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t comes to behavior change, nothing is more valuable than your own experience."
Judson Brewer, <The Hunger Habit>
'잘하는 것만 할 순 없다' - 새로운 도전
작년, 나는 여섯 번의 습관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매 기수마다 다섯 분의 참가자를 선정해 습관 형성을 도와드리는 프로젝트였다. 3기 신청서를 검토하던 중, 지영의 '저녁 소식하기' 습관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 저녁, 과식을 하고 나면 찾아오는 더부룩함과 피곤함이 다음 날까지 이어져, 이를 개선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신청서를 읽자마자 망설임이 들었다. 나 자신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식습관을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 게다가 나는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오히려 더 많이 먹어야 하는 정반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잘하는 것만 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 형성의 원리는 동일할 것이고, 이 도전을 통해 나 역시 배울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지영을 참가자로 선정했다.
첫 번째 시도, 그리고 실패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웠다. 한 그릇에 80% 정도로 배부를 정도만 담아 그것만 먹기로 했다. 지영이 가장 걱정한 것은 아이들이 남긴 음식이었다. 늘 적게 먹겠다고 다짐하지만, 아이들의 잔반을 보면 아까워서 계획했던 양보다 더 먹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잔반은 무조건 보관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기로 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실패했다.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보자 '샐러드를 먹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계획했던 80%가 아닌 100%를 먹게 되었다고 했다.
반복된 실패의 교훈
우리는 한 달간의 1:1 코칭과 두 달간의 후속 관리를 계획했다. 그 과정에서 소식 대신 금식을 시도해보고, 핑계 목록을 작성해보고, 식사 자리를 바꿔보기도 하고, 과식했을 때의 부정적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보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지영은 제안하는 모든 방식을 정말 열심히 시도했지만, 결과는 늘 실패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이유가 명확하다. 지영은 눈앞의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와, 깨끗한 그릇을 만들고 싶은 욕구를 계속 참기만 했다. 기존의 나쁜 습관은 그대로 둔 채 다른 방식을 덧씌우려 했으니, 매 순간이 싸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나쁜 습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이 실패는 내게 나쁜 습관을 다루는 방식은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큰 깨달음을 주었다. 저드슨 브루어의 <The Hunger Habit>은 이 깨달음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 나쁜 습관을 없애고 그 자리를 좋은 습관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나쁜 습관을 약화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후 나는 나쁜 습관에 대해 더 깊이 공부했고, 1:1 상담을 통해 이론을 실전에 적용하며 나쁜 습관을 다루는 법을 배워나갔다.
실패의 경험이 만든 새로운 시스템
우리는 보통 나쁜 습관을 마주하면 '참기'나 '피하기'를 선택한다.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지 않기 위해 보고싶은 마음을 참거나, 앱을 통해 사용을 차단하거나,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식이다. 이런 방식들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욕구는 그대로 남아있기에 의지력이 떨어지는 순간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나쁜 습관 개선 프로그램 <언해빗>은 다르게 접근한다. 3주 동안 나쁜 습관을 직면하고, 이해하고, 약화시키는 과정을 함께한다. 좋은 습관 만들기에 더 자신이 있고, 또 이것을 원하는 분들이 더 많지만, 나는 올해 첫 프로그램을 <언해빗>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나쁜 습관이 그대로인 땅에서는 좋은 습관의 씨앗이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지영과의 경험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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