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심장이 세 개나 있는데 필요할 땐 도움이 안 되네

헤엄칠 땐 멎어버리고 마는 문어의 심장

2026.06.14 | 조회 5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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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두족류의 뇌에 대해 페퍼노트를 쓴 적이 있는데요, 조사하다 보니 뇌도 뇌지만 문어의 심장도 정말 흥미로운 존재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침 월드컵이 시작됐고, '두 개의 심장'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박지성 선수가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는데요. 문어는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심장이 세 개입니다.

문어의 심장 세 개는 역할이 나뉘어 있습니다. 가운데에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전신심장(systemic heart)이 1개, 그리고 양쪽 아가미로 피를 보내는 아가미심장(branchial heart)이 2개입니다. 두 개의 아가미심장이 산소가 빠진 피를 양쪽 아가미로 펌프질해서 산소를 채우고, 그렇게 산소가 채워진 피를 전신심장이 받아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냅니다.

문어 심장의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문어가 빠르게 헤엄칠 때, 그러니까 외투막으로 물을 뿜어내며 제트 추진으로 쏜살같이 나아갈 때에는 전신심장이 작동을 멈춥니다. 제트 추진을 하려면 외투막을 강하게 수축시켜야 하는데, 이 수축이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을 짓눌러 혈류를 막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면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 심장이 잔뜩 쿵쾅거려줘야 하는데, 문어는 이 때 오히려 심장이 멎어버리는 것입니다.

문어는 제트 추진 방식으로 헤엄을 칩니다. 이 때는 심장이 멎어버립니다.
문어는 제트 추진 방식으로 헤엄을 칩니다. 이 때는 심장이 멎어버립니다.

그러니 문어는 헤엄을 치면 금방 지칩니다. 전신심장이 멈춰 산소 공급이 끊기니 에너지가 빠르게 바닥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어는 멋지게 헤엄쳐 다니기보다 바닥을 슬금슬금 기어다니는 쪽을 더 좋아합니다. 문어를 떠올릴 때 쏜살같이 수영하는 모습보단 바닥을 기어다니는 모습이 더 쉽게 떠오르는 건 이런 까닭입니다.

박지성 선수는 두 개의 심장이란 별명과 함께 90분 풀타임을 펄펄 날아다녔는데, 문어는 심장이 세 개나 있으면서도 막상 헤엄칠 땐 제 기능을 못하는 셈입니다. 심장 개수가 능사는 아닌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곁들이자면, 문어의 피는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입니다. 우리 피는 철 기반의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나르지만, 문어의 피는 구리 기반의 헤모시아닌(hemocyanin)이 산소를 나르기 때문입니다. 구리에 산소가 결합하면 푸른빛이 돕니다. 이 헤모시아닌은 따뜻하고 산소가 풍부한 곳에서는 효율이 떨어지지만, 차갑고 산소가 부족한 깊은 바닷속에서는 오히려 산소를 더 잘 실어 나릅니다. 다만 그 떨어지는 효율을 메우려다 보니 심장 세 개로 충분한 순환 압력을 만들어내야 했던 것입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다 보니 우리와는 전혀 다른 피와 전혀 다른 심장을 갖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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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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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biu의 프로필 이미지

    Rabiu

    0
    1일 전

    문어 얘기는 항상 재밌네요ㅎㅎ 헤모시아닌 이야기를 보니까 궁금한게, 척추 동물들 중에서도 구리 기반의 피를 가지게 진화한 친구들이 있을려나요. 심해에 사는 물고기라든지... 만약에 있다면 그친구들은 순환 압력 문제를 다르게 해결했으려나요 🤔 ...라고 한번 검색을 해봐야겠습니다ㅋㅋ 잘 봤습니다

    ㄴ 답글 (1)
  • Hyungnam의 프로필 이미지

    Hyungnam

    0
    약 5시간 전

    문어의 아가미는 물에서 산소를 빨아들이며, 산소가 부족한 피를 아가미로 밀어 올리는데요, 아가미에 산소가 채워지면 저혈압이 발생해 혈압을 올릴 또다른 심장이 필요해지는데, 이 심장을 통해서 혈압을 올려 온몸으로 산소를 공급하게 되는 것입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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