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쏘아 올렸던 로켓을 지구로 회수하는 데 성공하여 충격을 준 적이 있습니다. 물통 하나 던져서 똑바로 세우는 것만 해도 어려운데 로켓을 똑바로 세워서 받는다니 그 기술력이 대단합니다.
대단한 건 알겠는데, 로켓을 왜 굳이 회수할까요? 경제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로켓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것은 비용이 대단히 많이 듭니다. 위 링크한 기사에 따르면, 당시 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건당 6천만 달러가 드는 일이었고, 저 로켓 회수만 해도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저렇게까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면 재료를 바꾸고, 효율적으로 설계하며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아예 패러다임을 바꾸어 접근하는 게 더 좋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한 과학자들이 로켓을 쏘지 않고 우주에 가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우주 엘리베이터'입니다.
로켓의 아버지 치올코프스키는 1895년 에펠탑을 보고 영감을 얻어, 로켓을 쏘아올릴 게 아니라 지구랑 우주를 연결하는 거대 건축물을 지어서 엘리베이터로 우주로 나간다는 발상을 했습니다.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나, '드래곤볼'에 나오는 카린탑을 우주 스케일로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다만, 1957년 아르츠타노프는 콩나무나 카린탑과는 반대 방향의 설계를 고려했습니다. 지구에서 우주로 쌓아 올리는 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반대로 우주에 위성을 띄워둔 뒤 그곳에서 지구 방향으로 케이블을 늘어뜨리자는 것입니다.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과정은 얼마나 효율적일까요? '연비'를 따져볼 것도 없이 로켓 전체 무게에서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만 따져 보아도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로켓의 무게의 약 80~90%가 연료의 무게입니다. 우주에 1kg짜리 택배를 보내고 싶으면 연료 무게를 합해 10kg을 쏘아 올려야 하는 셈입니다. 새턴V의 무게는 약 280만 kg인데, 지구 궤도로는 11~12만 kg 정도의 화물을, 달로는 4만~5만 kg 정도의 화물만을 옮길 수 있습니다.
로켓의 운동 에너지는 주인공인 로켓이 아니라 로켓에서 분사되는 가스가 그 대부분을 가져가는데, 우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이런 낭비 없이 화물을 우주로 올릴 수 있습니다. 또 반대로 우주에 있는 것을 지구로 가져오기도 쉬워집니다. 우주에 발전소를 만들고 지구로 전기를 끌어올 수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더 크게 만들어서 지구와 달을 연결하고 달의 희귀 광물을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구로 가져온다는 상상도 해볼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로켓을 이용할 때에 비해 우주로의 화물 운반이 얼마나 저렴해질까요? 제가 조사한 자료 중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자료가 1/100 수준으로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 보았고, 가장 과감하게 잡은 자료가 1/10,000 수준으로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 보았습니다.
이와 같이 장점은 많지만 아직까지는 머나먼 이야기입니다. 우선은 우주 엘리베이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케이블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케이블은 36,000km에 육박하면서 그 무게와 장력을 스스로 버틸 만큼 튼튼해야 하고, 우주 방사선을 맞든 영하의 온도 속에 있든 견뎌내야 합니다. 강철로는 택도 없고 일찍이 페퍼노트에서 소개한 적 있는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등이 후보가 될 수 있는데, 36,000km를 생산해 내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입니다. 엘리베이터에 꾸준한 전원 공급을 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엘리베이터가 무너지지 않게 하고, 무너질 때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마지막에, 찰리는 할아버지와 윌리 웡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날아서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언젠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갈 수 있는 날도 올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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