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얼레벌레 디자인의 케이에요.
구독자은 해피엔딩을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새드엔딩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저부터 말하자면, 전 새드엔딩을 정말 좋아해요. 새드엔딩만이 주는 진한 여운이 있달까요. 그 여운 덕분에 영화가 제 마음에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왜 갑자기 영화 얘기냐고요? 가끔은 날씨 얘기 외에도 좀 다른 말로 메일을 시작해 볼까 해서요. 예를 들면, 최근에 본 슬프지만 아름다웠던 영화를 소개하는 것처럼 말이죠.
바로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라는 영화에요. 고양이 화가로 유명했던 영국의 화가 루이스 웨인의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죠. 아름다운 미장센과 반대로 비극적으로 흘러가기만 하는 웨인의 삶이 안타깝고 슬퍼서 영화를 본 후에도 마음에 깊게 남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남은 게 있었어요. 바로 영화의 비주얼이었죠. 특히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풍경들이 제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더라고요. 실제 풍경인지, 아니면 어느 인상파 화가의 작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색감의 풍경이 매 장면마다 담기는데 과장 좀 보태서, 와. 계속 캡쳐 버튼을 누르느라 앞으로 갈 수가 없었어요. 심지어 다음 장면에 고양이가 잔뜩 나오는데도 말이죠.
혹시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서 예고편 링크를 남기고 갈게요. 실제로 보게 되면, 아마 먹먹한 와중에도 영화가 보여주는 비주얼을 살펴보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거에요.
나는 자막을 썰테니 넌 글을 읽거라.
by.케이
여러분은 한 문장을 읽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시나요?
저는 꽤 빠르게 읽는 편이에요. 옛날부터 속독을 했거든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성격이 급해서 그런가 봐요. 그래서 어렸을 땐 책을 너무 빨리 읽어서 제대로 읽으라고 혼나는 일도 많았어요.
요즘 이때 기억이 다시 떠오르더라고요. 최근 서비스 관련해서 짧은 영상을 만들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상에 넣을 자막을 몇 초 동안 띄워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혀서 말이죠. 문장을 빠르게 읽는 편인데, 내 속도에 맞춰도 되는 걸까? 고민이 됐죠. 음악이 있거나 나레이션이 있는 영상이라면 쉬웠을 텐데, 오히려 스틸컷만으로 이뤄진 영상이라 더 어려웠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참고할 영상들을 좀 찾아보려는데 저희 회사의 서비스와 결이 비슷한 곳들의 영상을 보니 모두 나레이션이 함께 나오는 말소리 위주의 자막이라 참고하기엔 성격이 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놀면 뭐하니?>를 틀었습니다. 정말로요. 순도 99퍼센트 퓨어한 연구적 목적으로요. (1퍼센트는, 뭐. 갑자기 티비에 윤은혜가 걸그룹으로 나오는 상황에 대한 궁금증 같은 거?)
출연자들의 대화를 담은 자막 말고, 부가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자막 위주로 살펴봤어요. 이런 자막은 말소리보다는 상황의 흐름에 따라 삽입되니까요.
그렇게 살펴보니 각 자막들이 거의 4초를 넘지 않더라고요. 짧게는 2초 만에 휙 지나가는 일도 잦고요.
물론 빠르게 전환되며 재미를 줘야 할 예능의 특수성도 고려해야겠죠. 재미 보단 유익함을 추구하는 저희 영상의 자막 길이는 4초대에 맞추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자막의 길이를 4초대에 맞추고 다시 틀어봤어요.
그런데 여전히 뭔가 어색했습니다.
분명 적당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려니 너무 금방 지나가지 뭐에요. 그렇다고 시간을 늘리기에도 뭔가 애매했죠. 이 상태로 두기에는 빠르고, 길이를 조정하면 느려지는 기묘한 자막의 소용돌이 속에서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아득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기획은 좀 더 매끄러운 슬라이드 쇼였을 뿐인데. 어째서 나는 여기에? 나는 누구?
