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50분의 비행을 앞두고 있다. 아직 파이널 과제가 하나 남았지만 이번 학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앞둔 지금도 현실감각이 없다.
열여덟 통의 편지를 쓰는 동안 170여일이 지났고, 앞으로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 여정을 아홉 번 정도 더 반복해야 한다.
1월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시즌이 시작하는 느낌이 들게 집을 치우고 또 치웠다. 다소 휑한 집이지만 큰 불편함이 없을 만큼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리고 집을 정리하면서 떠나올 때 받았던 물건과 편지들을 들여다봤다. 나는 가진 게 참 많은 사람이구나. 너무 가진 게 많아서 여기까지 떠나왔나?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는 낯선 동네에서 하루 하루 시간을 보내며 나에게 주어진 '지금'은 그냥 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운과 때, 주변의 도움, 예기치 못한 연결고리들이 모여 '지금'이 된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모든 게 좋고 모든 게 감사했다.
왜 그렇게 자유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만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고 어떤 도시에 푹 빠져있는 것도 아니면서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했다. 집이 2개면 좋겠다며...
돌아보니 나에겐 떠나는 행위 자체가 '자유'였다. 오랜만에 멀리, 꽤 긴 시간 떠나와보니 이제는 돌아갈 집이 있어 내가 자유롭다고 느낀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과 어디로 가도 잘 살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느 정도 충족이 된 채 방학을 맞이한다.
매주 글로 남기는 건 좋은데 어떤 방식을 취해야할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할지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매주 메일함 한 켠을 허락해준 구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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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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