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5 초대하리 !

받았던 초대장들을 펼쳐보며

2026.10.14 | 조회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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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u konvida ita.

 한 주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느라 조금은 북적였던, 하지만 그래서 더욱 반가운 온기로 가득했던 딜리에서 스물다섯 번째 조각을 보내요.

이번 주에 제가 받은 마음을 가만히 한 줄로 옮겨 보면, 자연스레 이 문장이 돼요. "나는 당신을 초대합니다." 돌아보니 저는 이곳에 온 뒤로 늘 누군가의 다정한 세계에 초대받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게 되었어요.

'나는 그동안 받은 마음만큼, 누군가를 내 곁으로 불러 본 적이 있었을까? 나는 과연 누구를 초대하며 살아왔을까?'

타인에게 나의 공간과 시간을 기꺼이 건네는 '초대'라는 단어에 담긴 깊은 뜻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번 주에 차곡차곡 도착한 소중한 초대장을 한 장씩 펼쳐 보려 해요.

제가 받은 이 다정한 마음의 자리로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같이 열어 보시겠어요?


🇰🇷 첫 번째 초대장 : 익숙한 언어와 정으로 채워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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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인의 날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는 해외에 나와서야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실감했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이 기념일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10월 5일 세계 한인의 날을 맞아 열린 다정한 자리에 초대받아 다녀왔어요.

딜리에 모인 동티모르 한인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한국과 한국 문화에 커다란 관심과 애정을 보내 주는 현지인과 외국인이 많이 찾아온 모습이 참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낯선 타국 한가운데서 우리의 언어와 온기가 이토록 많은 사람의 눈빛을 반짝이게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스레 한국인이라는 것이 뿌듯하게 느껴졌어요.

이날을 기념해 딜리 필름 페스티벌에서도 한국 영화 한 편이 상영되었고, 저는 사무실 동료들과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어요. 영화 자체의 결은 제 취향과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그 공간에 흐르던 공기만큼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웠어요. 어떻게든 한국어를 알아들어 보겠다며 눈을 반짝이고 귀를 기울이던 동료들, 장면마다 4D 영화라도 보듯 격하게 몰입하고 환호하던 티모르 사람들의 순수함. 상영관을 가득 채운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저는 영화 내용보다 그들의 반응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영화관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신 밤. 그 밤이 선물해 준 따뜻한 초대의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 두 번째 초대장 : 배움을 나누겠다는 다짐에 건네진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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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서 다짐했던 "배움을 전달하고 나누겠다"는 문장에 곧바로 응답이라도 하듯,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기회가 찾아왔어요. 지난주 세미나를 마치며 했던 기분 좋은 선언이 현실이 된 거예요. UCT(동티모르 가톨릭대학교)에서 도착한 뜻밖의 초대장 덕분이었어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며 쌓아왔던 저의 지식과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아카이빙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소식에 한걸음 달려갔습니다. 그간 배드민턴을 치며 알게된 UCT 대학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코이카 봉사단원 선생님께서 문헌정보학 전공자이자 사서 후배라는 사실을 들으시고 대학교 도서관으로 한번 더 초대하셨는데요. 제대로 된 학술 정보 검색 시스템이나 데이터베이스 아카이브가 턱없이 부족한 이곳에서, 대학의 소중한 연구 결과물과 논문들이 흩어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일 수 있도록 논문 아카이브 홈페이지를 직접 구축하는 일을 맡게 되었지요. 비록 가장 쉬운 방법인 노션을 사용해서 만든 조금은 간단한 페이지 작업과정이었지만, 화면 위로 코드와 카테고리를 짜 넣고, 자료들이 직관적이고 손쉽게 검색될 수 있도록 기틀을 잡아가던 시간들. 내가 가진 작은 전공 지식이 누군가의 소중한 학문적 자산이 되고, 이 대학의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꼭 필요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벅차올랐습니다.

