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밴드 특집이 되어버린
10월 셋째 주 목요일 레터입니다🎸
Thu
온다 / 여름은 돌아오니까!
주민 / 언니는 분명히 좋아할걸
- 여름은 돌아오니까!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저번 주말, ‘The Volunteers’의 서울 앵콜 콘서트가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저는 해당 회차에는 가지 않지만, 방학 중에 있었던 본 공연에 다녀왔답니다. 그 날은 저녁 공연이었음에도 높은 온도를 자랑했던 날이었어요. 콘서트장의 열기가 더해져 더욱 더웠는지도 모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강 전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연에 갈 때면 어쩐지 지하철 역부터 기가 죽습니다. 다들 어찌나 힙하게 차려 입고들 오시는지. 저도 무드에 맞추겠다고 두꺼운 카고 바지를 입었다가 조금 후회했어요. 게다가 이번엔 스탠딩 석을 위한 비장의 무기도 함께였거든요. 바로 12cm나 되는 스탠딩화 말이죠. 평소 저는 작은 신장과 체력 이슈로 인해 좌석을 선택해왔는데, 밴드는 역시 스탠딩이 아닌가 싶어 처음으로 도전해봤어요. 높은 굽을 좋아하진 않아도 막상 신으면 잘 신고 다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역시 100분은 조금 힘들더라고요. 어차피 발룬티어스의 음악은 귀로 듣고 즐기는 음악인데, 차라리 뛰기 쉬운 운동화를 신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확 트인 시야를 경험해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어요.
발룬티어스의 공연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았어요. 제가 발룬티어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예린의 탄탄한 발성이 드러나는 곡들이 많다는 점인데, 공연장에서는 그 단단함이 더욱 잘 느껴지더라고요.
콘서트의 재발견은 <Nicer>였습니다. 원래는 Pinktop, Let me go!, Violet 같은 신나고, 사운드가 꽉 차 있는 노래들을 좋아하는데, 공연에 다녀오고 나서는 Nicer만 반복 재생할 정도였어요. 간주 부분에서 함께 ‘You should be nicer’을 함께 속삭이는 부분에서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무엇보다 가사가 좋더라고요. 제게 최고의 가사는 Square였는데 어쩌면 그 만큼이나. 특히 공연 말미에 일탈스러운 이야기를 하다, 부모님이 오셨다고 머쓱해하며 웃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Nicer의 가사가 생각나서 한 번 더 곱씹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역시 공연의 꽃은 <Let me go!>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쯤 이 노래를 불러줄까 목이 빠지게 기다렸어요. 더위와 불편한 신발쯤은 이 한 곡으로 다 잊어버릴 수 있었답니다. Let me go!를 온몸으로 즐기며 스탠딩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앵콜도 특별했어요. 처음엔 입으로만 앵콜을 외치던 사람들이 발을 사용해 박자를 타며 앵콜을 외치기 시작하더라고요. 뜨거운 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앵콜 시간이 길지는 않았습니다. 세븐틴의 무한 아나스(말 그대로 아주 나이스가 팬과 아티스트 모두가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무한 반복되는 시간입니다)에 길들여진 저로써는 조금 짧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L>을 바탕으로 떨어지는 나비 컨페티를 바라보는 건 엄청난 감동이었답니다.
대표 곡인 <Summer>를 부르며 ‘여름은 돌아오니까요’라고 말해준 것도, 리암 갤러거의 노래를 커버하며 오아시스 재결합에 대해 이야기하다 죠니 선배와 티격태격한 것도, 객원멤버들-열정적으로 몸을 흔들며 연주하시던 베이스 승진님과, 차분한 매력이 돋보였던 키보드 의광님-까지 아직도 많은 것들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역시 밴드의 매력은 공연장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 언니는 분명히 좋아할걸
부락페에 같이 갔던 친구가 저에게 한 말이에요. 지난 주에 스탠딩을 했던 기억이 가장 좋았다고 했었죠. 이 기억이 좋게 남았던 이유가 된 밴드의 이야기를 할 겸 그때의 제 감상을 털어놓으려고 해요.
삼락 스테이지에서 한창 드래곤포니가 공연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친구와 저는 야끼소바를 들고 그린 스테이지로 향했습니다. 여기에 더픽스, 한로로가 나올텐데 특히 더픽스는 제가 정말 좋아할 거래요. 안 좋아할 리가 없대요. 부산에 가기 전부터 이 말을 했었습니다.
피크닉존 바닥에 대충 방석을 깔고 야끼소바를 대충 해치우고 얼른 스탠딩존으로 들어갔어요. 사실 이때까지도, 아니 더픽스의 리허설을 볼 때에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등장하자마자 반해버린 것 같아요.
직전까지 별 생각 없었던 건, 이미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서 경계하는 모양도 조금 있었던 거예요. 아이돌, 밴드, 애니메이션 등 저는 이미 차고 넘치도록 많은 것들을 좋아하고 있었거든요. 진짜 여기서 더 많아지면 제가 감당이 안 됩니다. 그런데 더픽스가 제 훼-이보릿 박스를 부셔버렸어요. 그러고는 깃발을 꽂아버렸어요. 너가 뭘 더 좋아할진 우리 알 바 아닌데 일단 우리는 좋아하라고. 그렇게 찍어버렸어요.
보컬인 린지가 등장하고 호응 유도할 때부터 그냥 제 목을 갈았습니다. 저는 원래 응원법도 큰 소리로 안 외치는 사람이었거든요. 관객들이 소리 지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했었고요. 근데 페스티벌은 도저히 소리를 안 낼 수가 없던데요? 무대 상황도 관객들의 시선도 아무 상관 없이 무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경험은 더픽스의 무대가 처음이었어요.
한 곡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 채로 보게 된 건데 그런 저까지 재미있었다면 팬들은 얼마나 재미있었을까요? 저는 노래를 모르니까 따라 부르거나 응원법을 외치지 못한 게 분할 정도로 더픽스의 무대가 좋았어요. 저는 5열 즈음에 서있어서 무대랑 정말 가까웠고, 그만큼 팬들 속에 섞여 있었거든요. 제 앞뒤, 양옆에서는 다 알고 따라 부르는 거예요. 저는 입만 틀어막고 있었지 뭐예요. 그래서 정말 질투가 났어요. 나 왜 이제야 알았지?
그 뒤로 노래도 듣고 영상을 찾아보다 보니까 더픽스가 슈퍼밴드2에서 결성된 밴드더라고요? 관련 클립도 다 찾아 보니까 이 분들 제가 이미 클립으로 몇 번 봤던 분들이었던 거예요. 근데 밴드가 된 줄도 몰랐고 현장에서도 못 알아보고 그랬던 거예요. 다시 노래 듣고 또 듣고 부락페 직캠 돌려 보고… 글을 쓰는 지금 또 그 영상을 틀어놓고 있습니다. 구독자님은 저처럼 무언가에 벼락 맞은듯이 빠져버린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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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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