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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 모자로 의사 표현하기, 함께 골라봐요
민짱 /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 모자로 의사 표현하기, 함께 골라봐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11월의 주민입니다.
지난 레터에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멜버른 기반 독립 브랜드 2가지를 소개해드렸죠. 사실 그것보다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아직 식견이 좁은 탓에 딱 두 가지 밖에 보여드리지 못 했네요. 떠나기 전에 한번 더 제가 머무르는 이곳의 매력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조차 시간이 정말 빨라요. 11월도 거의 다 지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은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잖아요. 저도 관성적으로 쇼핑몰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옷보다는 악세서리에 꽂힌 것 같아요. 모자나 가방, 신발 같은 것들이요. 아뇨, 사실은 오랫동안 그런 것들에 더 관심을 두고는 했죠.
저는 모자, 그 중에서도 볼캡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 엄마가 잘 어울린다고 해준 뒤로 항상 볼캡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상태죠. 그렇다고 막 여러 개를 갖고 있을 정도로 소장 욕구까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요. 어느 브랜드를 구경하든 어떤 볼캡을 갖고 있는지는 꼭 확인을 하는 편입니다.
이곳에는 짐 부피를 줄이기 위해 딱 2개만 챙겨왔어요. 무난한 네이비 색 하나, 완전 쨍쨍한 오렌지 색 하나예요. 오렌지 볼캡에는 ‘Best Friend Forever’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볼캡을 즐겨 쓰지 못 하고 있어요.
어느 날 그 오렌지 볼캡을 쓰고 학원에 갔는데요. 같은 반 친구가 ‘너 누구의 BFF가 되려고 그러니?’라는 뉘앙스로 말을 걸더라고요. 나중에는 멀리서도 자기 옆에 앉은 친구랑 제 모자를 가리키며 떠들고요. 이때 짜증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자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떤 볼캡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분명히 살 생각이 있거든요. 그런데 읽을 수 없는 모자를 살지 읽을 수 있는 모자를 살지 고민 중이에요. 읽을 수 없는 것부터 찾아보기 시작했지만요.
맨 처음에 찾아본 브랜드는 제가 좋아하는 ‘더콜디스트모먼트(thecoldestmoment)’였습니다. 제가 별을 좋아해서 그런가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데요. 모자는 전혀 브랜드의 특징이 보이지 않는 ‘TCM field cap’에 하트를 눌러놨어요. 이건 읽을 글도 없고 색감도 정말 이쁘지 않나요?

텍스트가 있어도 읽을 수 없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저장해놓은 볼캡도 있는데요. ‘무음(MUWM)’의 ‘Washed Goofy Cap’입니다. 로고를 형상화 해놓은 것 같거든요. 꽤 귀여워 보입니다.

그러다가 차라리 흔한 브랜드 이름으로 되어 있어도 별 말을 안 얹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른 건 ‘베를린포토북디스트리뷰션(Berlin photobooks distribution)’의 ‘BFV logo cap’인데요. 색이 정말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은 게 일단 마음에 들었고요. 그 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빨강과 분홍의 사이를 정말 잘 잡았더라고요. 이렇게 완벽한 제 취향 진분홍은 처음이었어요.

조금 말을 걸어도 그렇게까지 화가 날 것 같지 않은 게 뭐가 있을까 싶어서 또 저장해둔 게 있거든요. ‘바우프’의 ‘Peace Big Logo Ball Cap’입니다. 이거는 읽어도 저에게 뭐라고 할 만한 이야기가 없을 것 같고요.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때 쓰고 있으면 알아서 저를 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이제 또 생각이 들었죠. 이걸로 친구들을 짜증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마주친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첫 번째는 ‘밀로 아카이브(Millo Archive)’의 ‘Mute 6panel ball cap’입니다. 제가 텐션이 높지 않은 상태일 때 써도 상태 표현이 가능할 것 같고요. 누가 너무 말이 많거나 시끄러우면 모자를 가리키며 ‘뮤트 좀 해줄래?’하면서 놀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아예 모자로 말 걸 생각을 하다보니까 또 어떤 글자로 열 받게 할 수 있을까 디깅을 하다가 발견한 재밌는 모자도 있습니다. ‘셋업이엑스이(SETUP-EXE)’의 ‘SUE STAR BALL CAP’이거든요. 모자 전면에 ‘SUE’가 붙어 있어요. 누가 읽으면서 먼저 말을 걸면 제가 조금 짜증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먼저 이니시를 걸며 내가 너 고소할 거라고 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볼캡은 그냥 특정 상황에서 쓰기 좋을 것 같아서요. 뮤지엄이나 갤러리에 갈 때, 특히 갤러리면 좋겠는데요. '1011 갤러리'의 'Gallery logo ball cap'을 쓰고 가면 무척 재밌을 것 같습니다. 누가 보면 쟤 웃기다고 떠올릴 걸 생각하면 설레요.

