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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착륙하는 방법

2025.0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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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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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

평화와 서로 배움의 이야기, 피스모모의 이야기를 전해요.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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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이거나, 불시착이거나

2016년 12월 13일, 오키나와 나고시의 동쪽 해안에서 미군의 헬기가 추락했습니다. 이 사고로 미 해병대원 5명 중 2명이 부상을 당했는데요. 일본 정부는 이 추락사고를 추락사고라 부르지 않고 '불시착'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헤노코 기지 건설예정지에 추락한 미군 헬기 오스프리 ©녹색연합 via 경향신문
헤노코 기지 건설예정지에 추락한 미군 헬기 오스프리 ©녹색연합 via 경향신문

미국과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현 북부 히가시촌 다카에 숲에 미군의 헬기훈련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었는데요. 다카에 숲 미군 헬기훈련장 건설의 최대 쟁점 중 하나도 오스프리의 안전성이었어요. 히가시촌의 주민들은 헬기 이착륙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과 원시림 훼손의 문제, 소음과 오염 등을 이유로 헬기훈련장 건설을 반대해왔습니다. 

오키나와 히가시촌 다카에 숲 미군헬기훈련장 건설공사 장면 ©녹색연합 via 경향신문
오키나와 히가시촌 다카에 숲 미군헬기훈련장 건설공사 장면 ©녹색연합 via 경향신문

만약 일본 정부가 이 사고를 '추락'으로 규정한다면, 주민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 될테니까, 일본정부의 입장에서는 '불시착'이어야만 했던 것이지요. 이 '추락' 또는 '불시착'한 헬기의 이름은 물수리를 뜻하는 영어 오스프리(Osprey V-22)입니다.  일본정부의 모호한 입장과 달리, 오키나와 현청은 이 사고를 '추락'으로 명료하게 규정했는데요. 오키나와 현청이 기록해오고 있는 '미군기 사고 통계연보'에 따르면, 1972년부터 2016년까지 총 46건의 추락사고가 발생했고, 불시착은 493건이었다고 합니다. 

1983년 미국은 오스프리 V-22의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개발과정에서 두 차례의 시범비행 사고로 스무명이 넘는 미 해병대원이 사망했다고 해요. 이 때문에 개발이 중단되기를 여러차례, 20년을 훌쩍 넘긴 2005년에야 최종 운용평가를 통과했습니다. 오스프리 V-22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계속되는 논란이 있는 것이지요. 지난 2023년 12월에는 일본 규슈섬 남쪽에서 사망 1명, 실종 6명의 오스프리 추락사고가 또 발생했는데요. 이 사고 후, 일본 정부는 미군에 오스프리 운행중단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오스프리, 대체 무엇?

오스프리(V-22 Osprey)는 미군이 운용하는 수송기로 날개 양끝에 엔진이 달린 프로펠러를 장착해서 프로펠러의 방향을 바꾸는 틸트 로터(Tilt Roter) 방식을 사용한다고 해요. 항공기처럼 이착륙할수도 있고, 헬기처럼 이착륙할수도 있는 방식으로, 프로펠러 방향을 조정해서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비행기를 타보면, 이착륙할 때 택싱(taxing)이 필요하잖아요, 그를 위해서는 활주로가 필수이고요. 오스프리는 그 택싱의 과정 없이도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거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은 군사작전 중 좁은 공간에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요.  

출처:https://pxhere.com/ko/photo/739240
출처:https://pxhere.com/ko/photo/739240

많은 분들이 미국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기억하실텐데요. 오스프리는 그 작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을 수송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해요.  오스프리의 스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이 모든 스펙은 전쟁을 잘하기 위한 스펙이니까요. 이걸 왜 알아야 하나 싶다가도, 굳이 알고 싶지 않다했던 것들이 12.3 계엄을 가능하게 했던 이유와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어, 근래에는 찾아보기 싫은 자료들도 더욱 찾아보게 되었어요. 문민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군사영역을 특정 집단만 접근가능한 영역, 안보를 위한 예외적 영역으로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으니까요.그런 맥락에서 평화단체들이 해오고 있는 다양한 군 감시활동들의 의미도 환기해보고 싶고요. 

