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바람 수상한 거리에 어느새/돌연 등장한 그 이름(들)에 대하여

구독자시간이 흐른다는 것, 꼭 11월이라 하는 말은 아니지만요, 사람에 대입해보면 역시나 나이를 먹는다가 아닐까 싶어요. 지난 목요일 수능이 있던 날에 전 외출 후 왜인지 컨디션이 좋지않아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는데요. 무언가 단순히 피로하다거나 몸이 좋지 않다는 것 외의 다른 감각이 좀 들었던 것도 같아요. 제가 수능을 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끝난 줄 알았던 감기 기운이 아직 좀 남아있었거나 아마도 그런 일이었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감으면 바로 잠이 들어버렸거든요(평소 전혀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방 안에 틀어놓은 라디오(kbs 클래식 fm에 고정되어 있는)를 열 시간 넘게 들으며 자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이런 경우 문득 눈을 떴을 때 들리는 말이, 새삼 남다르게 다가온다 느껴지지 않나요.더구나 그 때의 그 말이란, 바로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대해서였거든요. 꽃이 지고난 다음 시작하는 잎의 시간을 생각하는 것, 앞서 걷는 사람보다 뒤에 몇 걸음 떨어져 걷는 사람을 돌아보는 일,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보다 보이지 않는 노력을 살펴볼 줄 아는 사람. 전 작가 님 글쏨시에 그저 감탄을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른다는 건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서 생활이란 물가에 앉아 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런 건, 어김없이 우리의 발자국으로 남겠죠.

얼마 전 레터로 이야기했던 상업 쇼핑몰 '루미네'가 유니폼을 보다 캐주얼하게, 생활 속에 부대낌없이 스며들 수 있도록 일신한 것에 이어 이번엔 항공사 '일본항공'이 승무원에게 스니커 착용을 허용했나봐요. 일부에선 임원 중 여성이 발탁된 게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던데, 일단은 장시간 공중에서 일을 하는 이들에게 피로 절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거에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곧 나이를 먹으며 신발 또한 우리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던가요? 개인적으로 전 운동화를 사본 적이 별로 없고(회사에 다닐 때는 주로 받곤 했어요) 대부분 실용성 보다 멋을 찾아 패션 브랜드의 스니커즈를 구매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런 신발들이란 대체로 착화감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지 공통되게 무겁잖아요. 고로 '발 아프다' 매일같이 앓는 소리하는 저에겐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신발이었던 셈인데, 점점 가볍고 지치지 않는 신발을 찾는 건, 아마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의 나에 대한 증명일테겠죠? 요즘은 리커버리 웨어, 러닝 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신발도 유독 편함으로 다시 이야기되는 시절에, 구독자님 시간이 흐른다는 건 걸어온 날들의 피로를 지나 하나의 성과를, 열매를 돌아보게 하는 날이기도 할까요. 다소 생소하지만 유도에 기반을 두고,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등도 아울러 20년 넘게 모던한 방식으로 유도술을 재구축,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온 미국의 쥬지츠 스타일 브랜드 Shoyoroll이 이번엔 스니커의 정석 Old Skool 36을 자기들 방식으로 재해석, 신제품을 선보였어요. 맨발에 스니커즈, 각자의 생활에 걸맞은 가장 자연스러운 신발이란 게 아마 이미 정해져 있는지 모르겠어요.

🍵 유행이 유행이라 가장 쉽게 실감하게 되는 일, 어쩌면 편의점 진열대를 보면 알 것도 같아요. 얼마 전 일본의 편의점 '로손'이 교토의 그야말로 대표적 녹차 산지 우지(宇治)시의 노포 차 브랜드 '모리한(森半)'의 맛챠를 사용한 드링크 제품을 출시했어요. '모리한(森半)'의 차시(茶師, 차의 기술 장인)가 엄선한 우지 맛차의 맛을 즐길 수 있는 2종이었는데요, 그런데 모두 다 라테. 아마 근래의 유행 탓이겠죠? '우지맛챠 라테'와 농도를 조금 더 진하게 '농후한 우지 맛차 라테' 2종이고, 교토에 가지 않아도 도쿄의 아무 골목 편의점이라면 그 맛챠를 즐길 수 있는, 간단히 말해 유행이 우리 곁을 지나는 무렵의 생기는 티타임. 가격은 288과 388엔. 약 30%의 차이일까요. 388엔의 경우 맛챠의 농도가 2배라 하는데, 그야말로 맛챠 품귀 시절이기도 한가 보아요.  