감정적으로 찾다가 정신 차려보니 북마크가 10개가 넘어 있고 그렇게 되었습니다. 모자들만 봐도 제가 어떤 이유로 이 모자를 찜해두었는지가 다 기억나요. 그래서 구독자님이랑 이걸 너무 공유하고 싶었답니다. 어떤 모자를 사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만족스러운 아이 쇼핑이었어요. 구독자님은 이 중 어떤 게 마음에 드시나요?
-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안녕하세요! 민짱입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를 꺼낼지 굉장히 고민했어요. 좋아하는 앨범? 재미있는 곡 추천? 라이브 공연?… 얘기할 거리가 무궁무진하거든요. 그래서 정한 것은! 검정치마의 앨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의 서사, 정규 3집의 Part 1. <TEAM BABY>, Part 2. <THIRSTY>를 얘기해 볼까 해요.
두 앨범은 비슷한 듯 다릅니다. <TEAM BABY>는 사랑의 밝음, 그리움을, <THIRSTY>는 사랑의 어두움, 갈증을 노래합니다. 두 앨범을 같이 보다 보면 재밌는 포인트가 참 많아요. 앨범 커버에서도 느껴지듯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는 점은 물론, 같은 가사를 서로 다른 의미로 부르는 두 곡도 존재해요.
비교 분석(?)을 하기에 앞서 <TEAM BABY>의 사랑스러운 점들을 이야기해 볼게요. 저에게 검정치마의 첫 이미지는 뭐랄까… 시니컬하다? 슬픈 노래를 부른다? 이런 느낌이 강했어요. (저도 왜인지 모르겠어요. 시니컬하다는 건 201 앨범을 먼저 접했기 때문이고, 슬픈 노래를 부른다는 건 EVERYTHING이 미디어에서 자주 들렸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런데 <TEAM BABY> 앨범을 듣고 검정치마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조휴일… 달콤한 사랑 노래도 잘 하는구나…
예를 들면요, 7번 트랙 '한시 오분'에서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시침과 분침이 서로 하나가 되는 순간을 사랑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그리곤 말하죠, “우린 같은 템포 다른 노래인 거야.”
자기야 나는 너를 매일 다른
이유로 더 사랑했었고
이젠 한시 오분 멈춰있는
시계처럼 너 하나만 봐한시 오분 (1:05)
8번 트랙 ‘나랑 아니면’에서는 나랑 놀자고, 같이 걷고, 같이 자자고 그리고 입 맞추자고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합니다. 특히 9번 트랙 ‘혜야’는 검정치마의 아내 김선혜 씨에게 바치는 노래인데요. 서울-부산 장거리 연애하던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예요. 서울에서 부산, 새벽에 차로 밟으면 4시간 반. 사실적인 표현과, ‘나랑 아니면’에서와 같이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사랑이 그저 애틋하고 꾸밈없이 순수하게 느껴져요. 안 그래도 이 앨범에 사랑이 넘치고 넘치는데, 본인의 아내를 향한 노래까지 있다니. 이 앨범이 사랑의 결정체가 아니고서는 뭘까요?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보고 플 땐 금방 건너던
강이 바다가 돼 넘쳐도
괜찮았었는데, 이젠 아닌가 봐
새벽에 밟으면 4시간 반
근데 어느 때보다 더 멀게 느껴져혜야
앨범 내에 사랑을 노래하는 분위기도 다양합니다. 앞서 얘기한 곡 들은 잔잔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짙은 반면에 2번 트랙 ‘Big Love’, 3번 트랙 ‘Diamond’, 4번 트랙 ‘Love is all’, 6번 트랙 ‘폭죽과 풍선들’은 좀 더 통통 튀고 발랄한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 곡들에서 특히 '오! 검정치마 이런 노래도 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네요.) 'Big Love'는 여행 중에 친구와 들으면서 가사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게 생각이 나요. 친구가 ‘사랑이 자로 잰 듯이 반듯해’라는 게 무슨 의미일까 궁금증을 가졌는데, 제가 ‘그만큼 일방향이고 변하지 않는다는 뜻 아닐까?'라고 대답했네요.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한 번도 틀리지 않아
실처럼 가늘 때에도
절대로 엉키지 않아Big Love
통통 튀는 사랑 노래가 있다고 하면, 마지막 트랙인 ‘EVERYTHING’처럼 애절함이 녹아 있는 사랑 노래도 있답니다. 사실 두 앨범의 관계성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TEAM BABY> 모든 트랙이 주옥같아서 역시 곡 하나하나를 안 뜯어볼 수가 없었네요. 요즘같이 추워지는 날씨에 듣기 딱 좋은, ‘혜야’를 BGM으로 남기며 오늘의 레터 마칩니다. 다음 레터에서도 저와 함께 조휴일에게 빠져봐요🖤
마지막으로, 오늘 레터의 제목을 거꾸로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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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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