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 그냥 하는 것들

2026.11.02 |

안녕 구독자,

 

여긴 이제서야 서머타임이 해제되었고, 초여름보다 가을을 사랑하게 된 며칠이었어. 거리에 단풍이 가득해서 어렵사리 티켓팅했던 화담숲을 매일 오가는 듯해. 운전하며 보는 풍경이라 아주 잠깐 눈에 담는 것 뿐이지만 요즘 푹 빠진 노래까지 듣다보면 내 마음에 막 사랑이 넘쳐. 그 순간만큼은 누구든 와서 안아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안아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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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o Mars의 Risk It All과 LANY의 Finish Me라는 두 노래를 매일 번갈아 듣고 있어. 팝송의 가사에 귀를 기울인 적이 없었는데 사랑이 이 세상의 전부인 것마냥, 너를 위해서라면 해도 달도 따준다는 그 낭만이 좋더라. 그 노래들에 네가 왜 그렇게 좋은지에 대한 설명도 조건도 없어. 

요새는 이성과는 거리가 먼, 앞뒤 없는 말들이 좋고 효율과는 거리가 먼 선택에 더 마음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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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움직이는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독서 모임 아닌 독서 모임을 열었어. 같은 책을 다같이 읽을 수는 없으니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책들을 정해진 시간에 빌려주고 각자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 모임이야. 모집 글을 보고 어떤 분이 소설 책을 네 권이나 빌려주셨어, 쿠키와 함께. 모임에는 한 명만 왔지만 나는 가기 전에 방명록을 쓰고 싶어서 3달러짜리 빨간 노트를 하나 샀어. 회사다닐 때 미국을 좋아하던 사수님이 사주셨던 스텐 책갈피에 포스트잇으로 모임에 오는 분의 이름을 써서 가져갔고. 이런 모임이 있어 너무 기쁘다는 친구에게 사과 두 알도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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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올 수도 있지만, 특별히 어떤 결과를 바랄 것도 없는 일이었지만 내게는 사과 두 알과 쿠키, 네 권의 소설책, 새로운 친구가 생겼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 시간 반 만에 완독한 최은영의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구절도 또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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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타는 건지 룸메가 없는 틈을 타 한 시간 내내 노래를 부르고 SNS에도 올렸어. 수요없는 공급을 하는 일이 매번 얼마나 민망한 일인지 알면서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 그냥. 무작정 찻길을 지나 건너편 동네에 갔더니 정말 예쁜 트레일 입구가 나왔지 뭐야. 클라이밍 대회를 나가자는 말에 참가비 15불은 기부한 셈 치고 동네 마실 가듯 아침부터 클라이밍장도 다녀왔지. 나랑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한 친구의 말에 도넛 가게로 친구를 부르고 학회에서 알게 되었던 친구와도 밤이 늦도록 두 시간을 떠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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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이 없는 일들은 별것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어쩐지 찌그러지고 터무니없고 이유도 없이 그냥 한 번 해본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 아무 대가 없는 일에 에너지를 기꺼이 쓰는 시간들이 나를 살게 해. 그리고 오래 살고 싶은 소망을 가져본 적 없는 내가 이 삶을 귀하게 여기게 해줘.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많지만 이만 줄일게,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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