 ✈️ JAL의 스니커즈와 ANA의 공항의 소리 

그리고 이번엔 'JAL'이 아닌, 'ANA'의 이야기. 아마 코로나 즈음 이와 같은 일들이 자연스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던 것도 같은데요, 지금은 공항이 다시 에전처럼 일상 곁에 다가온 상황에 얼마 전 all nippon airline, 아나가 하네다 공항에서의 소리를 그대로 담아 유튜브 공개했어요. 그리고는 위의 문장을 더했는데요. 공항이라면 늘, 코로나 이전이든 그리고 지금이든 마음 설레게 하는 어딘가로 떠난다는 설렘만이 가득한 일상 속 비일상의 경계인지라, 그곳의 분위기란 언제든 갖고 싶어지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영상을 보면 딱히 이렇다할 멜로디가 있는 음악이 아닌, 공항에서 들리는 이러저러한 잡음들, 타임테이블의 차임벨 소리거나 안내 멘트를 일본어-그리고 영어 순으로 아나운스 하는 방송음, 그에 더해 정말 공항일 것 같은, 그곳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공항의 생활 소음들이 가득이에요. 그리고 '아나'는 일을 할 때의 배경 음악으로의 사용을 권하기도 하는데, 구독자님 어떤 기분일까요? 최근 '일본항공'의 승무원에게 스니커 착용을 허락한 예도 그러하고, 지금의 하네다 공항을 유튜브 내로 중계 시작한 '아나'의 사례도 다시 한번 공항의, 그리고 여행의 보다 일상다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지는 게 이를 접하는 첫 인상일 것 같아요. 영상은 제2터미널 국제선 로미 그리고 아나 비젼(전광판)을 돌아 2터미널 국내선 로비 순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요, 타이틀은 ANA로 여행 기분을 맛보는 하네다 공항의 소리.' 여행 곁에 'ANA'를 각인시키는 작업이었을까요. 단, 소리를 경유해서 말이에요.

 📷 K 패션과 IP, '어패럴 코닥'이 어쩐 일인가요? 

전 아직 어패럴 코닥의 매장을 직접 보지 못했는데요, 국내를 포함 아시아 권에 이미 100여 곳이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숫자상으로 분명 카메라 기업에서 의류 브랜드로의 전환이 이뤄진 게 아닐까 싶은, 지금은 바야흐로 그런 시대가 아닌가 싶은 실감이 드는 것도 같아요.

1988년 뉴욕주 체스터에서 탄생해 가장 처음으로 컬러 필름과 롤 필름을 개발 사진의 대중화를 이뤄냈고, 시대가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을 한 뒤에도 노스탤지아와 아날로그의 유산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이름, 그런데 어쩐지 요즘은 길가의 그와 그들의 아우터, 티셔츠, 가방이나 모자 등에서 더 자주보게 된 브랜드 구독자님 KODAK을 기억할까요. 텍스트에서 이미지, 필름에서 디지털로 시대가 전환한 뒤 소위 사양 산업이라 불리우며 사라져간 이름 중 하나가 아마도 '후지' 그리고 '코닥'일 것 같아요. 특히나 '코닥'의 경우 처음으로 필름이란 걸 만들어 카메라의 보급화에 힘을 보탠 이름인 만큼 지나버린 세월의 상징과도 같다 느끼는데요. 그런데 요즘엔 왜 어떤 이유로 티셔츠와 다운, 그리고 가방과 같이 패션 아이테에 '코닥'이란 이름이 새겨지는 걸까요. 이와 비슷한 예로 대표적인 캠핑 카 'JEEP'도 그렇고, 또 하나는 세계적 예행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피' 또한 좀 다른 용도로 쓰여지고 있는 이름, 브랜드인 것 같아요. 추측 가능한 건 브랜드 명을 하나의 IP로 활용하고 있는 예인가 싶은데요, 지난 11월 6일부터 3일간 도쿄 시부야에서는 '코닥'의 팝업이 열렸어요. 엄밀히 말하면 '코닥'에서 이름만 남긴, 그에 더해 필름이 아닌 옷, 어패럴의 코닥이 도쿄 시부야의 대표적 상업 복합 시설 '파르코'에서 진행되었는데요.

