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 la presiza sai perfeitu!
먼지바람이 날릴 정도로 분주하게 보냈던 한주의 딜리에서 스물네 번째 조각을 보내요.
세미나 날 아침, 휴대폰에 현지 친구이자 저의 테툼어 선생님인 지에게 메세지가 와 있었어요. 전날 잔뜩 긴장한 저를 위해, 연습 내내 잔뜩 응원해 주던 마음을 한 줄로 눌러 담아 보낸 말이었지요. 필요 없다는 뜻의 la presiza, 완벽해진다는 뜻의 sai perfeitu. "완벽해질 필요 없어." 지난주에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써 놓고, 바로 다음 주에 시험대에 오른 셈이었지요.
이번 주는 동티모르 어린이도서관의 독서활동가분들과 1박 2일을 보냈어요. 독서활동가들을 위한 세미나를 열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실제 현지 활동가분들을 만나니 에너지가 불끈 솟는 듯 했어요. 첫째 날에는 동화책에서 주제를 찾고, 둘째 날에는 주제별로 분류하는 방법을 나누었지요. 서툰 제 말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응원의 다리를 건너 닿았고, 그 길 위에서 저는 오히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통하는 법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마음을 배웠어요.
완벽에 대한 생각을 또 한번 내려놓게 된, 한주의 조각을 이번 주에 조심스레 전해 봅니다.
🌱 전하기 전에 먼저 받은 응원 : 완벽 말고 중심만
세미나를 앞두고 테툼어 선생님이자 현지 친구인 지와 서점의 한 자리에 마주 앉아 마지막 리허설을 가졌어요. 슬라이드를 넘기며 테툼어 대본을 소리 내어 읽어 내려가는데, 머릿속에서 매끄럽던 문장들은 자꾸만 입술 사이에서 삐걱거렸지요. 발음이 꼬일 때마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긴장감에 손끝이 하얗게 굳어졌습니다. 그런 저를 가만히 바라보던 지가 웃으며 가만히 바람을 멈추듯 제 속도를 늦춰주었어요.
"하영, 여기 있는 모두가 네 모국어가 테툼어가 아니라는 걸 알아. 그러니 너무 긴장하지 마.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네가 진짜로 전하고 싶은 그 중심만 마음으로 전달하면 충분해."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어요. 저는 그동안 한 문장도 틀리지 않는 '완벽한 강사'의 모습으로 서 있으려 애쓰고 있었던 거에요. 하지만 지의 말 한마디는 제가 서야 할 자리를 슬쩍 옮겨 주었습니다. 틀리지 않는 사람에서,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으로. 뒤로는 문장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우는 대신, 강의 노트 맨 위에 큼지막하게 핵심 키워드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발음은 여전히 혀가 꼬이는 곳이 남아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졌지요. 연습을 마치고 헤어지며 지가 건넨 마지막 웃음과 다정한 눈빛을 자양분 삼아, 저는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품고 세미나의 문을 열고 걸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 언어의 장벽을 넘어, 눈빛과 온기로 닿던 시간
드디어 막이 오른 1박 2일의 세미나. 첫날은 동화책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주제 찾기'를, 둘째 날은 현장에서 사용될 '주제별 아동도서 분류법'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앞에 서자마자 자리를 채운 도서관 활동가 선생님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와르르 쏟아졌고, 그 순간 심장은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어요. '내가 이 서툰 테툼어로 이분들의 기대를 채워줄 수 있을까?' 언어의 장벽이 새삼스럽게 거대한 산처럼 가로막는 기분에, 빨리 이 시간의 터널을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까지 스쳤어요.
하지만 그 막막한 순간에 든든한 구원투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제 곁에서 호흡을 맞추며 제 서툰 문장들을 매끄럽고 다정하게 통역해 주던 현지 직원 동료 히포였어요. 제 말의 결을 고스란히 읽어내어 활동가분들에게 한번 더 이해하지 쉽게 전해주는 동료의 눈빛을 의지하며, 저는 조금씩 제 속도를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처음엔 낯설어 굳어 있던 공기가, 서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다정한 리액션 속에서 부드럽게 풀려나갔습니다.