 봉사단원 선생님께서는 고맙다고 하시며 딜리의 맛집에서 점심을 사주셨는데요. 그 따스함이 제게 온전히 와 닿을 때, 집에서 차곡차곡 색칠하고 있는 캔버스 속 그림이 떠올랐어요.  꽃잎을 선명하게 채색하고, 그 옆에 다른 색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얹어갈 때마다 소란했던 마음이 부드럽게 정돈되곤 했거든요. 빈 화면 위로 아카이브의 뼈대를 세우고 데이터를 쌓아 올리는 일 역시 내 안의 결을 다듬는 하나의 예쁜 채색 과정이었나 봅니다.  내가 지닌 가장 가치 있는 조각을 건네며 그들의 세계를 함께 지어 올리던 시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리어 스스로의 마음을 차분히 살피고 정돈할 수 있었던, 참 고마운 두 번째 초대장이었습니다.


🏫 세 번째 초대장 : 아이들의 웃음과 생동하는 세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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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오늘도"를 들으며 울었던 그 초등학교를 기억하시나요?  이번 주는 감사하게도 그 익숙하고 다정한 학교에 다시 한번 초대받아 다녀왔어요.

이번 축제에서 저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얼굴을 도화지에 그려보는 초상화 그리기 부스를 맡게 되었어요. 작은 손으로 색펜을 쥐고 삐뚤빼뚤 저를 관찰하며 얼굴을 그려 내려가는 아이들. 그 커다란 눈망울 속에는 저를 향한 수줍은 애정과 무한한 신뢰가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알록달록한 그림 속에서, 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온기를 발견했답니다.

부스가 끝난 뒤 이어진 아이들의 맑고 풋풋한 발표 무대를 지켜보고, 축제의 피날레에서는 마침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었습니다. 서툰 발걸음이었지만 온 세상의 기쁨이 묻어나는 웃음소리 속에서, 저 역시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이 아이들의 세계에 온전하게 스며든 친구가 된 기분이었어요. 아이들이 내어준 생기발랄한 축제의 한가운데서 한참을 웃고 뛰놀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늘 누군가의 다정한 세계에 초대받기만 했던 내가, 이제는 저 아이들처럼, 또 다른 봉사단원 선생님들처럼 나만의 따뜻한 자리로 누군가를 기꺼이 초대하고 싶구나.’

학생이 집으로 돌아가며 손에 쥐어준 하트 속 글자인 "Hau gosta ita tanba ita mak ita." , 나는 네가 너라서 참 좋아. 이 문장을 곱씹을 때마다 마음 가득 몽글몽글한 행복이 피어오르던, 참 눈부신 세 번째 초대장이었습니다.


수많은 다정한 초대들에 마음이 부드럽게 젖어들 즈음, 제 안에서도 작은 용기가 퐁퐁 피어올랐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저에게 보여주었던 따뜻한 세계처럼, 이제는 제 작고 소중한 공간으로 누군가를 초대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지요.

그래서 이번 주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을 저희 집으로 조심스레 모셨습니다. 근사하진 않지만 함께 정성껏 차려낸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미처 다 나누지 못했던 소소한 농담과 깊은 속마음들을 도란도란 풀어놓았지요. 창밖으로 저무는 딜리의 저녁 노을을 배경 삼아 함께 숟가락을 얹고 웃음꽃을 피우던 그 시간. 늘 받아오기만 했던 다정함의 온도가 제 집 안에도 마침내 포근하게 채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타인의 다정한 세계로 기꺼이 걸어 들어가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내가 지닌 가장 익숙하고 따스한 자리로 누군가를 불러 모아 마음을 포개는 일이야말로 관계가 맺는 가장 고운 열매가 아닐까요. 초대받는 사람에서 기꺼이 초대를 건네는 사람으로 넓어져 간 이번 주의 시간들은 제 삶의 참 든든하고 소중한 조각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타인의 문을 다정하게 두드리고, 또 당신의 따스한 세계로 누군가를 기꺼이 초대하고 있을 당신을 응원해요 !

타인의 세계로 들어가듯, 나의 세계로 초대하는 마음을 담아, 하영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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