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6] 🥦 베이스, 그 은근하고도 묵직한 매력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2023년이 밝았네요. 우리 모두 복 많이 많이 받아서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한 해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님은 새해가 되면 연간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는 편인가요? 저는 어디 기록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닙니다. 그저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이것저것 조금씩 떠올려 보는 정도인데요. PRIIISM에서 다룰 주제도 몇 가지 떠올려 봤답니다. 그중 하나를 오늘부터 3호에 걸쳐 띄워볼게요. 바로 악기 특집입니다.

밴드에서 기타(Guitar), 베이스(Bass), 드럼(Drum) 없는 밴드는 드물죠. 그러니 기타, 베이스, 드럼을 밴드의 기본 요소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악기 특집에서는 이 세 악기가 각각 돋보이는 곡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로 주목해볼 악기는 베이스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베이스 기타'죠. 말 그대로 저음(Bass)을 내는 악기입니다. 멜로디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곡에서 멜로디는 기타나 건반이 맡고, 베이스는 드럼과 함께 곡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구독자 님은 기타와 베이스를 척 보고 구분하실 수 있나요?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외형인데 그냥 봐선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줄이 몇 개인지 보면 됩니다. 기타는 6현, 베이스는 4현이죠. 물론 5현, 6현 베이스도 있습니다만 기타도 9현, 12현 기타 등 다양하게 존재하니까 그런 예외적인 경우는 제외합시다. 그리고 기타보다 베이스의 줄이 훨씬 굵습니다. 줄이 굵은 만큼 줄을 조이고 푸는 튜닝 머신도 베이스가 기타보다 크다는 점을 기억하면 어렵지 않게 기타와 베이스를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베이스 소리는 어떻게 되느냐, 소리를 활자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설명을 해보자면 지긋하게 '둥둥'거릴 때가 많습니다. 다른 악기와 마찬가지로 베이스도 연주 방식에 따라 음색이 다양해지겠지만요. 상술했듯 베이스는 리듬 악기로서 드럼과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드럼의 타격감을 묵직하게 감싸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베이스 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제 음악으로 베이스를 만나보시죠. 모쪼록 이번 특집이 음악 듣는 재미가 한결 다채로워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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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울림 -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6분에 달하는 재생 시간부터 요즘 대중가요와 다르다. 곡을 틀어보면 베이스부터 등장한다. 이렇게 '둥둥'거리는 소리가 가장 일반적인 베이스 소리다. 이어 드럼이 연주된다. 뒤따라 천둥번개인가 싶을 정도로 고막을 찌르는 소리가 울리는데 퍼즈(Fuzz)라는 효과음을 잔뜩 먹인 일렉트릭 기타 소리다. 그런데, 연주만 있지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이쯤에서 나오겠지? 안 나온다. 이제는 나오겠지? 안 나온다. 아하 연주 곡인가? 그제서야 나온다. 꾀꼬리 같은 음색의 주인공은 김창완이다.

언젠가부터 뮤지션보다 배우 또는 라디오 진행자로 익숙한 듯한 김창완은 본래 뮤지션이고, 1977년에 록밴드 산울림으로 데뷔했다. 산울림은 맏형 김창완, 큰동생 김창훈과 막내 김창익으로 구성된 가족 밴드이다. 몽환적이고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음악, 그리고 때로는 시처럼 문학적이었다가 때로는 전위적인 가사로, 산울림은 활동 당시부터 실험적인 뮤지션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점했다. 이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은 우리나라 록밴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장르를 막론하고 수많은 뮤지션이 산울림의 노래를 리메이크 하거나 샘플링 했다.

노래로 돌아와 보자. 6분짜리 노래에 전주만 3분, 다시 생각해봐도 참 대담한 시도이다. 실험적인 곡이 많은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에서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전주가 너무 길다며 말리지 않았을까. 산울림은 굽히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중 하나가 탄생했다. 마침내 등장하는 노랫말이 일품인데 김창훈의 베이스 또한 그렇다. 노래가 시작될 즈음부터, 이전까지 동일 패턴을 반복하던 베이스 라인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 변주가 즐겁다면 다음에 소개할 곡도 들어볼 만할 것이다.