Back to the 90s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레트로한 사진과 그래픽 그리고 브랜드의 상징 컬러와 같은 노랑을 기조로 한 공간에 지금의 한국에서 잘 팔려가는 '코닥'의 옷들이 소개된 자리였어요. 개인적으로 사진관이나 자동차 매장, 또는 여행 관련 점포에서 보아야 할 이름들이 우리 가장 가까이 옷장 안에 들어오게 된 이유가 궁금했었거든요. 하지만 세월을 되돌려보면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사진의 급속도로 디지털화와 그에 따른 필름 시장의 축소로 '코닥'은 2012년 경영 파산 상태가 되었고, 이후 기업의 규모를 대폭으로 축소한 뒤 '코닥'이란 브랜드를 지적재산 곧 IP로 등곡한 뒤 그에 연계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게 지금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의 어패럴 관련 사업을, 라인센스 계약을 맺고  주도하고 있는 게 한국 기업 Hilight Brands에요. 스포츠 브랜드 DIADORA랄지, MALBON GOLF, 아웃도어 브랜드 SIERRA DESIGNS 등의 라인센스도 이 회사가 가지고 있다 하거든요. 말하자면 디지털화와 필름 시장으로 시장을 잃은 그 브랜드는 다만 이름만이 남아 패션 업계에서 다시 활약을 하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하이라이트 브랜즈'가 이끄는 지금의 '코닥'은, 길에서 자주 마주치는 것만 보아도 나름 성공이라 할 수 있잖아요. 현재 명동과 성수동에 기간점을, 그리고 여의도 현대와 신세계 등에도 매장을 갖고있고, 국외로도 홍콩, 대만 그리고 중국에 점포가 있다고 하는데, 실제 매출의 성격을 보면 8~9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라고도 해요

 필름이 아닌 옷이 되어 하는 말; 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

시부야 파르코 팝업 현장과 하라쥬쿠의 일본 내 첫 로드숍

그에 더해 이번 일본 도쿄에서의 팝업을 계기로 브랜드 인지도 구축 작업을 이어가고, 알고보면 올해 5월에 이미 도쿄 하라주쿠에 노면점을 오픈한 바 있어요. '하라주쿠 지점을 기점으로 한정 라인이나 크리에이터와의 콜라보 등을 포함, 인지도 면에서 더욱 성장할 여지가 있다'라고, '하이라이츠 브랜즈'의 사업 총괄 고상현 씨는 말해요. 근래 더욱 가속화되는 K-패션의 보다 넓은 범위에서의 진출한 예시가 될 것 같은데요, 이전 '파르코'에서 성공리에 팝업을 진행한 '더 현대'와 같은 경우,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주축이 되었거나 패션에 보다 중심을 둔 것들이었다면, '코닥'을 그에 반해 저렴한 가격과 보편성, 캐쥬얼함으로 대변되는 옷이기도 하니까요. 또 하나, 이전 상품과 디자인 등으로 소비되던 브랜드가 아닌 IP의 개념에서 지속 가능해진, 실제 장사를 하고 있는 브랜드의 실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더구나 고 씨의 말에 의하면 이는 단지 '코닥'이란 브랜드 명만을 빌려온 것이 아니라, 130년에 달하는 브랜드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모두 포함하는 계약'이었다고 하거든요. 말하자면 '코닥'이 소유한 사진으로서의 자산을 앞으로의 어패럴 코닥'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고 씨는 '상품 뿐 아니라 점포 디자인이나 마케팅에 있어서도 융합해 갈 계획'이라 밝혔어요.

