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0] 🍄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로이🍄입니다. 꿀 같은 연휴 보내셨나요? 저는 연휴 동안 잘 쉬다가 지금은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말에도 연휴가 있죠? 두 주 연속으로 주 4일제를 경험하고 있는데, 우리 직장인들 한번 열심히 일해봅시다! 세상에 주4일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한번 보여주자고요!

연속 주말 연휴가 가능하게 된 것은 한글날 덕분입니다(!?). 애국심 같은 것은 없지만, 한글을 쓰고 있다는 것에는 나름 긍지가 생깁니다. 그야말로 쉽고 과학적이며, 재미있고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언어잖아요. 1446년 우리의 세종대왕께서 반포한 훈민정음 속 애민(愛民)의 마음도 감동적이고요.

최근에는 Coldplay와 BTS가 협업한 My Universe란 곡에서 크리스 마틴이 직접 한글로 된 가사를 부르기도 했죠. 좁은 한반도를 중심으로만 사용되는 언어지만, 문화의 힘을 통해 특별한 언어, 배우고 싶은 힙한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분 좋은 일이네요.

오늘은 한글날을 앞두고 외국어 가사 없이 한국어로만 된 곡들을 준비해봤어요. 여러 곡들이 있겠지만, 고민 끝에 아래 세 곡을 추려봤어요. 가사를 음미해보며 들어보시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이 곡들을 들으면서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우리는 참 좋은 언어,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네요.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외래어, 비문을 남발하는 저의 모순을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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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밀아 - 말의 이해

한국어는 말 안에 참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언어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T.Hall)의 의사소통 이론에 따르면 한국어의 메시지는 드러나 있지 않고 암묵적이며, 내재된 고맥락(High-context) 언어라고 한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관용어가 이러한 특성을 잘 설명한다. 그러니 정말 잘 말해야 한다.  말들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기엔 너무 어려우니까.

2020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올해의 음반, 최우수 포크 음반, 최우수 포크 노래)에 빛나는 싱어송라이터 정밀아는 편안한 말로 마음을 울리는 것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정제된 시적 표현과 담담한 어투로 표현한다. 지금 소개하는 이 곡 외에도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청파소나타(2020)]의 <환란일기>가 대표적인 예다. 

그녀는 이 아름다운 말들을 어떻게 가사로 담아내는가? 언젠가 모 라디오에 출연한 그녀는 가사를 쓸 때 순간 떠오르는 시상에 더해 지속해서 떠오르는 말들을 담고 수정하기를 반복한다고 밝혔다. 특히, [청파소나타] 앨범 제작 당시 10곡의 가사를 벽에 붙여놓고 조금씩 조금씩 수정과 보완을 더했다고 한다. 가사 작성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천재성에 노력까지 더해진 셈이다.

정밀아의 조언을 따라 우리 이제 쉬운 말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 보자. 사랑한다는 말도 못 알아듣는 그런 슬픈 일은 없어야 할 테니까.

🍄 브로콜리너마저 - 꾸꾸꾸

“우리는 깐부잖아!” 전 세계적 히트를 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나온 대사다. 단짝을 깐부라고 한단다.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를 하다 동맹을 맺을 때 사용하는 것이 아주 훌륭한 용례라는데, 나는 지방 출신이라 그런지, 아싸 오브 아싸라 그런지 처음 들어본 말이다. 대신 꾸꾸꾸는 안다. 난 너의 꾸꾸꾸꾸꾸.

사실 공식용어(?)는 아니다. <꾸꾸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단어일까 싶어 살펴봤지만,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이 직접 만든 단어 같다.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남/여가 줄을 선다는 거짓말에 대한 한풀이 곡이라는 재미있는 평가도 평가이거니와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의 관계, 상태를 꾸꾸꾸라는 표현으로 대신한 것이 일품이다. 거시기급이라고나 할까? 귀에 착착 박히는 브로콜리너마저 만의 높은 가사 전달력은 덤.

새삼스럽게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님 뽕이 차오른다. 자음 14자, 모음 10자로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읽을 수 있다. 모양 그 자체도 그 낱말의 성정과 분위기를 잘 담고 있는 것 같다. 깐부는 왜 이렇게 깐부 모양처럼 쓰인 걸까? 꾸꾸꾸는 그야말로 꾸꾸꾸 답게 귀엽다. 세종대왕 만세! 한글날 만세!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한국말

2013년 한 페스티벌에서 우연히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를 조우한 후 나는 이들을 나만의 전담 심리치료사로 삼았다. 어쩜 그렇게 내 마음 진단을 잘해줄까. 하루에도 수십 번 씩 뒤바뀌는 롤러코스터 같은 마음을 위해 각 증상에 맞는 탁월한 효능의 처방전을 선사한다. 

지독한 서울살이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은 처연한 마음에는 <도시생활>을 들으며 막걸리 향이 진한 농부들의 성스러운 파티에 다녀온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좁디좁은 이 마음을 자학하며 <오-싱가포르>를 들었다. 요즘은 어디까지 가야 만족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하루하루에 바로 이 곡 <한국말>을 들으며 주술적 치유를 받는다. 이들의 쌉싸름한 가사에 혼란스러운 내 청춘이 투영된 걸까.

시인이자 구 3호선 버터플라이, 현 트레봉봉 멤버 성기완은 한겨레 칼럼을 통해 <한국말>을 뼈아픈 자기인식이 반영된 곡이라고 평했다. 그래 나 한국말은 좀 한다고. 멋들어진 영어, 프랑스어는 할 줄 모르지만, 나름 한국말은 잘 한다고. 안개 같이 자욱한 이 좌절감 넘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래도 한국말 하나는 기깔나게 잘 한다. 아무리 꼬아도 말이야.

한말국은 너나무도 신해기요 외인국은 못지읽만

이하상게 한인국은 자스연레 읽수을가 있니으까

계해속서 프즘리에 많사은랑 많관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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