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 - 취향

2026.08.17 |

아침 8시 30분에 가기로 했던 수영을 점심 이후로 미뤘다가 수영가방만 쏘옥 빼놓고 학교를 가는 바람에 계획과 맞는 일이 하나도 없는 하루였다. 계획대로 사는 날은 사실 없다. 계획대로 해내지 못한 나를 혐오하는 마음이 자라지 않도록 늦어버린 하루에도 개의치않고 캘린더 블록을 요리조리 옮겨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케아에서 데려온 중고 서랍장
이케아에서 데려온 중고 서랍장

이번주는 어떻게든 책상과 의자, 방을 꾸밀 만한 가구들을 들여놓으려고 온갖 인테리어 영상을 봤다. 수요일에 미팅이 끝나고는 무엇을 살지 계획을 세웠고, 목요일에는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이케아를 다녀왔다. 약 9개월 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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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무도 올 사람이 없을 거라며, 마루에 있던 짐을 다 옮겨야 하니 방이 좁을 거라며 트윈을 사버린 나.. 이것만큼은 후회한다. 더블을 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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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했던 인테리어의 컨셉은 우드+화이트에 블랙 포인트였다. 무지 감성에 미드센추리 모던 한 스푼이랄까. 물론 거기까지 닿진 못했다. 베드 프레임을 내추럴 우드로 주문했는데 색이 생각보다 진하고 붉길래 좀 이상하다 하고 지나갔었는데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니 체리색으로 잘못 온 거였다. 이 프레임에서부터 컨셉은 이미 어긋났지만 조립도 마쳤고 다시 환불할 자신도 없어서 고객센터를 통해 30% 정도만 환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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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를 보고 유튜브를 보면서 내 취향에 맞는 침대 프레임, 책상, 의자, 수납장… 심지어는 TV 롤링 스탠드까지 마음에 드는 제품들을 캡처해두었다. 안타깝게도 나의 취향은 매번 한도 초과였다. 조금 마음에 든다 싶으면 300불 500불은 금방이다. 당연히 그럴 수는 없으니 타협과 타협 끝에 빈티지 샵에서 자그마한 book shelf 하나, 이케아에서 책상, 중고 서랍장, 라운치 의자, 헤드보드를 대신할 TV장을 샀다. 서랍장과 TV장은 이케아의 As-is 코너에서 60% 이상 할인하는 것들을 샀는데, 원래 너무 사고 싶었던 Holmerud 사이드테이블이 안 들어와서 홧김에 샀나 싶기도. 그럼에도 개강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용도가 분명한 가구들은 배치를 마쳤다. 

조립지옥...탈출
조립지옥...탈출

당장 급하지 않은 꾸미기는 뒤로 미뤘지만 빈티지 숍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들은 사진을 찍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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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Bath & Body Works에서 무료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쓰러 갔다. 수십 가지의 향을 맡아보고 내가 원하는 향의 스프레이를 10여분 만에 찾을 수 있었다. 

 

물건을 사고 나서도 아쉬움과 후회를 반복하는 내가 그저 모든 것에 쉽게 질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 과정은 취향을 계발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Best,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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