구독자님, 어떤가요. 저는 코닥이, 지프가 내셔널 지오그래피가 그 로고가 패딩과 가방, 후드 티셔츠에 붙어있었을 때, 설명되지 않는 브랜드 저작권이 내내 맘에 걸렸었거든요. 하지만 어쩌면 그건 시대와 시대 사이의 부대낌이었을까요. 단순히 레트로와 노스탤지어로 소환되는 올드 네임이 아닌, 지적 재산으로서 엄연히 오늘의 매대를 채우는, 아이템으로서 아이디어와 디자인, 그리고 새로 찾은 용도로서 살아가는 코닥은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잊지만 말아줘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 살아볼게요'라고 말이에요.

 ⏲️ 브랜드와 브랜드가 아닌, 우리의 몸과 그 너머의 이야기 

시계 상부에는 타이멕스가, 그리고 하단에는 마르지엘라 고유의 뉴메릭(NUMERIC) 로고가 새겨져 있어요. 그 덕에 조금은 악세서리처럼 느껴질까요.

갤럭시 스마트폰의 톰포드 버젼이 있는 것처럼, 애플 스마트워치의 에르메스 밴드 스트링이 발매되었던 것과 같이 이번에는 아날로그와의 협업일까요? 얼마 전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가 시계 브랜드 '타이멕스'와 다시 협업 2025년 겨울 콜렉션 상품들을 공개했어요. 지난 24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의 작업이고 전과 마찬가질 '유틸리티와 디자인의 경계'를 콘셉트로, 타이멕스의 기술과 마르지엘라의 디자인 감각을 버무린 시계가 만들어졌는데요. 구체적으로는 '타이멕스'의 T80디지털 워치를 '마르지엘라'의 디자인 철학, 자발성과 개성, 자기 표현을 축으로 하는 포맷으로 재구축했고, 그런 이유로 패션 브랜드의 옷을 입고도 이전의 기능들은 그대로 재현하는데요. 가령, 어두운 곳에서도 시야가 확보 가능한 인디글로 나이트 라이트(indiglo night light) 기능을 모두 탑재하고 있고(예전에 버튼을 누르면 액정에 불이 켜지면서 밤에도 시간을 볼 수 있는, 기억하나요), 케이스는 폴리쉬 가공을 한 스텐레스 스틸을 사용했다 해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얼마 전 이야기했던 '카시오'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손목이 아닌,

손가락에 착용하는 '엑스팬션 밴드' 아이템도 출시, 소위 손가락 시계가 만들어져 버린 거에요. 그리고 '타이멕스'와 '마르지엘라'는 이를 통해 시간을 확인하는 체스쳐의 재정의를 모색한다는 말을 했거든요. 이전 레터에서 말한 것과 같이 손목이 아닌 다른 부위에  시계가 채워질 때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단순한 브랜드 간의 콜라보가 아닌, 우리 몸의 사용에 대한 재인식과 재발견의 작업으로 과연 이어질까요. 