그제야 제가 놓쳤던 걸 알게 됐어요. 이건 저희 서비스를 설명하는 영상 중 하나였거든요. 평소에 안 쓰이는 기술적인 단어들이 자막 위로 우수수 쏟아지는 극한 상황이었단 거죠. 그래서 다시 IT 서비스 관련 영상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다 아래 영상을 보게 됐어요.
이 영상에서 챕터가 나뉘는 부분을 보세요. 말소리와 상관없이 질문만 자막으로 나오고 있죠? 그 부분이 몇 초인지 세어보니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역시 4초 정도였죠. 그럼 시간은 맞게 맞춘 거 같은데, 뭐가 문제인 걸까요?
영상을 쭉 보다 보니 곧 차이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 영상의 (챕터) 자막은 거의 20자 내외였고, 저는 두 줄, 때로는 세 줄을 문장을 한 자막에 꽉꽉 채워 넣었다는걸요.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서비스 용어가 곳곳에서 튀어나오는데 그걸 세 겹으로 올려 만들었다니. 엄청난 페스츄리였겠죠.
그래서 자막을 쪼개기 시작했어요. 한 자막이 한 줄에 놓일 수 있도록 문장을 잘랐죠. 다 자르고 나니 별 효과 없어도 영상이 훨씬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진즉에 이렇게 잘라볼 걸, 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늦기 전에 적정한 길이와 시간을 찾아낸 거 같아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또 자막을 넣을 일이 생긴다면 제때제때 잘라줘야겠어요. 너무 길기 전에 말이에요, 손톱처럼요.
흑마늘에 간장을 부어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by.나나
안녕하세요, 나나 에요! 저번에는 케이가 부산에 갔는데, 오늘은 제가 단양에 있어요. 더 더워지기 전에 놀고 싶어서 왔는데, 첫날(토요일)은 비가 좀 오더니, 일요일과 월요일은 아주 맑은 날씨가 이어지더라고요. 덕분에 패러글라이딩과 알파인 코스터, 유람선까지 알차게 즐겼답니다.
이 말인즉슨, 저는 오늘 디자인 이야기가 아닌 단양 여행 이야기를 하겠다는 말입니다. 디자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2주 뒤에 만나요! ㅇ.<
아무튼 신기했던 건, 단양에 있던 토요일에 tvN의 예능, <놀라운 토요일>에 단양의 음식이 나왔다는 거에요! 떡갈비 비빔면과 마늘 아포가토가 나왔는데, 비빔면은 이미 먹어서, 마지막 날인 오늘! 아포가토를 먹으러 갔어요.
마늘 아포가토를 파는 카페 인 단양, 단양 구경시장에서 고수동굴로 가기 전 고수대교 앞에 있어요.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와도 가깝고, 유람선 선착장과도 가까워 유람선을 돈 후 3시쯤 갔습니다.
그리고 !! 야무지게!! 마늘 아포가토!! 두 개 주세요!! 를 외쳤죠.
짜잔! 너무 귀엽죠! 마늘 모양으로 얼린 샷이 들어간 아이스크림(?)과 초코 조각들, 산딸기도 있고 로투스도 있어요. 저 아래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있어서, 커피를 부어서 잘 저어 먹으면 됩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처음에는 그냥 샷을 얼려서, 저 마늘을 녹이려면 정말 오래 걸렸대요. 여러 연구 끝에 지금의 마늘이 만들어졌는데, 저는 샤베트에 가까운 질감이라고 느꼈어요. 특히 부서지는 결이 마늘 껍질 까는 느낌과 비슷해서 신기했답니다.
그래서, 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냐고요?
케이한테 사진을 보내주면서 장난을 쳤는데, 반응이 귀엽더라고요. 그래서 레터에도 장난을 한 번 쳐봤습니다. 다음 레터에 제가 없다면, 케이가 범인이에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얼레벌레 디자인 에피소드는 여기까지에요. 저희는 2주 뒤에 여러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고민들과 얼레벌레 디자인 일상을 들려드리러 돌아올게요.
돌아올 때 혹시 녹아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날씨이긴 하지만요. 까만 긴 옷과 그늘이 있다면 잘 버틸 수 있겠죠?
그럼 다음 번 뉴스레터 때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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