한국의 경우, 2017년 1월 군산 미군기지에 오스프리 4대가 배치되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상시 주둔은 아니지만 공개/비공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오스프리가 동원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불과 두 달 전인 2025년 3월, 제주공항에서 거대한 드론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는데, 촬영된 영상을 보니 이 거대드론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주둔중인 오스프리로 추정됩니다. 제주공항에서 오스프리가 목격된 건 처음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이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오스프리들이 이착륙하고 있을까요? 공개된 정보보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더 많을텐데, 그 각각의 오스프리들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까요? 


오스프리 475대=자동차 19,000대

오스프리 1대가 내뿜는 탄소량이 궁금해서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찾을 수 있는 국영문 자료들을 모두 찾아보아도 오스프리 1대가 비행시간 1시간 기준으로 얼마만큼의 탄소를 배출하는지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었어요. AI에게도 서치를 부탁했는데, 찾아준 자료들은 오스프리가 바이오 연료(재생 디젤)로 고도 비행 실험을 했고 기존 연료의 탄소배출량을 85%까지 감소시켰다는 자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찾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오스프리 1대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계산해보기로 했습니다. 

오스프리는 군용 제트 연료(Jet Fuel)을 사용합니다. 급유를 하고 최대 2,230해리(4,130km)를 비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항속거리에는 약 5,400kg/6,732리터의 제트연료(JP-8)가 소모된다고 해요. 오스프리의 순항속도는 약 446km/h, 최고속도는 510km/h인데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표준 방법론에 기반한 탄소배출량 계산식에 따라 계산을 해보면, 1kg 제트연료 연소 시 CO₂ 배출량은 약 3.16kg CO₂가 되고요. 5,400kg의 제트연료를 다 소비할 경우의 탄소배출량은 5,400kg×3.16=17,064kg CO₂가 됩니다. 이런 수치의 특징은 봐도 잘 모르겠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자동차와 비교해보았어요.

1,000km 주행 기준으로 오스프리는  8,416kg CO₂의 탄소를 배출하고, 연비 12km/L 기준으로 경유차는 233kg CO₂ 휘발유차는 192kg CO₂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오스프리 1대의 탄소배출량이 경유차 1대의 38배, 휘발유차 1대의 44배인 것이니까, 거칠게 정리하자면, 오스프리 1대가 1,000km에 배출하는 탄소량은 자동차 40대가 서울-부산(428km)을 왕복하고 다시 대전(서울-대전 약 143km)까지 가야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인 것입니다. 더 거칠게 말하면 무지막지하게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지요. 

자료를 찾아보니, 2025년 5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V-22 오스프리는 약 475대로 보입니다. 그 중 미국이 대략 458대, 일본이 17대를 가지고 있고요. 앞의 계산을 적용해보면, 전 세계의 오스프리들이 1,000km를 비행할 때 내뿜는 탄소량은 자동차 19,000대가 1,000km를 주행할 때의 탄소배출량과 맞먹습니다. 물론 이 계산에는 오차가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계산방식은 단순화된 배출계수를 사용하는 Tier1 방법으로 보통 ±20% 오차를 보인다고 하거든요. 이렇게 오차가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명료해요. 군용기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으니까요.


답변이 제한됩니다.

출처:SBS 뉴스 유튜브 채널
출처:SBS 뉴스 유튜브 채널

지난 1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보면서 낯설고도 너무 지겨웠던 응답이 있었어요. 계엄 당시 책임이 있는 군 지휘관들이 내란책임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변이 제한됩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대체 저게 무슨 말인가 보니 군인 신분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정보와 연결된 경우 답변이 어렵다는 것을 이렇게 말하나보더라고요? 너무 이상한 말투 아닌가요? 주어가 '답변이'이고 '제한됩니다'는 피동사예요.

문법상 답변이 주어의 자리에 들어갈 수는 있겠으나, 답변 스스로 자신을 제한할 수는 없으니까 이 답변을 제한되게 하는 이유, 즉 생략된 주어가 있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요? 그렇다면, 생략된 주어는 무엇일까요?