 💕 상상 반스푼, 그리고 나머지의 로직 HUMAN MADE 

지난 레터에서 이야기했던 주로 그래픽 디자인으로 더욱 친근한, 하지만 이젠 '겐조'의 수장이자 'A BATHING APE®︎'로 스트리트 패션을 일약 대중의 시장으로 확장시켰던 NIGO®의 또 하나의 브랜드 HUMAN MADE의 주식 상장 이야기. 구독자님 기억할까요. 개인적으로는 근래 거리를 다니다 보면 가슴에 하트 모양과 브랜드 이름이 적힌 이 휴먼메이드 제품을 종종 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느끼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실 패션 브랜드의 상장, 남다른 맥락을 지니기도 하잖아요. 디자이너 중심의 크리에이터가 기반이 되어 운용되는 패션 브랜드는 일면 경영이랄지 일반 기업 관리에 있어 자유분방한 나머지 다소 허술한, 고로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체제에 머문다는 난점이 오래오래 제기되는 가운데, 그런데 상장을 한다는 건 오피셜 브랜드 경영의  투명화와 보다 체계적 관리에 의한 크리에이티브를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마 한 단계 더 큰 '필드'로의 확대일 것이고, 나아가 대중의 관점에서는 보다 신뢰가 가능한, 한 철 인기나 유행으로 팔리고 만들어지는 브랜드는 아니란 일종의 신뢰감을 갖게 되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상장이란 건 그 브랜드의 오늘에 대해 매출과 수익이 진짜 어느 정도인지 밖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며 알 수 있게 되기도 해요. 이번 'HUMAN MADE'만 해도 지난 11월 27일 '토우쇼 글로스 시장(東証グロース市場, 주로 성장기 기대되는 종목들이 여기에 분류돼요)'에 상장하며 공개된 '유가증권보고서(有価証券報告書)'에 따르면,

2010년 창업한 '휴먼메이드'의 매출액은 2025년 1월기 112억, 영업 이익은 31억엔으로 모두 지난 분기 대비 크게 성장했어요. 물론 다분히 니고 씨의 세계적인 명성 때문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세세히 들여다보면 코로나 기간 중 저점을 찍었던 2021년 1월기 18억엔을 기점으로 22년 32억엔, 23년 54억엔 그리고 24년 83억엔과 25년 112억엔 상승의 폭이 단 5년 내 10배 단위잖아요. 그리고 26년에는 136억엔을 기대한다고 하는데, 이게 단지 니고 씨의 명성 때문일까요. 이름의 셀레브리티만으로 아마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숫자란 생각이 여지없이 드는 대목이에요. 일단 '휴먼메이드'의 매출 구성을 보면 일본 국내가 71.5%, 그리고 해외가 28.% 정도를 차지해요. 그에 더해 영업 이익율은 27%를 넘는 수치인데 이는 패션 업계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거든요. 더구나 광고나 대형 프로모션을 거의 하지 않는 브랜드의 성격을 돌아보면, 판매 광고비랄지 기타 부가 비용등을 절감하며 만들어낸 실적이라 예상할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말해 볼 수 있는 건 브랜드 '휴먼메이드'가 실행하고 있는 자사 나름의 제작과 판매 그리고 브랜드의 경영 방식일 텐데요. 실제로 이번 상장을 통해 드러난 바들을 종합하면 ⓵ 먼저 판매에 있어, '휴먼메이드'는 100% 정가 판매를 실천해요. 이건 브랜드 런칭 때부터 변함없이 일관되게 지속되는 부분이고, 그 바탕에는 ➊ 직판을 중시하는 판매 채널의 구조인데요. 매출의 비중이 직영 점포(48％)와 자사 EC(33％)를 더해 81%에나 달하고, 나머지 도매는 19%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것. 그래서 판매 가격을 브랜드가 주축이 되어 결정할 수 있고, 더불어 주체적 ➋ 재고 관리를 바탕으로 '팔리는 만큼만 만든다'를 실천해갈 수 있는 구조인 셈이에요. 말하자면 판매의 정석, 하지만 리테일 업계에선 매우 고난위도의 모델이라 불러요.

 💸 정가 판매 100% 성장률 52%의 어패럴 '팔리는 만큼 만들다' 

매출이 근 3년간 3.4배나 뛰었다는 건, 분명 우상주겠죠?

