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 크로노스 vs. 카이로스

2026.0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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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무려 12 년 전에 만난 대학교 친구가 놀러왔다. 뉴욕에서 미술을 하고 있는 이 친구라면 우리 동네를 좋아해줄 것 같아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과수원에서 복숭아도 따게 해주겠다고 꼬드겼다. 미국에 돌아와서 입맛이 없었는데 친구가 온 김에 오뎅탕, 회, 오겹살김치찜, 들기름메밀면, 오이무침까지 야무지게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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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영장에 데려갔더니 뒤로만 수영할 수 있다길래 음-파 연습을 열심히 시켰다. 친구가 가고싶다는 빈티지 샵을 갔다가 친구도 득템, 나도 득템. 주간미팅까지 마치고 가느라 과수원에 도착했을 땐 벌써 문 닫을 때까지 한 시간 정도밖에 안 남아있었다. 과수원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서 친구에게도 그 추억을 나눠주었다. 고꾸라질까 무서운 비좁은 오르막길, Peach Cider, 과일 와인,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는 풍경까지. 

모기 열 방 물리고 땀 뻘뻘 흘리면서 한 박스를 다 채웠다. 이걸 뉴욕까지 가져가느라 친구가 아주 고생했는데… 부디 버지니아의 복숭아가 달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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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큰 이벤트가 끝나고 나니 도무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어서 저녁이 되어서야 학교로 갔다. 저녁이면 4층 건물에는 청소하시는 분들만 지나다닌다. 고요한 곳에서 집중하다 뜬금없이 눈물이 났다. 에휴, 인생아. 주말은 여느 주말과 다르지 않게 수영장을 다녀오고 카페에서 억지로 정신줄을 붙잡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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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상 속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건 가끔 만나는 정~말 좋은 영상, 팟캐스트, 음악, 글귀다. 내 유튜브 피드에 한 다섯 번은 떴는데 너무 길어서 지나쳤던 영상. 계속 다시 뜨길래 머리 말리다가 잠깐 봤는데 이렇게 귀한 이야기라니, 알고리즘 이 놈 똑똑하네. 

 

 

바로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의 졸업연설이었다. 작가는 무의미하고 낭비라고 생각했던 지난 시절을 고백함과 동시에 시간에 대한 이중초점안경을 끼고 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을 우선으로 삼으며 살자고 한다. 그리스어로 시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크로노스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시간이다. 크로노스를 따르다보면 세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deadline에 쫓기게 된다. 그러나 카이로스는 주관적인 시간으로, 내 삶을 바꿀 만큼 결정적인 순간들이 작동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작가는 우리 삶이 수많은 카이로스들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시간이 사실 내 편이 아니면 어쩌지 수도 없이 생각하는 이 시기에 꼭 필요한 말들이었다. 20대에도 수능 세 번에 대학원까지 늦박을 탄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아직은 삶의 재료를 모을 시간이라고 여겨서 별 타격이 없었다. 30대는 여전히 젊지만, 그럼에도 보편적인 deadline을 무시하고 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나이다. 어떻게 보내온 30 년인데, 안정적인 자산, 동반자, 직업 어느 것 하나라도 내 것이었으면 하고 움츠러드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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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20 돌아봤을 자신있게 무렵이 나의 카이로스였다고 말할 있기를 바라며,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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