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두 달 중 유월을 가장 좋아하는데, 친구의 결혼식 덕분에 유월 내내 한국에 있을 수 있었다. 분명 큼직한 약속은 없었던 것 같은데, 한 번 세어보니 가족을 제외하고도 스물 아홉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미용실, 피부과, 교보문고, PT, 찜질방, 배달음식, 올리브영, 다이소. 중간에 지갑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신분증부터 카드까지도 다 재발급 받았다. 연구도 계속 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좀더 보내고, 강아지랑 뒹구는 행복을 누렸지만 서울에서 보낸 6주 동안 글을 토해내고 싶은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을 떠돌던 글자들은 문장이 되지 못했고, 셀프 마감시간을 앞두고서야 글을 쓴다.
6월 중순 즈음 10 년간 살았던 마포를 떠나게 되었다. 그 곳에 머물러야 할 이유도 크게 없었고 이사는 잘한 일이었지만 정말로 ‘집’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우리 동네’라고 생각했던 곳에서의 기억을 통째로 들어내는 기분이기도 하고.
그리고 나름대로 미래를 꿈꿨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다. 상실과 슬픔은 세트, 극복은 셀프 서비스. 한 번은 선물을 사야할 일이 있었는데 구움과자집에 마들렌이 다 떨어져 여기저기 가보다가 결국 우리가 처음 만났던 카페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선물포장을 하면서 내 것도 살까 말까 하다가 딱 한 개를 샀다. 작고 바삭한 퀸아망에서 콰삭 소리가 났고, 첫 날까지 거슬러 올라간 추억을 모조리 삼켰다. 머리가 마음을 이겨서 그 뒤로는 울지 않았지만 나는 한동안 공중을 걸었다.
주로 점심 약속을 잡아서 그 근처 카페에 가있을 때가 많았다. 귀를 기울여보면 주식, 청약, AI로 떠들썩했다.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는 대화 속에서도 나는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다시 미국이다. 이 곳에서의 삶은 자꾸 게임에 비교하게 된다. 저점에서 시작해 끊임없이 퀘스트를 깨고 레벨업을 한다.
이제 본가에 내 방도 없겠다, 짐 50kg를 더 들고 왔다. 고무장갑 +3 욕조마개 +2 마스크팩 +20 책 +6 귀금속 +3 흑미 현미 햇반 +12 머리집게핀 +5 수영복 +2 등등 아이템도 늘었다. 곧 이사를 해야해서 마루에 널린 박스들을 보면 아찔하지만 늘어난 아이템들이 내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준다. Plus, 한국에서 숱하게 얻어먹은 밥과 커피의 힘으로 다시 퀘스트를 깨러 간다.
졸음을 붙들고,
Poem Kim
P.S. Special thanks to JY & 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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