강의실을 채운 열정적인 온기 속에서 우리는 완벽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마음만큼은 온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심지어 독서활동가 선생님들께서는 걱정했던 어려운 주제들까지 쏙쏙 이해하시며 어려운 아동도서의 주제까지 차분하게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끝날 때 즈음은 저와 직원 모두가 신나서 흥분을 감출 수 없을 정도였어요. 긴장으로 뻣뻣했던 어깨가 조금씩 내려앉고, 도서관을 향한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소통하던 그 며칠간의 궤적은 제게 잊지 못할 가장 뜨거운 연대로 남았습니다.
🤓 배워서 남주라는 것, 지식의 나눔과 전달
1박 2일의 세미나가 마침내 끝났을 때, 제 안을 채운 것은 피로보다 훨씬 더 커다란 벅참과 맑은 해방감이었습니다. 사실 세미나를 준비하며 기대보다는 걱정이 30배는 더 컸던 것 같아요. 문헌정보학과조차 따로 없는 이 척박한 땅에서, 홀로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히고 도서관을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겨운 일인지 현장에서 매일같이 목격해 왔으니까요. 하지만 세미나실 구석구석에서 책을 펼쳐 들고 열정적으로 주제를 찾던 활동가분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제 마음은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충전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 나도 저렇게 겸손한 자세로 열정을 가지고 무엇이든 배워야지. 그리고 내가 가진 전공의 지식들을 더 열심히, 필요한 곳에 잘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분들의 자세는 오히려 지쳐있던 저에게 가장 큰 가르침과 에너지를 건네주었습니다. 우리가 배운 것들을 꼭꼭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이들에게 기꺼이 건네고 함께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배워서 남 주자'는 그 흔한 말이 이 딜리의 도서관 현장에서 얼마나 묵직하고 아름다운 실천인지 온몸으로 깨닫게 된 것이지요. 세미나를 무사히 마친 그날 저녁, 스스로에게, 그리고 함께 고생한 우리에게 주는 선물로 노릇노릇하게 얼그레이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구웠습니다. 오븐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생각했어요. 서툴지만 온 마음을 다해 나의 조각들을 전했던 이번 주처럼, 앞으로도 내가 가진 지식과 온기를 아낌없이 나누며 살아가는 멋진 길을 걸어보겠다고요.
( 그리고 세미나 중간에는 반가운 손님인 봉사단원 선생님께서 응원하러 와주셨어요 ! 잠깐이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웃게 되는 선생님이 얼마나 반갑고 힘이 되던지요. 선생님처럼 마음과 온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싶다고도 생각해요.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예쁘게 전달하는 사람이요.)
완벽해질 필요 없다는 친구의 다정한 다독임 위로 시작된 이번 주는, 서툴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법을 배워간 시간들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전달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어요. 지가 먼저 제게 중심만 건네 주었고, 저는 서툰 말에 그걸 실어 통역이라는 다리 위로 보냈고, 활동가분들은 그걸 받아 눈을 반짝이며 책에서 주제를 찾아 나갔어요. 그분들은 이제 그걸 또 이곳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건네겠지요. 한 사람의 입에서 다음 사람의 손으로 이어지는 줄이에요. 그 줄 어디에서도 저는 완벽한 적이 없었는데, 줄은 한 번도 끊기지 않았어요.
'배워서 남 주자'는 말이 단지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딜리의 뜨거운 현장 속에서 서로를 살찌우는 가장 찬란한 나눔임을 깨달은 이틀. 세미나를 마치고 노릇하게 구워낸 바스크 치즈케이크의 달콤함처럼, 제 안의 온기 역시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덜어 나누고 싶다는 다정한 소망이 차오릅니다. 내가 가진 작은 지식과 마음의 조각들이 누군가의 손에 닿아 또 다른 반짝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이곳을 거쳐간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혹시 오늘 꼭 누군가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는데 자꾸 입에 걸려 있다면, 완벽한 문장을 만드는 일은 잠깐 미뤄 두세요. 전하고 싶은 중심 하나만 쥐고 가면 돼요. 나머지는 곁에 있는 누군가가 기꺼이 건너 줄 거예요. 여러분이 오늘 누군가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Ita la presiza sai perfeitu! (완벽해질 필요 없어요!)
서툴게 전하고, 기꺼이 건네받으며 오늘을 건너고 있는 여러분의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응원해요.
서툰 말로 마음을 전하고 사랑을 전달하는 동티모르에서,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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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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