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습관🏷

[Pebbles | 3월호] 그럴 땐, 페블스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직업은 홈 프로텍터 / 계절학기가 즐거웠다니요

2024.03.28 | 조회 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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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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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만족스러운 한 달을 보내셨나요?


Thu

온다 / 직업은 홈프로텍터
주민 / 처음으로 공부라는 걸 하다


  • 직업은 홈프로텍터

구독자님은 얼마만큼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시나요?

지금까지 여행을 사랑한다고 얘기해 온 터라 의외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알려진 집순이입니다. 그렇게 많이 돌아다녔던 작년만 해도, 다른 나라 아니면 집,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사람처럼 굴었어요. 그런 탓에 리스본에 1년이나 살아놓고, 어쩌면 다른 도시보다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요 하하.

누군가 불러내도 잘 나가지 않아, ‘집요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당일에 친구들이 불러낼 때면 웬만해선 응하지 않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꾸준히 불러주는 친구들에게는 감사를 표합니다…) 이러니 코로나 사태로 외출이 힘들었던 시기에도, 사실 반쯤은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어요. 이렇게나 타당한 이유로 외출을 하지 않을 수 있다니! 정말 나가고 싶을 때만 나갈 수 있는 그 자유로움이 코로나 시대 유일한 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나가야 하는 날이 생기면 그날은 은행부터 쇼핑까지 각종 할 일들을 한 번에 처리하고 오는 날이 되었고요.

사실 외출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나가려 마음먹기까지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많고, 거기에 잘 걷기까지 해서 막상 나가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올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그냥 집이 좋아요. ‘N개월 동안 집에서만 시간 보내며 10억 받기’ YES or NO 같은 밸런스 게임이 실제로 진행됐다면 전 이미 부자가 됐을 거예요.

대체 왜 이렇게나 집에 머물고 싶어 하는 걸까요? 제게 집은 말 그대로 안식처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꽤 예민한 사람이거든요. 시끄럽거나, 사람이 많거나 등 자극으로 인해 지치고 피곤함을 느끼는, 일명 ‘기가 빨리는’ 역치가 다른 사람보다 낮은 편이에요. 그렇기에 ‘아…집 가고 싶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유형의 사람입니다. 이렇게 외부의 것들은 비교적 큰 자극으로 다가오는데 반해, 집은 모든 것이 익숙한, 특히나 제 방은 저의 방식대로 모든 것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니만큼 편안함과 안정감만 느낄 수 있는 곳인거죠. 개인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그것도 돌아올 곳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어요? 돌아올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은 여행이 아닌 유랑이니까요. 어쩌면 그것도 집을 찾기 위한 헤맴의 과정일지 모르고요.

가끔 모종의 이유로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땐,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집에서는 최대한 휴식만을 추구하고 있어요. 물론 그럴 수 없을 때도 많지만요. 예를 들면 시험 기간에도, 밤을 새워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도서관, 카페 등 외부 장소를 이용하고는 해요. 이미 휴식을 취하는 장소이지, 공부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인식이 너무 깊게 박혀버려 효율성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방에서 칩거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곳만이 저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기 때문이죠. 사실 저의 직업이 홈프로텍터인게 아니라, 집이 저의 프로텍터인 셈입니다.

 


  • 처음으로 공부라는 걸 하다

현직(?) 대학생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시겠지만, 저는 대학에 들어간 뒤로 제대로 된 공부를 한 적이 없는 못난 사람이에요. 학생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최선을 다해 피하고 있었죠.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다는 일념이 있어서 모든 팀플은 마치 A+를 노리는 사람처럼 임했습니다. 하지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매번 말아먹기 일수였어요. ‘이걸 내가 굳이 해야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한심하죠. 그러다 지난 겨울 계절학기를 듣게 됩니다. 이 강의를 들을 때는 평소와 다르게 조금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어쩌다가 계절을

같이 몇 번 갔던 학교 앞 밥집. 맛있어요
같이 몇 번 갔던 학교 앞 밥집. 맛있어요

계절학기를 듣게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아요. 아니, 사실 명확합니다. 좋아하는 언니가 같이 듣자고 꼬셨어요. 그래서 들었습니다. 꽤나 즉흥적이고 수동적이죠. 엄마께서 저에게 친구 따라 강남 갈거냐는 말을 꽤 자주 하셨었는데, 이 선택을 돌아보며 여실히 느낍니다. 저는 그러고도 남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다른 분들은 학점 채운다고 계절도 여러 개 듣던데, 저는 진짜 이거 하나였어요. 언니가 같이 듣자고 한 수업 그거 하나.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생각 없이 미친 놈 같아요.

수강신청을 하고 한참 뒤에 깨달았지만 이건 안 하면 큰일 날 뻔한 선택이었어요. 남은 학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졸업 못 하겠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이전까지는 계절을 들을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습니다. 불이 발등이 아니라 골반까지 옮겨 붙고 있었는데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던거죠. 아이고 화상아.

 

제법 재밌었던 건

계절학기 수업은 주 1회가 아니라 주 5회더라고요. 약 16일의 수강일수 동안 중간시험, 기말시험, 과제를 해치워야 했습니다. 엄청 휘몰아치는 일정인거죠. 근데 저는 이 커리큘럼이 참 좋았습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강의 하나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점이 저에게는 정말 큰 안정감으로 다가왔어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힘들어하시더라고요. 특히 교수님(?)이 굉장히 힘들어하셨어요.

계절 수업 끝나고 나가보니 눈이 펑펑 왔던 날
계절 수업 끝나고 나가보니 눈이 펑펑 왔던 날

이때 약간 느낀 것 같아요. 내가 아예 공부에 학을 뗀 사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공부가 하기 싫은 건 여전했지만 외면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집 가면 이것만 했는걸요. 계절이 재밌었다는 말을 다른 분에게 하니까 극한의 효율충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토익학원도 그렇게 즐거워하더니 계절도 그러냐면서요.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토익학원 다닐 때로 하루종일 책만 붙들고 있었는데도 제법 즐거웠거든요.

일반적인 강의 시스템에 더 적응을 하지 못했던 것도 어느정도 이해를 하게 되었어요.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과부하가 온 게 아닌지… 그럼 저는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효율이 바닥인 사람이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극강의 효율을 자랑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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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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