그리고 이번에는 ⓶생산의 방식. 아마 많은 브랜드가 특히나 스파 브랜드의 시작 이후 더욱 많은 어패럴 생산은 주로 대규모급 상사나 OEM 회사를 통한 '통생산'을 따르고 있는 것과 달리, ➊ '휴먼메이드'의 거래처는 하나같이 소재와 가공의 전문 업자들이란 걸 알 수 있어요. 니트에 한정 생산을 하는 '한화흥업(阪和興業)이랄지, 텍스타일 제작에 전문성을 갖는 'GuildWorks', 섬유 생산업체 '토요시마(豊島)'와 의류에 부속품으로 쓰이는 지퍼나 버튼 등의 재료를 제작하는 '코와산업(弘和産業)' 그리고 전 '미츠비시 상사 패션(三菱商事ファッション)'이자 실부터 섬유, 편직물까지 옷과 관련 총괄적 소재 개발과 생산을 하는 현 'MCFasion'까지 생산 관련 주요 거래처들이 개발자 또는 전문 직공들과 직접 연결을 통한 '조달 구조'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다시 말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는 것과 같이 '통발주'를 통한 생산이 아닌, ➋ 기지와 가공 단계부터 브랜드가 직접 참여 주도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좋은 옷을 만들어짜내다' 체재를 구축했다는 이야기일텐데요. 그리고 이런 게 아마 올타임 풀-프라이스로 판매함에 대한 설득력, 신뢰감을 만들어주겠죠. 그래서 '휴먼메이드'의 옷들은..좀 비싸잖아요. 딱히 명품도 아니고 '꼼데 갸르송'이나 '요지 야마모토'처럼 3대 쇼에서 흥행을 한 브랜드도 아니면서 그 못지 않은 가격대. 하지만 위와 같은 생산 공정의 시스템이 받침이 되어 있다는 걸 감안하면, 아마 그럴 만한 가격대라 말해볼 수 있을까요.

곧 오픈할 강나구 압구정의 '휴먼메이드' 매장(左)과 홍콩에서의 '휴먼메이드'

특히나 '휴먼메이드'의 소위 상징 아이템이라 할 셀비지 데님의 경우, 구식 직기(旧式織機)로 고집하느라 기지를 생산하는데만 통상의 몇 배나 되는 시간이 소요되고 바지에 새겨진 종이 소재 팻치는 세탁을 할수록 서서히 벗겨지며 마지막 하트 모양의 스티치로 변하는 과정을 감추고 있기도 하거든요.  그에 더해 브랜드의 지주이기도 한 KAWS나 VERDY 그리고 LEVI’S나 NIKE 등 유명 아티스트 그리고 브랜드와의 지속적인 협업은 또한 브랜드의 가치를 올려주는 매개가 되고 있겠죠. 나아가 앞서 '코닥'의 사례로 이야기한 그에 따른 다양한 지적재산들 또한 브랜드 '휴먼메이드'를 만들고 구성하는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 건데요. 이를 아울러 '휴먼메이드'의 ➂ 비즈니스 모델을 정리해본다면 아마 '크리에이티브 중심'이라 할 거에요.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NIGO®가 보유하는 NIGOLD가 43.42%, 그리고 개인으로는 그 다음으로 많은 게 미국의 팝 뮤지션 퍼렐 윌리암스(25.70%) 뒤이어 NIGO®씨 본인(19.49%)와 1% 미만이기는 하지만 KAWS(본명 브라이언 도네리)와 VERDY(본명 타나카 사토시) 정도거든요. 곧 주요 ➊ 주주의 성격이 모두 다 뮤지션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라는 것, 참 드분 케이스라 아니할 수 업어요. 패션 산업 전문지 'WWD'의 혼바시 요스케 에디터도 '패션 업계에서 극히 드문 예'라 말해요. 특히나 퍼렐과는 어드바이저 계약을, VERDYとKAWS 씨와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있으니 엄연히 일개 개인 주주라 할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와 반대로

 👨🏻‍🎓 퍼렐이 2대 주주 브랜드의 '의외로 치밀한 경영력' 

휴면메이드의 가동 방식이란, 1 상품 공급과 2 프로모션 정책 그리고 3 판매가 수시로 서로 오가며 상생 효과를 도출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어요.

