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얼레벌레 디자인입니다. 지난번 뉴스레터의 인사말 혹시 기억하시나요? 날씨도 풀려가는 요즘, 나나와 케이, 그리고 이 메일을 읽고 있을 구독자님에게도 새로운 취미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었죠.
취미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이 인사말을 쓰고 있는 저, 케이에게는 요즘 작은 취미가 생겼어요. 한동안 잊고 있던 취미였죠. 게임을 하나 시작했거든요. 추리게임인데, 그래픽이 인상적이라서 위시리스트에는 오래전부터 담아뒀던 게임이에요. 직접 해보니, 와. 그래픽이 진짜 멋있더라고요. 그런데 예전부터 추리에는 자신이 없어서, 수사를 해야 하는데 구경을 하고 있는 거 같기도 해요. 다음 번 뉴스레터를 보낼 땐 수사에 조금이나마 진척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염원을 담아, 이번 메일도 시작해 볼게요!
UX인듯 BX인듯 UX같은 너
by.케이
평소보단 꽤 바쁘고, 그래도 잠깐의 짬을 내서 친구들에게 말 정도는 걸 수 있었던 어느 날 오후였어요. 전 한창 홈페이지 개편 작업에 매달려있는 중이라 웹사이트 레이아웃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죠. 그래서 단톡방에 이렇게 말했죠. 나 홈페이지 개편 중이라 사이트 시안을 하나하나 짜고 있어.
그런데 그때 다른 친구(사실 나나에요.)가 이렇게 물어보는 거 있죠?
“근데 너희 회사에 UIUX 디자이너 따로 있지 않아?”
1) 누구의 업무인가?
친구의 말은 왜 브랜드팀 소속인 제가 홈페이지 시안 작업을 하고 있냐는 뜻이었죠. 회사에 UX 디자이너가 따로 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곧장 키보드를 치려던 손을 거둘 수밖에 없었어요.
이게 UX의 업무인가?
하지만 우리 회사 홈페이지는 전부터 브랜드팀이 관리해왔는데.
주로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 문의를 받는 저희 브랜드의 특성상, 홈페이지가 정말 중요한 채널 중 하나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자산을 관리하는 브랜드팀이 웹사이트를 관리하게 된 거죠.
하지만 웹이라고 하면 보통 UIUX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홈페이지 버튼이나 메뉴들의 시각적 위계를 조절해서 서비스 문의하기로 행동을 유도하고, 잘 짜인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거. UX 파트에서 잘할 거 같지 않아요?
어라, 이거 정말 누구의 업무지?
2) UX가 먼저냐, BX가 먼저냐
그런데 UX에서 고객이 경험하게 될 서비스를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의 개선점을 찾아가는 거 말이에요. 서비스 유입과 전환을 고민하는 마케터들이 하는 고민과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서비스 유입 이후 단계까지 고민해야 할 UX 디자이너들 혹은 기획자들과 마케터들의 업무가 마냥 같다고 할 순 없을 거에요. 마케터들의 주 고민은 고객이 서비스를 쓰게 되기까지, 그 앞단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앞단이 고객들의 유입 창구인 동시에 사용자 경험의 시작점이라면요?
그 앞단이 바로 홈페이지잖아요.
유입 창구라는데 중점을 둔다면, 마케터들과 브랜드 디자이너(바로 저, 케이)가 있는 브랜드 파트의 업무일 거에요. 반대로 서비스의 시작점이라는데 중점을 둔다면 UX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있는 프로덕트 파트의 담당 업무겠죠.
대체 누구의 의견이 우선되어야 할 업무일까요?
이쯤 되니 정말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위해 검색창에 BX와 UX를 검색해 봤답니다. 마침 오픈 서베이 블로그에서 아래 내용을 찾았는데, 여기서 더 자세하게 BX와 UX를 나눠서 설명해 주고 있어요.
(읽음)
UX는 제품을 사용하거나 탐구하고 또 조사하면서 발생하는 일을 말하고, BX는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자극에서 소비자가 부관적으로 느끼는 감정의 총체래요.
(계속 읽음)
그리고 BX가 UX와 CX를 아우르는 개념이라는군요. 그러고 보니 전에 어느 브랜드 디자이너 분의 인터뷰에서 읽기를, 외국에서는 BX와 UX를 별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아하, 역시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게 당연한 거였어. 근데 뭐라고요? CX까지?
3) 케이의 선택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기로 했냐면, 일단 하던 시안 작업을 빨리 마무리 짓기로 했어요. 미안해요, 너무 싱거운 결말인가요? 하지만 혼란은 혼란이고 작업은 빨리 진행해야 했는 걸요.
다만 이 탐구의 시간이 무용한 건 아니었어요. BX가 UX와 밀접하게 붙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거든요. 마케팅 쪽의 브랜딩 사례들을 관심있게 보며 브랜딩 베이스를 쌓아가면 되겠다, 생각했었는데. 와, UX를 몰라서도 안되겠어요. 아무래도 블로그 글 이상의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10만 년쯤 놓고 있던 독서를 다시 시작해야 할까 봐요.
오늘의 교훈 : 브랜딩을 위해 UX를 공부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해라.
