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쏜살같이 한 주가 지났다.
목요일에는 수업에서 연구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학기 중 발표는 10월에 딱 한 번 했었는데, 그때 썩 잘하지 못했다. 발표를 못한다고 점수를 깎고 그런 수업은 아니지만 목요일에는 수업 전까지 스크립트를 계속 다듬었다. 결국 수업이 끝난 저녁 6시까지 커피 한 잔과 자판기 감자칩을 밥인 셈 쳤지만 발표는 무사히 마쳤다.
사실 과제 제출이나 발표가 있을 때면 계획도 흐트러지고 중심을 잃어버린다. 이번주는 목요일의 파이널 프레젠테이션을 마칠 때까지 정신없이 보낸 후, 일요일이 되도록 집중이 잘 되지 않아 겨우 겨우 할 일을 붙들고 있다.
그러는 사이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미처 챙기지 못한 일들이 생각났다. 이를테면 영어공부나 운동, 코딩 등. 작은 포션을 차지하지만 중요한 일들을 하려면 고정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여러 차례 시도는 했다만... 나란 인간에게 꾸준한 루틴 같은 게 있었나? 학창시절에도 나는 공부 내용보다 공부하는 방법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문제는 그 공부법을 자꾸 새로 개발했다는 거다. 여전히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머릿속에서 아이디어랍시고 종종 스파크가 튄다.
며칠 내내 내 유튜브 피드에 뜬 TED 영어공부법 영상이 있었다. 애써 외면했는데 5일차에 결국 영상을 탭했고, 나도 그 방법대로 딱 한 달만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운동도 그동안 내키는대로만 했는데 이제서야 나에게 잘 맞는 운동만 추려서 60분짜리 루틴을 만들었다. 미뤄왔던 철분 비타민 구매도 완료했다.
머릿속에서 생각한 것에 비하면 반의 반도 해내지 못한 것 같지만 그조차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이 곳에서의 하루 하루는 이미 형성되어버린 자아를 새로운 환경에 맞춰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다. 비단 전문 지식을 쌓는 일 외에도 괜찮은 어른이 되는 데 필요한 건 많으니까. 다행인 건 내 자아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약간 말랑말랑까지는 아닌데 좀 찐득하고 찌그러져있어서 툭툭 쳐주면 다시금 모양을 갖출 수는 있는 정도?
몇 번의 시즌이 지나고 나면 조금 더 [중심]을 갖춘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학기를 슬슬 마무리지어본다.
Best,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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