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얼레벌레 디자인의 케이에요!
구독자님은 스포일러를 피해서 영화를 보시는 편인가요? 저는 요즘 열과 성을 다해 스포일러를 피하고 있어요. 바로 영화, <헤어질 결심>을 위해서요.
주변에서 다들 재밌다고 말하다가도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얘기 좀 해달라고 하면 모든 게 스포일러라고 입을 다물어버리니, 원. 모르고 볼 때 가장 재밌겠구나 싶어서 2주 동안 이 영화와 관련된 모든 키워드를 피해서 살고 있답니다. 스포일러를 이렇게 열심히 피해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이번 주에 드디어 보러 갈 예정인데, 그날이 너무 애타게 기다려지는 거 있죠?
다음 번 <얼레벌레 디자인>에서는 이 영화의 후기를 구독자님에게 들려드릴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주 뉴스레터도 시작해 볼게요!
그리드가 여기서 왜 나와?
by.케이
저 면접 봤어요, 이직하려고요.
한 달 전만 해도 제가 이직을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그렇게 됐습니다) 이직은 처음이라서 살짝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제일 두려웠던 건 바로 면접이에요. 취직만 하면 이제 당분간 면접같은 건 볼 일이 없겠다, 안심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면접을 봐야 한다니! 흑흑, 이럴 수가.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름의 면접 준비를 했어요. 나를 이렇게 설명해야지, 프로젝트는 이렇게 설명해야지.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몇 개 짜봤죠. 그런데 면접장에 가보니 그리드 시스템을 설명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드 시스템? 편집 디자인을 할 때의 그리드를 말씀하시는 건가?
제 포트폴리오나 작업에 대한 질문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상당히 당황스러운 질문이었어요. 학부 때 잠깐 배운 게 다인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이 됐죠.
이게 당시 제 머릿속에 떠오른 설명의 전부였어요. 죄송해요, 교수님! (그렇게 됐습니다 2) 전 타이포그래피 보다 인문학 수업을 좋아했던 학생이었단 말이에요.
당시에는 최선의 대답이었겠지만, 완벽한 대답은 아니었어서 면접장을 나오고 나서부터 계속 아쉽더라고요. 적절한 대답이 뭐였을지도 궁금해졌죠.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됐답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3)
이 책은 20세기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이 지은 디자인 이론서에요. 스위스 모더니즘의 이론가로도 유명한 분이라고 해요. 20세기 스위스 모더니즘이라! 벌써부터 뭔가 완벽하게 정돈돼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죠.
그에 의하면, 그리드는 디자이너가 텍스트와 이미지 같은 정보를 명료하고 규칙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의지의 수단이라고 해요.
(음, 길다.)
쉽게 말하자면 시각 요소를 짜임새 있고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한 규칙 체계라는 거에요.
평이한 설명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정의들로 책의 포문을 열고난 뒤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레이아웃 사례들을 실어놓아서 지루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그리드를 짜는 순서를 설명해 줬다는 거에요. 전 그리드를 짤 때마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그리드를 짜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복잡한 9단, 12단 그리드는 대체 어떨 때 짜는 거지? 단을 많이 쪼개놔야 더 세심한 배치가 가능한 건가? 그런 질문들이요.
그리드를 통해 짜임새 있게 배열한 디자인 레퍼런스들을 봐도 어떻게 그리드를 짜는 건지 시작점을 몰라서 반만 배워가는 느낌이었고요.
그런데 책에서는 1. 디자인의 성격에 따라 텍스트를 몇 단으로 배치할지를 생각하고, 그 뒤에 2. 텍스트의 양을 고려해서 가로 그리드를 짜보라고 안내해 주더라고요. 책에서는 대략적인 가이드라고 얘기했지만, 그리드를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네, 바로 저요. 항상 가로 그리드 간격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랐었는데, 그냥 한 행의 높이를 생각해서 잡으면 된다니. 이렇게 간단할 수가!
그리고 그리드를 나눈다는 개념도 흥미로웠어요.
이미 만들어진 그리드대로 쭉 가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8단 그리드를 16단 그리드로 나누는 식으로 변형을 주는 거죠. 이전에 그리드라고 생각하면 마냥 딱딱하고 한 번 정해지면 꼭 지켜야 하는 규칙처럼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이 개념을 좀 더 편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물론 그리드가 좀 편해졌다고 편집 디자인의 마스터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레이아웃을 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야 영감도 더 쉽게 떠오르지 않겠어요?
