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8] 🍄 혼자라고 느끼지 말아요

까마득한 5년 전, 2017년 이맘때의 저는 인생에서 가장 고독한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학업, 직장, 관계, 모든 것에 실패하고 있었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몸은 살아있어도 마음은 멈춘 것만 같았죠. 그 어느 것에도 보호받고 있지 못한 느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자 오랫동안 멈췄던 마음이 다시 뛰기 시작했어요. 바로 오로라 사진이었습니다. 무슨 이끌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진 속 오로라를 반드시 직접 두 눈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길로 바로 친구 2명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로라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떠난 캐나다 화이트호스에서 마침내 저는 생애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파도처럼 물결치듯 일렁이는 푸른빛 오로라에 사진은커녕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죠. 영하 25도의 날씨였지만 오로라를 본 순간만큼은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에 보호받는 느낌,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기억에 위로를 받습니다. 바쁘고 지치는 삶의 순간마다, 또다시 고독을 느끼는 순간마다 5년 전 그날 밤 바라본 오로라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면 혼자라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오늘은 그 시절 오로라를 바라보며 들었던 노래들을 소개 드릴게요. 오로라 여행을 전후로 들었던, 살아갈 용기를 주었던 노래들이지요. 구독자님께도 이런 노래들이 있다면 꼭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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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dplay - Amazing Day

오로라 여행 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Coldplay의 노래는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가장 애정이 가는 노래다. <Amazing Day>는 정규 7집 [A Head Full of Dreams]에 수록된 곡으로 그동안 내면의 감정에 대해서 노래했던 Coldplay가 본격적으로 전 인류가 공감할 만한 기본적인 가치를 노래하는 글로벌 밴드로 성장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생명을 담아 보내준 팬들의 영상으로 만들어진 이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삶(Life)과 삶(Live)의 정수가 느껴진다. 삶에 대한 욕구가 차오르고 살아감에 대한 동기가 채워진다. 그래, 이 세상은 정말 살아볼 만하고 경험할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은 곳이라는 벅찬 감동을 받는다. 가사 속 "Life has a beautiful, crazy design"이라는 표현은 오로라와 딱 맞았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삶과도 딱 맞았다. 

깊은 애정만큼이나 이 노래를 라이브로 꼭 듣고 싶었던 차에 소원이 이뤄졌다. 나는 오로라 여행을 마치고 약 1년 동안 캐나다에서 머물렀는데, 마침 그해 월드투어를 하던 Coldplay가 토론토에 방문한 것이다. 앞서 진행된 한국 공연에서의 셋리스트에는 <Amazing Day>가 빠져있어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근데 웬걸! 내가 관람했던 토론토 공연에서는 감동스럽게도 이 노래를 불러줬다. 길었던 오로라 여행의 시작부터 함께였던 이 노래에 방점이 찍힌 순간이었다.

🍄 커피소년 - 안녕 오로라(feat. 주하)

오로라 여행 노래로 '안녕 오로라'를 소개하는 것이 약간 하수처럼 느껴지려나?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 곡은 2017년 2월 오로라 여행을 한창 준비하던 그 시기에 마치 '운명처럼' 발매된 곡이기 때문이다. 커피소년만의 감성 어린 목소리가 오로라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와 어우러져 따뜻한 낭만을 채워준다. 사실 오로라는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방인 극지방에서만 만날 수 있다. 내가 방문했던 캐나다 화이트호스도 알래스카와 가까운 유콘(Yukon)준주에 속한 곳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오로라를 따뜻한 감성으로 인지하곤 한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오로라의 존재 이유를 느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 되는 태양은 가끔 자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사능을 곁들인 강력한 에너지, 태양풍을 뿜어낸다. 원래대로라면 태양풍을 맞는 태양계의 생명은 죽음에 이르기 마련인데, 유일하게 오직 지구에 사는 생명들만이 이 태양풍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구 자기장이 날아오는 태양풍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극지방으로 끌어가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때 태양풍의 에너지 입자들이 극지방에서 대기로 떨어지며 발생하는 현상이 바로 오로라인 것이다.

즉, 오로라는 지구가 태양풍으로부터 이 땅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오로라로 우리는 Mother Earth로부터 보호받고 있음을 느낀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에서 느끼는 가장 따뜻한 위로. 오로라는 그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것이다.  

🍄 하림 -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

오로라 여행을 마치고 평범한 일상을 살던 어느 날, 오랜만에 하림의 2집 앨범을 들었다. 평소에도 워낙 좋아하던 가수라 가사를 흥얼거리며 트랙을 이어가던 중 이 노래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가 가슴속 깊은 곳에 버튼을 눌렀다. 순간 오로라 여행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마치 향기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 여행을 생각하면 마치 오로라가 나를 부른 것 같았다. 무기력하게 지쳐있던 나에게 우연히 오로라 사진을 발견하게 하고, 무작정 캐나다로 날아가게 했다. 그리고 '혹시 오로라를 못 보면 어떡하지?'라는 우려를 불식하듯 너무나 당연하게, 사실 별것 아니라는 듯 오로라는 나타났고 나를 반겨주었다. 

내 인생에서 오로라를 목격한 것만큼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던 2017년 3월 오로라의 초대장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영웅담처럼 평생 꺼내어볼 추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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