5월의 모모레터를 준비하면서 AI에게 접근가능한 정보들을 다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몇 차례 검증을 해보았는데요. 검증 과정에서 매번 이런 안내를 보여주었습니다. "V-22의 시간당 CO₂ 배출량을 명확하게 수치로 제시한 영문 자료는 없습니다. 군사 장비의 배출 데이터는 종종 기밀로 분류되거나 공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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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한된 답변들을 총망라해서 조사해보니, 개별 국가의 군사영역을 하나의 국가로 친다면 군사영역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4위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되기도 했어요. 

©CEOBS
©CEOBS

국민이지만 국민만은 아닌

그간 세계는 군사영역에 너무 많은 예외를 부여해왔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사회들에서도 국가안보에 관한 시민들의 접근성은 매우 낮습니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이고요. 기밀을 다루는 군대의 목적이 '국가안보'라고 할 때, 국민들은 그에 대해 크게 질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가가 보장해주어야 하는 안전의 영역이 있고, 그를 위해 필요하다면 굳이 알려고 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있는 듯 해요. 폭력의 수단을 국가에 귀속하는 조건으로 안전을 보장받는 현재 사회계약의 틀에서 뾰족한 다른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화의 도전을 가장 받지 않았던 영역, 군사영역은 더 많은 민주주의의 도전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12.3내란은 광범위한 비밀주의가 무책임한 국가권력과 만난 결과라는 것을 기억하고, 시민의 알 권리와 정부의 책임성,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을 해나가야 할테지요. 그에 보태 안전이라는 것은 국경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 위의 모든 존재들과 연동되어 있음을 국가의 안보정책에 반영할 길도 찾아야 할 것이고요. 

 

자기 자신의 영토를 방어하라는 요청에 대한 감정(정신이 확 들어 갑자기 동참하게 됨)과 자연을 방어하라는 요청에 대한 감정(하품이 나고 지루함)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챘는가?
...
만약 우리와 (피와 땅과 정신으로) 연계된 것들을 지키길 원한다면, 무엇이 이동하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기후, 침식, 공해, 자원 고갈, 서식지 파괴 등과 같이 국가로 한정 지을 수 없고, 형체도 없는 이동이다. ... 피난민에 맞서기 위해서 국경을 봉쇄한다고 해도, 이처럼 다른 형태의 이동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더 이상 아무도 안주할 수 없다는 말인가? 사실상 그렇다. 더 이상은 국가 주권과 불가침의 국경이 정치영역의 기준이 될 수 없다.
...
어떻게 하면 세계화의 종말, 이주 범위, 기후 변화에 직면한 국민 국가의 주권 한계 등을 함께 고려하면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p.27~31, 브뤼노 라투르,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이제 한 달 뒤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게 됩니다. 공통의 발판이 사라진 것 같은 세계, 국민국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에 복속되지 않는 존재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려는 시도,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그 지향을 포기하지 않는 모든 존재들에게 경애의 마음을 전하며, 그 변화의 여정들이 동질성의 그물에 포획되지 않기를, 다만 희망합니다.  


5월 1일, 138번째 노동절에
피스모모 아영 드림 

 


+덧붙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책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이 혹 계실까 싶어 제가 쓴 리뷰 링크를 걸어둘게요. 참고해주세요. 

 



참고자료
https://www.khan.co.kr/article/201705311402001
https://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044&num=173924
https://bemil.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4/2019040402111.html
https://biomassmagazine.com/articles/mv-22-osprey-flies-high-on-biofuel-7313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Report.do?cn=TRKO201700000261#;
https://ceobs.org/estimating-the-militarys-global-greenhouse-gas-emissions/
https://www.navair.navy.mil/product/CMV-22B-Osprey
https://simpleflying.com/how-many-v-22-ospreys-us-navy-have/
http://www.defensetoday.kr/news/articleView.html?idxno=2478
https://ndia.dtic.mil/wp-content/uploads/2002/training/wakayama3.pdf
https://www.mod.go.jp/j/approach/anpo/osprey/pdf/env_review.pdf
https://www.jccr.re.kr/xml/02372/02372.pdf
https://gmi.go.kr/upload/format/Attachment6_Scope.pdf
https://www.yna.co.kr/view/AKR20180405131600073
브뤼노 라투르 저, 박범순 역 (2021),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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