파일 버전 관리 어떻게 하세요?
by.나나
저는 가-끔 눈물을 흘립니다. 저희는 디자이너가 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보면 챙기지 못하는 일이 가끔 생기기도 해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인쇄 없이 PDF 형식으로만 사용할 책자를 만드는데, 이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내용이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 틀을 만들어두고, 원본 파일을 공유해 뒀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하실 줄 아는 분들이 많으셔서, Ai 파일 공유를 요청해주시기도 하셨고요. 직접 수정해서 사용하신 후, 업데이트 내용을 알려주시면 시간 될 때 디자인 의도와 다르게 된 건 없는지, 더 잘 읽히게 할 수는 없는지를 체크한 후 최종 업데이트를 해서 드리기로 했죠.
그런데 이게 말이죠, 참 애매하더라고요. 저에게 변경 사실이 업데이트되기 전에 이미 담당자들 사이에서 편집된 버전이 아무렇게나 돌아다녀요. 그래서 수정 요청이 오면, 저는 어리둥절하게 되는 거에요.
“전 그 버전의 파일이 없는데요?”
제가 파악한 문제점은 아래와 같았어요.
- 디자이너가 편집한 버전이 아닌 버전이 최신 파일로서 계속 활용되다 보니,
- 직접 편집한 담당자들끼리 알음알음 파일 공유가 진행되었고,
- 결국 그 누구도 최신 버전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파일이 슬랙에서 불특정 다수와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중간에 누가 어떤 걸 편집해서 올린 버전인지 알 길이 없더라고요. 이렇겐 일할 수 없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때에, 구글 드라이브를 뒤적거리다 버전 관리 기능을 발견했습니다.
저흰 원래 구글 드라이브를 자주 활용하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된 파일은 최초 제가 업로드 한 버전 말고는 구글 드라이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러니 어떤 게 최신 버전인지, 디자이너도 직접 편집한 사람도 모르는 거죠. 한 곳에서 파일 관리가 안되니까!
구글 드라이브의 버전 관리 기능은, 여러 파일을 늘어놓을 필요 없이 하나의 파일로 버전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파일을 업로드하면 날짜와 파일을 업로드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요.
파일 명 위에서 오른쪽 마우스 클릭을 하여 버전 관리에 들어가면, 쉽게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할 수 있어요. 지난 버전 다운로드도 가능해요. 기본적으로 최신 버전이 아니라면 업로드 된 지 30일이 지나거나, 버전이 100개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삭제가 됩니다. 그렇지만 영구 보관도 가능해요.
그래서 버전 관리, 이렇게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 수정이 진행되는 경우 무조건 버전관리에 최신 버전으로 업로드를 한 후 공유한다.
- 수정을 해야 할 경우, 본인이 갖고 있던 파일이 아닌, 버전 관리에서 최신 파일을 다운받아 수정을 진행한다.
- 1번의 결과로 수정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 디자이너는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검수 후 최신 버전으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한다.
- 디자이너가 수정한 버전만 “영구 보관" 기능을 활용한다.
운영한 지 한 달, 아직은 의도대로 관리 되는 듯합니다. 다행이죠? 또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시름 놓았습니다. 스타트업은 정말 우당탕탕이네요. 그래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면 다시 해결하면 되니까요! 오늘도 이렇게 한 발짝 레벨업 하는 주니어 디자이너, 나나였습니다.
이 더위는 언제 끝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초복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덕분에 이쯤이면 중복쯤 되었겠거니, 하고 달력을 폈다가 깜짝 놀랐잖아요.
요즘들어 저, 케이도 그렇고. 날씨 때문인지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무더운 날씨가 여간 고생스러운 게 아니지만, 뉴스레터를 읽는 여러분은 평온한 여름날 보내시길 바라요 :)
오늘 저희가 준비한 얼레벌레 디자인 에피소드는 여기까지에요. 저희는 2주 뒤에 여러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고민들과 얼레벌레 디자인 일상을 들려드리러 돌아올게요! (가능하다면 영화 후기도 함께 말이에요!)
그럼 다음 번 뉴스레터 때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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