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두려워 도망치던 날들
저는 늘 준비는 열심히 하지만, 끝맺음을 잘 못 하는 사람이었어요.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제 능력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 같아 두려웠거든요. 사람들이 “에이, 너 최선을 다해도 그 정도밖에 안 되네?”라고 할까 봐 겁이 났어요. 그래서 시험이든 과제든, 최선을 다해 준비해놓고 마지막 순간에는 도망칠 구실을 만들어두곤 했어요.
2023년에도 마찬가지였죠. 그해 초부터 습관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습관을 만드는 질문들>이라는 책으로 알리려고 했죠. 하지만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시작을 뒤로 미루고 있었어요.

그러다 2024년 4월, 다시 한 번 유레카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3년 만에 한국을 다녀온 직후였어요. “이제는 이 시스템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괜히 또 완벽히 준비하려다 시작을 못 할까 봐, 곧장 모집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저는 습관 디자이너로서 첫 시작을 했습니다.
습관 디자인 프로젝트, 첫 시작
당시 제가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커뮤니티였던 <독일 유학생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습관 디자인 프로젝트 1기를 모집합니다.”
“아무도 연락 안 주면 어떡하지?” 하루 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어요. 알림 소리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죠. 놀랍게도 모집 인원의 배가 넘는 사람들이 신청을 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습관 디자인을 말하는 건 처음이라 너무 긴장이 되더라고요. 첫 습관 디자인 전 일주일은 하루 종일 시뮬레이션만 했어요. 당일이 되자 머릿속은 하얘지고 몸은 덜덜 떨리는데, 하도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준비한 말이 술술 나오더라고요.
"됐다!" 짜릿했던 첫 성공
프로젝트는 4주간 진행됐습니다. 매일 경험을 기록하고, 피드백했어요. 첫 주가 지나자 “됐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록에서부터 행동이 자연스럽게 되는 게 느껴졌어요. 실제로 자가 습관 점수(SRHI)에서도 1주차부터 평균 4점대 이상이 나왔습니다. 3.9점부터는 습관이 되었다고 보는데, 이미 목표에 도달한거죠
4주 뒤, 점수는 5점대까지 치솟았고 완전히 습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2개월간 추적했을 때도 제 개입 없이 습관이 유지되고, 자동성이 더욱 강해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게 진짜 되는구나, 나만 되는 게 아니라 다들 되는구나!”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렇게 1기부터 3기까지는 독일 유학생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를 모집해 습관 디자인을 했어요. 2024년 6월부터는 운이 좋게 스레드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스레드에서도 모집을 했습니다.
실수와 깨달음: 6기까지 무료 진행
하지만 여기서 실수를 하나 했습니다. 1기를 모집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6기까지 무료로 진행합니다”라고 공언해버린 거예요.

돌아보면 1기만 무료로 했어도 충분했을 거예요. 실제로 다른 분들도 “왜 그렇게 오래 무료로 하냐, 소액이라도 받아야지”라고 조언을 주시기도 했어요. 사실 금액을 받는 게 여러모로 좋은 점들이 있었을 거예요.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고, 참여자들이 더 진중하게 임하게 되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6개월 간의 무료 프로젝트를 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얻었거든요. 그 때 함께 해주셨던 분들과 1년이 지난 지금 멤버십에서 함께 하고 있기도 하고, 종종 개인 메세지로 “아직도 습관 유지 잘 되고 있다”고 연락도 오고, 스레드에서도 응원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입소문도 내주시고요.
나쁜 습관이라는 새로운 과제
6개월간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했던 가장 큰 실패는, ‘식습관’이었어요. 저녁에 적게 먹는 습관을 디자인했는데, 어떤 방법을 써도 단 며칠도 실행하기가 어려웠어요. 그 때 깨달았어요. 무작정 좋은 습관만 만드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요.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습관보다 나쁜 습관 개선이 먼저 필요하더라고요.
2024년 가을과 겨울, 저는 나쁜 습관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어요. 원리를 이해하고 나니, 왜 실패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2025년 1월 ‘언해빗(Unhabit)’이라는 이름으로 나쁜 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후기를 받았어요.
“억지로 안 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안 하게 돼요.”
좋은 습관을 만드는 습관 디자인 프로젝트에서는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언해빗에서는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된다”는 후기가 들려오더라고요. 아, 정말 행동 변화 원리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면 못 할 변화는 없구나 싶었어요.
또 다른 문제, 멀티가 안 된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신경 쓰는 게 잘 안 됐어요. 어떤 분은 언해빗이 필요하고, 어떤 분은 업해빗(좋은 습관)이 필요했는데, 두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하기가 불가능했던 거예요.
번갈아가며 열어보려고 했지만, 막상 상담을 하다 보면 상황이 복잡했어요.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고 왔는데 사실은 나쁜 습관 개선부터 필요한 경우도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죠.
결국 저는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 <습관 디자인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 먼저 좋은 습관 하나를 성공시킨 뒤,
- 필요한 경우 나쁜 습관을 대체하는 작은 습관을 함께 설계.
이후에는 멤버십에서 본격적인 나쁜 습관 개선으로 이어가도록 구조를 바꿨습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지금은 세 가지를 운영하고 있어요.
- 습관 디자인 프로그램: 습관 디자인의 방식을 익히고, 3주 안에 첫 습관 성공 경험을 쌓는 과정.
- 습관 디자인 멤버십: 적극적 개입으로 3개의 핵심 습관을 만들며 습관 디자인을 마스터하는 과정.
- 습관 디자인 커뮤니티: 습관 기록을 공유하며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나누는 커뮤니티.
이 세 가지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단계형이에요. 프로그램을 통해 첫 번째 습관 형성을 해야 멤버십에 참여할 수 있고, 멤버십에서 핵심 습관들을 만들어야 커뮤니티에 들어갈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습관 디자인을 조금 더 가볍게 접해보실 수 있도록 <랜덤 습관 실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한 번 해볼까?"의 마인드가 습관 형성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경험해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될거예요. 다음 주 모집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은 다음 주 뉴스레터 늦지 않게 확인하세요!
4주에 걸쳐 들려드린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의 습관을 만드실 수 있도록 열심히 글을 쓰고, 프로그램들을 기획해볼게요. 제가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건 다 지켜봐주시는 여러분 덕입니다. 감사해요!
다음 뉴스레터부터는 습관 형성을 도울 좋은 글들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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