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베를린에서
스레드에서 정재승 교수님을 팔로우하고 있었어요. 방문하는 도시에서 종종 번개 모임을 여신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 베를린에서도 번개를 연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건 꼭 가야 해!” 싶어 바로 DM을 보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이미 글이 올라오고 몇 시간이 지난 뒤라 선착순이라면 끝났겠구나 생각했거든요.
금요일 저녁, 답장이 왔습니다.
“5일 일요일 오전 10시 브런치 벙개에서 뵈어요.”
잠시 멍해졌어요. “이게 진짜인가?” 싶어 계정이 사칭이 아닌지 다시 확인했을 정도예요. 그만큼 믿기지 않았습니다.

뇌과학자에게 묻고 싶은 네 가지 질문
정재승 교수님은 물리학을 기반으로 뇌인지과학을 연구하시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의사결정’이에요. 습관과 연결되는 주제라, 질문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래 네 가지 질문을 미리 준비했어요.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짧았어요. 결국 첫 번째 질문만 할 수 있었습니다.
“행동을 상상하는 것”은 습관에 영향을 줄까?
이 질문은 교수님의 2013년 논문, “Auditory imagery modulates frequency-specific areas in the human auditory cortex”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 논문에서는 ‘소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청각 피질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혔죠. 그렇다면 행동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관련 영역이 활성화될까? 조금 더 정확하게는, 습관이란 특정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유발되는 반응이니, 특정 상황에서 행동을 하는 상상을 하면 뇌 속에 습관의 연결 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교수님은 “그걸 직접 증명한 논문은 모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어요. 물론 시뮬레이션만으로 습관이 완전히 형성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요.
습관 시뮬레이션, 이렇게 활용해보세요
이 시뮬레이션을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하나 제안해볼게요.
- 특정 상황을 떠올립니다.
- 그 상황에서 행동하는 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합니다.
- 행동 중 느낄 만족감까지 함께 떠올립니다.
예를 들어, “저녁 설거지를 마치자마자 차를 한 주전자 준비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나”를 그려보는 거죠. 그리고 글쓰기에 몰입해 느낄 만족감과 평온함까지 상상합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설거지 후 → 글쓰기 → 만족감’이라는 습관의 3박자 (상황, 행동, 보상)를 연결짓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만으로 습관이 완전히 형성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효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실제 행동할 때, 그 만족감을 훨씬 더 쉽게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죠.
이건 습관 형성에 아주 중요한 요소예요. 좋은 습관이 어려운 이유는, 나쁜 습관보다 만족감이 느리게 오거나, 작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만족감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 ‘만족감 인식’이 바로 좋은 습관을 만들고 또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핵심이거든요.
습관 디자인 프로그램 속 시뮬레이션
습관 디자인 프로그램에서도 이 원리를 활용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실행의도 문장을 작성하고, 1~2주 동안 그 문장을 반복하면서 특정 상황에서 행동을 하는 시뮬레이션을 하도록 돕습니다.
또 행동 후에는 짧은 습관 기록을 남깁니다. 그날 행동을 하면서 어떻게 느꼈는지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행동과 만족감을 연결시키는 거죠.
여러분도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시작하실 때,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시고, 그 가운데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떠올려보세요. 실제로 행동하는데, 그리고 그 행동을 오래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거예요.
[번개 모임 비하인드]
모임 자리에서 교수님은 참석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시며 질문을 많이 던지셨어요.
저에게는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습관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대답했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반복하며 습관으로 만들려고 하실 때요.”
사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그렇게 억지로 하다가 지치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탓해요.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내가 게을러서 그래”, “역시 나는 강제성이 없으면 안돼.” 이렇게 자책하실 때 저는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그래서 습관 디자인으로 이런 메세지를 전하고 있어요.
꾸준하지 못한 건 내 탓이 아니라, ‘습관 설계’의 문제예요.
오늘은 미리 써두었던 글 대신, 정재승 교수님과의 번개 모임에서 느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습관 이야기를 들고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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