아, 디자인을 파워포인트로 해달라구요.
by.나나
“디자인 전공은 오히려 PPT 못(안) 만들어!”
라는 말을 해보셨나요? 저는 학교 다닐 때 많이 들어봤고, 종종 해보기도 했던 말이었습니다. 아, 이게 얼마나 오만한 말이었는지.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파워포인트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협업하면서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보여주고, 빠르게 배치해보는 데에는 무거운 어도비보다는 파워포인트가 제격이었거든요. 그래서 중학생 때 이후로 만져보지도 않던 파워포인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하게" 되었다는 거지,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아니에요. 복사 붙여넣기와, 이미지 크롭, 간단하게 누끼를 따는 정도의 기능만 사용했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 지금 재직 중인 회사에서 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불편한 동거는 시작되었습니다. 전 회사는 B2C 중심의 회사였기 때문에 제가 만든 ppt 파일은 내부용에서 그쳤지만, 현 회사는 B2B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 나돌아다니는(?) ppt 파일이 다양했어요. (ex. 회사소개서, 제안서 등)
그래서 이런 요청이 많았어요. “나나님, 이 파일을 저희도 편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품이 새로 나올 때마다, 또 새로운 제휴가 생길 때마다 디자인팀에 하나하나 요청해서 수정안을 주고받기에 리소스가 상대적으로 크고 번거롭다는 거였죠.
100% 이해하고, 사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매번 업무를 하다가 파일 업데이트를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세일즈 담당자별로 가지고 있는 최종 파일이 달라서 버전관리를 하기도 어려웠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결말을 스포하자면, 저는... ppt 파일을 만들었습니다. 일단은 모든 세일즈 담당자와 제품들을 다른 업무를 하는 동시에 트래킹하기 너무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이걸 나도 동시에 관리하기 좋은 피그마로 만들어버려...?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한번 해봤고요(ㅋㅋㅋㅋㅋㅋ웃지만 사실 안웃김). 어쨌든 각 담당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툴은 파워포인트였어요. 그리고 그들은 파워포인트의 신이었습니다. 그들이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피그마를 배우는 것보다 제가 ppt 파일을 만드는 게 빠르다고 판단했어요. 대학 다닐 때 파워포인트 좀 다뤄볼걸...
제가 편집 권한을 담당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면서, 포기하지 못할 요소들을 리스트업해보았습니다.
👉🏻 가독성을 위한 레이아웃 일관성
👉🏻 폰트 통일
👉🏻 표기법 통일
위 세 가지만 지켜진다면 회사 외부로 넘어가는 파일들의 비주얼도 큰 걱정은 없겠다 싶었어요. 2번과 3번은 파일 사용 시에 공지를 하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저희는 xx 폰트를 사용합니다. 반드시 이 폰트(다운로드 링크)가 설치된 상태에서 파일을 수정해주세요. 시간의 흐름은 ~로 표기합니다. 1-3분이 아니라 1~3분으로 표기해주세요. 등등....
문제는 1번이었어요. 여러 이미지와 글들을 넣고 슬라이드를 복제하고 수정하다 보면 반드시 이 부분이 틀어질 텐데. 인디자인의 마스터 페이지 기능이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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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파워포인트는 짱이에요. 나 참, 마스터 슬라이드 기능이 있는지 몰랐지뭐야ㅎ... 완전 인디자인임!
결국 위와 같이 간단한 마스터 서식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기존에 인디자인으로 만들어두었던 레이아웃과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서 ppt로 만들었답니다. (파워포인트에서 바로 디자인하기엔... 크레파스로 벽화를 그리는 기분이랄까. 아무래도 저는 파워포인트를 다룰 줄 모르는 바보니까요...) 뭐, 어쨌든 이제 담당자님들은 필요한 서식이 있으면 클릭 한 번으로 텍스트만 제 위치에 입력하면 되게 되었죠.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검색을 받아준 구글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파워포인트를 조금 더 배워야겠어요. 만약 이 글을 보고 계신 학부생들 혹은 디자이너 취준생분들이 있다면, 파워포인트를 너무 간과하지 말아 주세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얼레벌레 디자인 에피소드는 여기까지에요. 저희는 2주 뒤에 여러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고민들과 얼레벌레 디자인 일상을 들려드리러 돌아올게요.
아, 그리고 메일을 시작할 때 얘기했던 게임 말이에요, 바로 이 게임이에요. 디스코 엘리시움!
티저가 떴을 때부터 유화 느낌의 강렬한 그래픽에 사로잡혀서 언젠간 해봐야지, 생각했던 게임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한글자막을 지원하기 전이었는데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구독자님에게도 비주얼만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들이 있나요? 그 경험을 혹시 나누고 싶다면, 이번 얼레벌레 뉴스레터에 댓글을 남겨주세요.
그럼 다음 번 뉴스레터 때 만나요, 안녕!
의견을 남겨주세요
^_^
파워포인트도 마스터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잊고있었네요. 배포되는 디자인들을 보면서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못한 것 같아요.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더불어서 엑셀의 최소한의 기능도 익히면 타부서와 소통하기 쉬울거에요. 디자인팀 제외 모두가 엑셀로 소통을 하거든요. 의뢰서도 전부 엑셀이죠...
얼레벌레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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