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6] 🍄 지구 열대야를 여는 첫 여름을 보내며

안녕하세요, 구독자 로이🍄 입니다. 정말 안녕히 잘 지내고 계시지요? 요즘 여러 가지로 마음이 좋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는지라 진심으로 우리 PRIIISM 구독자 분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저는 한창 무더운 여름, 잠시 휴가를 다녀와 밀린 업무를 처리하며 바쁜 한 주를 보냈습니다. 휴가는 통영으로 다녀왔는데요. 오랜만에 넓고 깊은 바다도 마음껏 보고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다시 없을 가장 시원한 여름을 즐기고 왔답니다. 

이번 여름 너무 더워 힘들었는데,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니 무슨 말이냐고요? 얼마 전 나사(NASA)의 한 기후과학자가 "지금 우리는 앞으로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서늘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죠.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웃픈 말이었습니다. 올 여름 이렇게 더웠는데, 내년 여름엔 더 더워질 예정이라니 놀랍고 두렵고 서글프네요.

많은 노래가 계절을 소재로 이야기를 합니다. 사랑을 계절에 빗대어 보기도 하고, 계절감을 느끼며 떠오르는 감정을 노래로 표현해 보기도 합니다. 구독자 님은 여름에 어떤 노래가 떠오르시나요? 입추도 지나고 오늘부터 시작된 태풍 카눈(부디 무사히 지나가길)도 지나면 여름은 슬며시 우리에게 내년을 기약하며 잠시 동안의 안녕을 고할 겁니다. 부디 우리 모두 안녕한 여름을 기대하며, 여름을 추억할 노래들을 서로 나누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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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석 - 여름날의 추억

휴가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다. 올해로 3년 연속으로 여름 통영을 방문했다. 한동안 끊임없이 방문했던 경주를 뒤로하고 언젠가부터 통영에 빠진 이유는 단순했다.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다와 산은 충분히 즐겼는데, 바다에 떠 있는 산은 즐기지 못한 것 같다. 그래, 올해는 섬을 가봐야겠다! 통영 여행 3회차 만에 처음으로 '비진도'로 섬 여행을 떠났다. 

통영항에서 배로 40분 정도만 가면 '비진도'를 만날 수 있다. 통영이 자랑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뱃길부터 이미 여름 한가운데 들어왔음을 충분히 느꼈다. 비진도는 큰 두 섬이 마치 숫자 8 또는 모래시계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이어져 있는데, 외항에 내려 해수욕장까지 걸어가는 두 섬을 이어주는 좁은 비진도길을 걸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 황홀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비진도해수욕장에서 뜨거운 햇살과 함께 해수욕을 즐겼다. 남해 한가운데 섬에서의 해수욕이라니, 당일치기로 온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다. 다음에는 무조건 비진도에서 1박을 해야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통영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에 몸을 실었다. 올해도 더 건강하게, 안녕하게 지내고 내일 여름에 다시 비진도로 와야지. 나의 여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추억으로 남지 않도록 말이다.

🍄 김동률 - 여름의 끝자락 (feat. 김정원)

선풍기를 돌려도, 에어컨을 틀어도 도무지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게다가 도대체 우리 집 주변에는 무슨 까닭에서인지 동네 매미가 다 모여 합창대회를 연다. 거의 돌비 아트모스 급이다. 열대야에 잠 못 이뤄 뒤척이다 결국 이어폰을 꼈다. 자장가라도 들어야하겠어 애플뮤직을 뒤적이다 김동률의 <여름의 끝자락>을 발견하고 꾹 눌렀다. 김동률의 감미롭고 굳건한 목소리,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따뜻한 선율이 내 마음에 순식간에 평안을 가져다준다.

듣기만 해도 평안을 주는 노래가 얼마나 있을까? 나에겐 김동률의 노래가 그렇다. 불 같이 타오르는 마음에, 서글퍼 펑펑 울고 싶은 억울함에, 새털처럼 가벼워 경거망동하는 몸짓에, 김동률의 노래는 평안과 평정을 준다. 제목 그대로 여름의 끝자락에 뜨거웠던 하루하루를 노래에 실어 보내주고, 차분한 가을을 맞이하기에 제격인 노래다.

김동률은 오는 10월, 4년 만에 콘서트를 개최한다. SNS를 통해 가장 대중적인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풍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히트곡을 들을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이렇게 피아노와 김동률만의 목소리로 이뤄진 소담한 명곡들도 중간 중간에 하나씩 껴주길 기대해 본다.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여름밤

그렇다. 하수처럼 '여름' 단어가 들어간 노래 세 곡을 가져왔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여름밤>이라는 곡으로 여름을 떠나보내는 살풀이를 해보련다. 서문에서 나사(NASA)의 한 기후과학자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에 앞서 UN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의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을 1940년 관측 이후 가장 무더운 여름이었다고 발표했다. 기후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당면한 문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선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기후 위기 아젠다와 지구 보존 운동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라며, "그때 이야기한 다음 세대가 바로 '지금 우리 세대'라고 꼬집었다. 나 역시도 조금만 더워지면 에어컨부터 켜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타며 온실가스 배출에 이바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올 여름은 무언가 경종이 울리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여름밤 해변에 누워 파도 소리를 듣고 지구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지금 이 순간 잠깐 누릴 수 있는 찰나의 행복이 되지 않길.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행동할 수 있는 건 행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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