또 한 편으로는 '휴먼메이드'는 ➋ 경영과 크리에이티브를 철저히 분리하고있어요. 상상력이 필요한 상품 개발 부분과 그를 관리할 경영 로직을 이분화 운용하는 셈인데요, 실제로 지난 해 최고 경영자 자리는 이전 NIGO®에서 현재 마츠누마 레이 씨로 변경, 처음으로 전문 경영인이-마츠누마 씨는 유니클로 출신이에요- 취임했고, 재무를 관리하는 CFO는 데로이트 토마츠 컨설팅(Deloitte Tohmatsu)의 야나기사 쥰이치씨가, 그리고 앞으로 더 중요시될 IP 전략 총괄자 CSO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산리오'의 하토야마 레이토 씨가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➌ 이분화, 상품력과 브랜드의 운용을 철저히 분리 운영함으로서 지금의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고 아마,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또 하나 더하면 만들어진 상품을 판매한 뒤,➃ '그 후'의 전략일 텐데요. 여기서는 아마도 크레이이티브 그리고 경영의 로직이 함께 도모되는 부분이라 하겠죠. '휴먼메이드'의 경우, 이번 '상장목론견서(上場目論見書, 상장 종목에 대해 의무로 제시되어야 할 설명)'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➊ 상품의 일련의 화제가 되는 과정 또한 전략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어요. 곧 판매가 시작된 후 셀러브리티나 KOL, 소위 Key Opinion Leader들이 그를 착용하고, 이후 SNS에서 확산이되면서 금방 매진이 되어버리는, 그리고 다시 2차 유통 공정을 가동시키는, 정리해 1차 판매→화제화 그리고 →재유통을 순환케하는 전략인 셈이에요.

휴먼메이드는 먼저 26년 여름 도쿄와 오사카에 규모가 큰 직영점을 ,그리고 이후 27년엔 도쿄 아오야마 지점을 포함 약 각각 9억 1600엔(도쿄) 5억 3300만엔(오사카)의 점포 투자액 또한 공개했어요.

물론 이는 사후의 벌어진 일에 대한 정리 그로부터의 전략을 세운 쪽에 더 가깝지만 이를 언어화, 가시화를 통해 앞으로의 생산에 반영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상장목론견서가 제시하는 상장 종목의 목표와 미래에 대한 세부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더불어 '판매하고 끝'이 아니라, 그를 관리하는 과정을 통해 소비자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살피는 일로도 연결이 되는 순한인 셈이에요. '휴먼메이드'는 앞으로 일본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 대한 확장 또한 언급했는데요, 하지만 그렇다는 건 규모가 더욱 커지고 곧 직접 판매와 생산에 다소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우려가 발생한다는 이야기. '휴먼메이드'의 'HUMAN(이)MADE' 계속 지속 가능한 스토리를 만들어줄까요.

 🧵 NIGO®다움과 'human-made' 사이 @APGUJEONG 

근래 그렇게 기세가 좋은 '휴먼 메이드'가 정식 한국에 진출해요. 오는 11월 22일 압구정 인근에 새로운 기간숍 'HUMAN MADE APGUJEONG'이 문을 여는 건데요, 매장은 빨간 벽돌 건축이 우리의 일반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데요, 브랜드 관계자는 '압구정에 대해 서울에서 트렌드의 발신지이자 패션과 아트, 다양한 컬쳐가 융합하는 거리'라 설명하며, 그 안에서 '휴먼 메이드'는 하나의 입구와 같이 한국의 스탠다드한 패션 안에 새로움을 더할 이름이 되어 갈 것'이라 말했어요. 매장의 외관은 정말 한국의 일반 주택 건축을 떠올리게 하는 매장은 단독 주택 그대로의 모습이고-근데 이걸 stand alone house라 썻어요-입구에는 녹음이 우거지는 장면을 연출했는데요, 첫 한국 매장의 콘셉트는 'The Future Is In The Past' 어찌보면 이미 한 철 지난 문화 패션의 발신지 압구정에 대한 소회를 드러낸 문장 같다고도 느껴져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래서 무엇을 파는가. 이번 오픈을 기념해서 애니멀 그래픽을 새겨넣은 플라이트 재킷을 비롯 티셔츠와 스웨트가 판매되고 그에 더해 다양한 패스 케이스(각종 정기권 등을 넣을 수 있겠죠)가 모두 6가지 모양으로 출시되어요. 요즘 패션 시장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소품이 더 주목받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죠. 그에 더해 압구정 한정 아이템으로 여러 콜라보 제품들도 예고했는데요(그 중 하나로 BTS J-Hope과의 아이템이 발표됐어요), 근래 급성장하는 듯한 브랜드이지면서도 '휴먼메이드'는 '놀이 기분 안에 숨쉬는 크래프트맨쉽'이란 걸 늘 강조해요. 곧 정말 중요한 건, 니고 씨의 명성도 '누가누가 입었다'도 아닌, 그 물건에 담긴 크래프트맨십, '만들고 그를 이용하며 살다'이겠죠. 이름부터가 Human-made, 왜 휴먼 메이드겠어요?

