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면 누굴 향한 분노인지도 모를 분노 게이지가 차서 배달음식을 몇만 원어치씩 시켜서 우적우적 씹으며 일을 하곤 했지요. 깊은 새벽이 되어서 더부룩한 채로 잠이 들면, 결국 다음날 위장이 아파서 몇 시간씩 골골대곤 했습니다. 그토록 애쓰면서 밤새 일해서 확보한 '살만한 다음날'이, 여유롭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채로 침대에서 괴롭게 보내는 게 참 아이러니였음에도, 그런 식으로라도 나는 미뤄버린 쉼을 강제로 보충하게 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예요. 결국 일과 쉼을 같은 중요도로 설정하고, 쉼을 미루지 않고 지체 없이 선택하는 건 여유나 평화로움, 내려놓음이 아니라 생산성을 위해서도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었던 거죠.
우리는 늘 해야 할 일만이 스케줄이라고 생각하지만, 쉼도 스케줄임을 이제는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구독자님도 오늘 하루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쉼을 스케줄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쉼 은행, 잠 은행에 얼마나 많은 대출을 지고 살아가고 있나요? 마지막으로 잠은행의 명대사 하나를 남기고 오늘의 편지 마무리할게요.
"대출은, 갚을 수 있는 만큼 하는 겁니다."
이번주의 추천
:: 잠은행 PART 1+2 완전판
오늘 소개한 작품, 잠은행은 유튜브로도 공개되어서 만나볼 수 있어요. 단순히 두 만화가의 영화 연출도전기라는 느낌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공개되고 나니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으며 "역시 영화화 많이 된 만화가들의 스토리라인은 다르구나"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 주연배우 양동근, 박희순, 김소혜의 연기도 탄탄하고 러닝타임도 34분으로 짧은 편이니, 이 영화 한편 감상하면서 '쉼 스케줄' 실행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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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헉 잠을 땡겨서 썼다고 스스로 느끼고 자신과 대화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흥미로운 영화도 잘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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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헉 잠을 땡겨서 썼다고 스스로 느끼고 자신과 대화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흥미로운 영화도 잘 알아갑니다!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ㅎㅎㅎ 꼭 한번 보셔요!!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아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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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란
잠은행 ;; 꼭 한번 봐야 할듯합니다. 갚을 수 있을 만큼 관리 필요할듯합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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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란님 어떠셨어요? 한번 보셨나요? 소감도 느낌도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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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누나
오늘도 뼈 때리는 이야기로 뜨끔하네요! 왠지 늘어지면 늘어질 수록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스물스물 몰려오고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좀 쉬자~!라는 말이 자기 합리화는 아닌지 다시 곱씹어 생각해보게 되는 1인입니다 멘토가 늘 말하길 "잠은 죽어서 자는거야!!" 라는 소리가 늘 귓가에...... ㅎㅎㅎㅎ 그래서 저에겐 월간마음건강이 마음의 균형을 맞춰주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에요😊 이번 주말에는 <잠은행>을 보며 쉼 스케줄을 실행해 볼께요^^ 오늘도 삶이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열 작가님도 쉼과 함께하는 집필의 시간이길 바래봅니다💖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잠은 죽어서 자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각기 체력의 양도 정신력의 양도 다 다르니까요. 강인한 사람과 다소 비실거리는 사람, 각자의 패턴을 알고 맞게 움직이는게 자기이해가 아닐까 해요 :-) 각자 자신에게 맞다면 모든게 정답이겠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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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저에게 정말 꼭 필요한 드라마네요. 요즘 제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하고싶은게 너무 많고 욕심도 많아서 잠을 줄여가며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하고있는 일의 퀄리티가 계속 떨어져서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정답은 제가 잘 알고 있다는 것도 문제예요ㅎㅎ 알면서 실천을 안 하고 있는,,, 이번에 은퇴선언을 하신 워런버핏이 말씀하셨죠. 인생 목표 25개를 쓰고, 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목표 5개에 동그라미를 쳐라. 동그라미 치지 않은 20개의 목표는 당신의 인생에서 삭제해야 한다. 욕심 많고, 하고 싶은게 많은 것은 정말 욕심으로만 남을 수 있기 때문에 한 가지라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인생 목표가 함축되면 잠잘 시간도 확보되지 않을까요?ㅎㅎ 잠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더 이상 줄이지 않도록 정~말 노력해야겠습니다. 저의 목표는 자정 전에 잠들기 입니다. 이번주에는 꼭 이룰 수 있도록 화이팅!! -> 잠은행 이라는 드라마 추천 감사합니다. 꼭 시청해보겠습니다~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오! 워런버핏 이야기는 저도 잘 몰랐어요! 당장해봐야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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