🥦 Yes - Roundabout

일단 재생 단추부터 누르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으나 이 곡의 도입부가 매우 강렬하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예스(Yes)의 <Roundabout>는 가장 먼저 '위이잉'하는 소리가 고막을 습격한다. 피아노 소리를 여러 겹으로 쌓고 소리 크기를 조절해서 만든 효과음으로 추정된다. 이어서 하모닉스(Harmonics)를 활용한 통기타가 연주된다. 45초쯤 드럼과 베이스가 합류하면서 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서 말한 악기에 키보드, 일렉트릭 기타 등이 겹겹이 쌓여 옹골진 사운드를 선사하는데 그 중심은 베이스다.

어떻게, 노래가 들을 만한지 모르겠다. 특히 베이스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내 경우 베이스 소리에서 쫄깃하고 찰진 느낌은 많이 받아봤지만 이런 육중함은 처음이었다. 소리에 울룩불룩 근육이 붙어있는 것 같달까. 비결은 주법에 있었다. 베이스는 보통 줄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연주한다. 이를 핑거 피킹(Finger Picking)이라고 한다. 예스의 크리스 스콰이어(Chris Squire)는 피크―기타, 베이스를 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또는 금속 소재 물건으로 대개 삼각형 모양이다―로 베이스를 쳐서 보다 강한 사운드를 자아냈다.

이 곡을 처음 들은 순간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친애하는 형님이 단골 가게라며 서울 신촌에 위치한 LP바를 소개해주셨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곳이었다. 형님이 마동석을 닮은 사장님과 인사하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곡을 신청했다. 그게 <Roundabout>였다. 이 곡에 나는 곧장 매료되어버렸다. 기타, 드럼, 키보드, 보컬 화음까지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소리가 없는 곡이지만 <Roundabout>에서 가장 인상적인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베이스다.

🥦 Maxwell - Sumthin' Sumthin'

인정한다. 앞선 두 곡이 길긴 길다. 너무 길었다면 유감이다. 이번 곡은 무난하고 쉽다! 옛날에 어느 베이시스트가 이런 말을 남겼다. "베이시스트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우리 중에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베이시스트란 항상 무대 맨 뒤에서 연주하는 뚱뚱한 녀석이었다." 이 말을 한 사람이 결국 베이스를 잡게 되었다. 그가 누구냐면,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다. 비틀스(The Beatles)의 폴 매카트니. 주변에 기타와 베이스를 구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면 왜 폴 매카트니가 저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Roundabout>의 베이스 소리를 동사로 표현하라면 '육중하다'고 하겠다. 이번 곡은 섹시하다. 네오 소울(Neo Soul) 대표 뮤지션인 맥스웰(Maxwell)의 <Sumthin' Sumthin'>이다. 베이시스트 마이크 닐(Mike Neal)이 슬랩(Slap)과 핑거 피킹을 오가면서 요염하고 끈적한 그루브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슬랩 주법이 뭔지 잠깐 짚고 넘어가자. 이 곡 베이스가 '뚱땍'하는 소리를 자주 내는데 그게 슬랩 소리다. '뚱'은 엄지로 줄을 때려서, '땍'은 검지 또는 중지로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 슬랩으로 연주하면 리듬감이 확 산다.

<Sumthin' Sumthin'>까지 이번에 소개한 세 곡은 모두 베이스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베이스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곡이라고 해서 베이스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악기로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설령 잘 들리지 않더라도 베이스가 없으면 십중팔구 음악이 휑해진다. 이는 공연장에 가보면 대번에 실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음악에 박자를 불어넣는 드럼과 기타나 피아노 같은 멜로디 악기를 잇는 것이 베이스다. 사람 몸으로 치자면 드럼이 골격이고 멜로디 악기가 손발이요, 베이스는 핏줄 같다고나 할까. 아, 얼굴은 물론 보컬이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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