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사이에 9월에서 10월로,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왔다. 누군가는 내 글이 blue하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 오늘은 positive한 문장으로 시작하겠다.
어제와 오늘, 날이 참 좋다.
일요일 오후, 수영을 마치고 졸려서 집에서 낮잠을 청할까 하다 일단 학교로 왔다. 야외 벤치에서 졸다가 할 일을 하다가 나무를 봤다. 나무의 윗부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진짜 가을이구나!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계절 중 가을을 가장 좋아했는데, 서울에서는 가을이 너무 짧아 그 뒤로는 여름을 좋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곳에서의 가을은 꽤나 긴 듯 하다. 반팔 위에 후드를 걸친 패션을 한 달째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을 공기를 흠뻑 마실 수 있도록 야외 러닝도 더 많이 시도해야겠다.
보통 나의 긴장은 일요일부터 시작해서 화요일의 부담스러운 수업과 수요일의 연구 미팅이 끝나면 한차례 긴장이 풀린다. 그러다 다시 금요일의 TA 오피스 아워까지 긴장을 한 번 더 해주고 나면 금요일 오후에는 조금 마음이 놓인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10주가 남았으니 이렇게 열 번만 더 하면 된다.

이번주는 조금 더 바빴다. 목요일에 발표가 있었고, 보통 화요일 점심 즈음 보내는 연구미팅 자료를 아침까지 만들어야 해서, 그리고 연구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처음보다 더 어렵게 느껴져서 시간에 계속 쫓겼다.
목요일 발표를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 새벽 세 시에 잠들고 나름대로 발표에 서사를 만들고자 했으나 잘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그렇게 중요한 발표는 아니었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서면서 부족한 나를 마주하는 연습을 앞으로도 한참 더 해야겠구나 싶었다. 집에 오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서 세 시간을 늘어졌다. 안되겠다 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위해 러닝을 뛰었다. 몇 초 더 빠른 페이스로, 0.2km 정도를 더 뛰면서.
나의 일상이 대단히 지루하지도 아주 재밌지도 않은 가운데 스스로 만족스러운 하루 하루를 만들어가는 건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 오후만큼은 드라이브라도 가야겠다 싶었다. 갈 곳은 없지만 갈 곳을 찾아봤다. 학교 이벤트를 찾아보니 학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드넓은 별장 같은 곳이 금요일에 개방된다고 나와있었다. 혼자 갈까 하다가 아웃도어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는 친구가 생각나서 그 친구 미팅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갔다. 운전하는 와중에 우리나라도 수목원이 있는데 하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수목원이 영어로 뭔지 몰라서 그냥 다른 얘기를 했다. 그래도 같이 간 덕분에 조금 더 내가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고 느낄 수 있었다. 백과사전에 나올 것 같은 나비가 여러 마리 날아다니는 순간과 끝없이 펼쳐진 넓은 땅은 인상적이었다.

토요일에는 개강 이후로는 제대로 간 적이 없던 다운타운의 맛도 보고 집세도 내고 설거지도 먹은 직후 꼬박꼬박 하며 일요일부터 시작하는 한 주를 준비했다.
아무쪼록 나는 [조금만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여러 고민을 안고 살지만 먼 미래를 기대하고 꿈꾸기도 하면서.

Happy Chuseok,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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