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작은 행운이 함께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요🍀
개인 사정으로 오후 느즈막히 보내드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Thu
온다 / 취향의 장소들
주민 / 사사로운 동물사전
- 취향의 장소들 : 오르세미술관(2)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오르세 미술관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까요?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도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기억에 남았던 것 중 하나는 ‘보나르’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는 평생 자신의 아내를 뮤즈로 삼아 작품 활동을 했는데, 아내를 모델로 세워놓기보다는 일상 속 모습을 기억했다가 그려내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을 듣고 꽤나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보나르는 나비파로 분류되긴 하지만 르누아르와 드가의 영향을 받아 몽환적인 색감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거든요. 제가 앞서 좋아한다고 말했던 뭉개진 듯 부드러운 색감들이요! 사실 이 그림처럼, 저는 그리 외설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여성의 누드를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러니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같은 지점에서 <비너스의 탄생>을 소재로 한 작품들에 관심이 많아요. 아름다운 인체의 곡선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모자라, 배경마저 좋아하는 바다와 파도를 담고 있으니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비너스의 탄생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피렌체에 있는 보티첼리의 것이겠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두 작품은 오르세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카바넬의, 그리고 부그로의 비너스의 탄생이에요. 둘 다 무척이나 아름다워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그림들입니다. 특히 카바넬의 것은 꿈꾸는 듯한 비너스의 표정과 그 위로 배치된 아기천사들, 그리고 꿈결 같은 색감 때문에, 부그로의 것은 비너스가 밟고 있는 조개껍데기의 표현이 아름답고, 그 앞에 위치한 돌고래와 아기천사들의 모습 때문에 매우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고전 회화를 볼 때마다 유심히 보게 되는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옷의 표현이에요. 예를 들어, 사교계 모습을 자주 그렸던 제임스 티소의 그림에서는 레이스가 겹겹이 달린 드레스를 자주 포착할 수 있는데,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그 시대만의 화려한 복식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손으로 그린 그림인데도 꼭 질감이 느껴질 것 같이 표현된 그림들이 있으면 멈춰서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까슬까슬할 것 같은 레이스라던가, 보기만 해도 매끈함이 느껴지는 공단이라던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건 그림으로 어떻게 시스루를 표현해 냈는지예요. 직물이 얇아 그 속의 신체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대체 어떻게 그려낸 건지…감탄할 따름입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조각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회화에 관심이 많아서 조각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서도, 헤르메스와 아르테미스를 좋아해서 그걸 소재로 한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보았어요. 둘 다 쉽게 알아볼 수 있거든요. 머리나 발목에 달린 날개, 그리고 뱀 두 마리가 휘감고 있는 지팡이가 있다면 헤르메스, 활과 화살통을 메고, 달의 표식을 가지고 있거나, 사슴이 주변에 함께 조각되어 있다면 아르테미스랍니다.
혹은 조각임에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들도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그중에서는 누가 봐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악어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던 누비아인들을 표현한 조각상도 있었는데요. 오디오 가이드 설명을 들은 후에는 기분이 조금 묘해졌습니다. 해당 작품과 관련해 당시 다른 인종을 동물처럼 전시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절한 목소리를 들으며 ‘왜 이걸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지? 당시 유럽인들은 타 인종을 미개하게 여겼겠지만… 오히려 이 일화가,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행위가 더욱 미개하게 여겨진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슷한 맥락으로 ‘원시주의’라고도 불리는 고갱의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너무 좋았던 오르세에서 유일하게 씁쓸했던 점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디오 가이드 자체는 정말 좋았어요. 제가 이야기나 맥락이 없어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던 작품을 가이드에서는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고 언급해서,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의견이 달라지다니 재미있다!’ 고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고요.
좋았던 작품이 많은데 소개하지 못한 것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을 정도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힘들어도 쉬어가면서라도 봐야겠다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나는 곳이었어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비롯해, 친절한 직원들, 그리고 쾌적한 환경의 다채로운 미술품까지! 언젠가 한 번쯤 더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사사로운 동물사전 - 까마귀
해달은 제가 고등학생일 적에 좋아했던 동물이에요. 지금이라고 안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최애는 쌓이는 거니까요.. 작년부터 새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동물은 까마귀예요.
저는 원래 새를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는 했어요. 집이 산 근처에 있다 보니까 야생조류들을 여럿 관찰할 수 있었거든요. 어느 날 집에서 새 소리를 듣다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울에 가면 비둘기와 까치, 참새 등의 종류만 봤었는데 집에서는 더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다는걸요. 그 이후로 새가 눈에 보이면 조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때 듣고 있던 새소리는 ‘물까치’의 소리인데, 이 아이들 몰려 다니면서 정말 시끄럽게 군답니다. 원래 집 근처에 없던 친구들인데 최근 몇 년부터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친구 말고도 집 우편함에 집을 지은 적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근데 제가 멀리서 본 탓에 이 아이들이 곤줄박이였는지 딱새였는지 구분을 못 한 채로 떠나보냈어요. 두 아이들 모두 참새 정도 크기의 작은 아이예요. 주황색 몸통과 검은 무늬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곤줄박이는 머리가 흰 바탕에 선명한 검은 무늬가 있는 반면 딱새는 머리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머리부터 날개까지 전체적으로 회백색을 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네요.
이 아이들 말고도 근처에서는 때까치, 박새, 꿩 등을 관찰할 수가 있었어요. 가까이에서 이렇게 새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새들 중 왜 까마귀일까 싶죠. 워낙 동물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까마귀가 똑똑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구역이 생기면 그 구역을 기억하고 자주 찾거나 옮겨온다는 이야기를 옛날에 들었었거든요.
이 실험 영상이 한창 한국에서도 방송될 시기였을 거예요. 까마귀가 물에 무언가를 넣으면 물의 높이가 상승한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엄청 놀랐던 걸로 기억해요.
다시 까마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무래도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말과의 교감 때문이었어요. 지능이 높은 동물들에게 호감을 사는 걸 인생의 목표로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살다보면 언젠가, 7살 어린이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까마귀와도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후로는 까마귀가 사람의 말도 따라할 줄 안다는 걸 알고 그 목표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더 커졌죠.
유튜브 쇼츠에서 우연히 보고 나서 직접 검색해서 영상을 찾아보고 친구들과 공유도 했었어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어떤 분들은 오히려 더 무서워하거나 거부감이 들게 될 수도 있어요. 어른 남성의 목소리를 따라하는 것은 기계음 같아서 이상하게 느끼실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른 여성의 목소리를 따라하는 영상을 또 찾아와봤습니다. 저에게는… 까마귀가 말도 따라할 줄 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답니다. 이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도 너무 아쉬웠고요. 그래서 아주 작은 욕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까마귀와 친해질 기회만 생긴다면 아주 최선을 다해 조심히 친해져 봐야겠어요!
피드백 남기기⬇
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