 🤴🏻 오늘은 더 오늘같고 내일은 알 수 없는 게 아마, 계절 아닐까요 

우리 동네 아파트엔 온통 잡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창을 열어보니 알록달록 빨갛고 노랗고. 그러고 보면 이제 막 어제인 것만 같던 봄날의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벚꽃 자리엔 언젠가부터 노란 은행잎과 빨간 빛의 단풍들이. 구독자님, 세월이란 어쩌면 알게 모르게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날들의 뒤늦은 발견과 같은 걸까요. 전 그제, 올 들어 가장 춥다고 하던 가을날 오랜만에 병원을 다녀오며 그야말로 혹독한 계절앓이를 하고 말았거든요. 오랜만인 탓인지 길어지는 병원에서의 대기 시작과 그 탓에 혹은 저의 오산으로 점심밥은 먹지도 못한 채 찬바람이 쌩쌩 부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치 혹산 계절의 첫 날을 맞이하고 귀가하는 것처럼도 생각됐어요. 결국 돌아와 몸져 누워버리고 말았지만 세월은 아마 그렇게 이곳에 도착을 했던가요? 근래 점점 더 가벼워지는, 필요 만을 남기고 덜어내기 시작한 의류 시장 내에서의 바람은 또 하나의 편의점発 한 벌을 만들어내는지 이번엔 '로손'이 캐쥬얼 패션 브랜드 'FREAK’S STORE'와 손을 잡고 지금 이 가을겨울철 입기에 적당한 니트 소재의 팬츠와 티셔츠 등등을 공개했거든요. 그리고 이건 벌써 3년째 5번째 콜라보 작업이 되는데요.

프릭스스토어+로손, 그래서 '로손프리크'란 이름이 새로 탄생했어요. 그리고 편의점에서 파는 니트라면 집에서의 세탁 쯤 가능해야 겠죠? 이름하여 우리집에서 빨 수 있는 12개 케이지 니트에요.

그렇게 곧 편의점이 펴내는 옷이라는 건 앞으로도 지속될 계절의 한 벌이 된다는 암시이기도 할 거에요. 그러고보니 어쩐지 올해는 가을 옷은 세상 구경도 못한 채 끝인 것만 같은데, 새로운 계절이란 그런 우리의 콜로짓 안에서도 시작하는 걸까요. 여러모로 아무쪼록 심상치 않은 나날에, 그럼에도 다가오는 1일은 또 어떤 나를 살게할까요. 구독자님 11월을 보내며, 아마 그 탓일까요, 왜인지 점점 더 나를 내버려 두다, 비틀즈의 렛잇비도 아닌면서 어딘가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어요. 아마 연말을 향해가는 가운데 나를 좀 덜어내보고 싶은 기분인 걸까요. 지금은 동네의 스타벅스에선, 지금 벌써부터 캐롤이 들려요.🌲

 📫다음 '야마테 레터' #189호는 다음 11월 27일 정도 발행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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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란 건 참 범위가 넓지요?! (23.06.16일부 이글루스 측의 운영 종료로 볼 수 없는 글이 되었어요. 일부 브런치와 겹치기도 하지만, 당시 과감히 안녕해야겠다 생각해 그냥 있었는데 조금 그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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