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7] 🍄 놓치지 말아요! 애니메이션 속 그 노래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로이🍄입니다. 건강한 한주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며칠 간 지독한 감기로 꽤나 고생을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몸이 으스스 떨려오더니 결국 앓아눕고 말았어요. 다행히 코로나19나 독감은 아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독한 몸살과 코감기로 어디 움직이지 못한 채 사흘 동안 집에만 칩거했지요. 감기로 고생을 하고 나서야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부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그리고 든든한 식사로 구독자님은 감기 걱정 없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기로 고생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꽤나 중요한 이벤트를 치르고 왔는데요. 바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왔답니다. 아마 그 시절 만화책을 보고 자란 분이라면 대부분 슬램덩크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저 역시도 그랬어요. 만화책으로만 보았던 명장면을 극장에서 새로운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대감이 엄청났죠. 게다가 어린 시절 만화가를 꿈꿨던 저에게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신의 영역이라고 부를 만큼의 뛰어난 작화력을 가진 경외의 대상이었기에 그가 직접 디렉팅을 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컸답니다.

영화는 무척 만족스러웠고 매우 재미 있었습니다! 슬램덩크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스토리, 작화, 연출 모두 마음에 들었는데요. 어쩌면 필승 공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청춘 + 스포츠가 결합된 가슴 뜨거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주요한 순간마다 들렸던 OST들이 장작에 화력을 더해줬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애니메이션 OST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유명한 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를 가져와봤습니다. 이 노래가 여기서 나온 노래였어? 하는 노래들도 있을 겁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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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Birthday - LOVE ROCKETS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러 간 그날,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좌석에 앉았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어떻게 표현될까? 이윽고 영화가 시작되더니 캔버스 같은 하얀 배경이 나타났다. 스케치가 그려진다. 마치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도화지에 직접 펜으로 그려내는 듯한 연출이다. 그의 날카롭고도 살아있는 펜 터치가 대형 극장 화면에서 거칠게 움직인다. 펜은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 서태웅, 그리고 강백호까지 북산고등학교의 주전 5인의 라인업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나 코트로 걸어 나왔다. 됐다! 됐어! 이걸로 충분히 성불했다. 

아마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이 장면에서 감탄했을 것이다. 이 장면은 극장판 감독을 직접 맡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선언과도 같이 보였다. 과거 TV판 애니메이션의 작화와 연출에 아쉬움이 있었던 그는 이번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직접 맡는다는 조건으로 이번 영화의 제작사인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해당 시퀀스는 그가 이제부터 진짜 슬램덩크를 보여주겠다는 관객을 향한 자신감 넘치는 퍼포먼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에 순간 함께 들렸던 오프닝 곡 The Birthday의 <LOVE ROCKET>이 더해져 RPM이 폭발했다.

<LOVE ROCKET>은 개러지(Garage) 감성이 가득한 곡인데, 베이스부터 시작해 악기들이 하나씩 쌓여가는 도입부가 마치 엔진 RPM을 점점 올리는 것 같은 고동을 준다. 앞서 설명한 슬램덩크 속 장면도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추가되면서 5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아마 영화의 메인 OST는 예고편과 극 중에서 더 자주 쓰였던 엔딩곡 10-FEET의 <第ゼロ感>이었을 테지만, 시퀀스의 임팩트와 음악의 압도감으로는 <LOVE ROCKET>이 더 취향에 맞는다. 여담으로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평소부터 The Birthday의 팬이었다고 한다. 몰아치는 연주와 달리 노래 가사는 상당히 귀엽다.

🍄 칸노 요코 - Tank! [카우보이 비밥]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은 몰라도 이 노래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각종 예능을 비롯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말 많이 쓰인 노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Tank!>를 007 시리즈 주제가 이거나 외화 탐정물의 주제가 등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애니메이션 OST로 예상하지 못할 만큼 음악의 퀄리티가 높기 때문일 테다. 다양한 악기들이 어우러져 재즈 특유의 Jam을 이뤄내는 하모니가 매력적인 곡이다. 미국의 한 재즈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한 버전도 있으니 꼭 들어보자!

사실 칸노 요코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음악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대단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다. 대표작으로서 <카우보이 비밥>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코에이 게임 <대항해시대>, <신장의 야망> 시리즈, 실사영화판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이 있다. 카우보이 비밥 외에 다른 추천작을 뽑으라면 대항해시대 OST를 들어보자. 코흘리개 시절 아재들의 추억을 자극해 눈물 흘리게 하는 명작이다. 우리의 주호민 선생도 직접 대항해시대 수록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다시 돌아가서 <카우보이 비밥>은 애니메이션 자체도 정말 잘 만든 수작이다. 가까운 미래,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 다른 행성에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스피겔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SF 느와르 장르의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이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거운 밸런스 있는 각 에피소드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도 관련이 있어 여운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아직 못 본 사람들이 있다면 꼭 한번 정주행하길 바란다. (아! 넷플릭스 실사판은 보지 말기로 하자...)

🍄 보아 - Every Heart [이누야샤]

아마 2000년대 초반 투니버스 채널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라면, 애니메이션 <이누야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누야샤>는 현대 시대의 소녀가 일본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하여 주인공 요괴들과 함께 악한 요괴들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작중 배경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모두 일본 전통 시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유독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어느 정도 인기였냐하면, 2004년 투니버스가 자체 홈페이지에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이누야샤>가 그 해 작품상, 남우주연상, 어우주연상, 성우상, 가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속 장소, 최고커플상, 최고얼짱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한 것이다. 투표에는 무려 1만 9000여명이 참여했다. '가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속 장소 상'이라니. 잘 만든 애니메이션 한 편이 외국인 관광활성화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한 셈이다.

한편으로 <이누야샤>는 SM엔터테인먼트와도 꽤나 관계가 있는데, 당시 많은 SM 소속 가수들의 노래가 이누야샤의 오프닝 혹은 엔딩곡으로 쓰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아의 <Every Heart>. 이 경우는 국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일본에서 발표된 싱글이 현지에서의 엔딩 노래로 쓰였고, 후에 우리말 가사로 만들어져 국내 애니메이션에도 동일하게 수록된 경우다. 이제 와 다시 생각해 보면 이누야샤의 스토리에 엔딩곡으로 보아의 <Every Heart>라면, 그 시대 소년소녀들의 감성이 폭발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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