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8] 🥦 다시 만날 세계를 기대하며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내셨나요? 언젠가부터 이맘때면 으레 '요즘은 크리스마스(또는 연말) 분위기가 안 난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요. 올해는 정말이지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리네 평화와 안전이 걱정되는 시국에 '한 해 동안 고마웠다' '수고했다' '내년에도 잘해보자' 같은 덕담은 혹 너무 여유롭게 느껴질까 주저되기도 합니다.

이런 일로 느낄 필요는 없었는데, 비상계엄과 내란 시국 때문에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낍니다. 얼마 전 오랜 지인과 오래간만에 만난 일이 있었는데요. 다음에 밥 한번 먹자는 말로 끝인사를 나눴는데 왜인지 그 말을 곱씹게 되더라고요. 사실 밥 먹자는 말은 특별할 것 없는, 그저 인사치레로도 흔한 말이잖아요. 당장 다음 주, 다음 달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같은 말도 다르게 다가왔던 것이겠죠.

어찌되었든 시간은 우직합니다. 멈출 줄 모르고 흘러갈 뿐이죠. 사회가 어지럽더라도,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나의 일상과 그 일상에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에 고마워 할 수 있는 이번 연말 아닐까요. 2024년 한 해 동안 PRIIISM과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 내년에는 보다 평화롭고 건강한 한 해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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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tti Smith - People Have The Power

여러모로 어수선한 요즘이다. 개인적으로는 밥벌이 하는 업무 특성상 정신 차리고 움직여야 하는 시기가 연말부터다. 그러니까, 안 그래도 어수선할 시기에 역사 책에서나 접한 초유의 상황을 실제로 겪을 줄이야. 영하권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전국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 덕분에 한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우리 공동체의 미래는 오리무중으로 보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쏟아지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넌덜머리를 피할 길이 없다. 울컥 환멸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는 않는다. 갖가지 응원봉으로 어둠을 밝힌 시민들에게서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겪은 집회 경험과는 사뭇 달랐다. 집회가 이렇게 명랑할 수 있다니! 20~30대, 심지어 10대들도 무척이나 많았던 덕분이다. 모두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낯설지만은 않았다. 큰틀에서 같은 마음을 품고 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연대에서 희망을 보았다.

집회 후 아주 오랜만에 찾아 들은 곡이 있다. 패티 스미스(Patti Smith)의 <People Have The Power>다. 패티 스미스는 미국의 예술가로,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화가, 작가다. 특히 음악과 문화적으로는 펑크(Punk)의 큰 어른으로 추앙 받는 인물이다. 패티 스미스는 2009년 7월 우리나라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서 주먹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People Have The Power"를 외쳤다. 2024년 12월 현재 우리는 패티 스미스와 다르지 않다. 시민은 강하다.

🥦 Rage Against The Machine - Take The Power Back

참… 문명적이구나. 우리 공동체의 안녕에 심대한 위협을 끼쳤단 말이다. 옛날 같으면 주동자에게 이런 형벌이 내려질 일을 벌였단 말이다. '삼족을 멸하라.' 2024년 오늘에는 연좌제는 그만 두더라도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에게 신속히 죄를 물어 마땅하잖나. 그러나 탄핵안은 204표로 어렵게 가결되었다. 심지어 한 번 불발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주동자가 "끝까지 싸우겠다"며 인지 상태가 심히 의심스러운 소리를 해대는 것 아닌가. 그런 소릴 들어야 하다니, 참… 문명적이구나.

나는 이 일이 정치적이기에 앞서 정의의 문제, 즉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도의 정치적 행위? 가당찮은 소리다. 주가 조작은 고도의 경제적 행위란 말인가. 엄중하게 죄를 물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계엄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득실을 따져가며 언제든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가 되어 버리고 만다. 심지어 지금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보도가 끊이질 않는다. 계엄 또는 그 이상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은 90년대를 강타한 뉴 메탈(Nu Metal) 밴드다. 멤버 개개인의 실력이 출중한데 <Take The Power Back>에선 베이시스트 팀 커머포드(Tim Commerford)의 슬랩(Slap) 연주가 단연 압권이다. 이들은 뮤지션이면서 사회운동가일 정도로 사회 비판적 메시지로 유명하다. 이들도 우리나라 소식을 접했을까? 접했다면 뭐라고 했을까.

🥦 Joni Mitchell - River

어지러운 시국에도 어쨌든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기념할 만한 날이면 으레 그렇긴 하지만 유독 크리스마스는 연인, 가족과 보내야 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다. 쓸쓸하고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낸 사람, 때가 때인 만큼 캐롤은 듣고 싶지만 행복과 설렘으로 가득찬 곡은 내키지 않는 사람에게 <River>를 권한다. 모두에게 너무나도 익숙할 징글벨 멜로디가 조니 미첼(Joni Mitchell) 감성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조니 미첼은 전설적인 뮤지션이자 화가다. 캐롤 킹(Carole King)과 더불어 1970~80년대 여성 싱어송라이터 판을 이끌었다. 기타, 피아노 중심 사운드에 사색적이며 자기 고백적인 가사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River>는 조니 미첼을 상징을 상징하는 네 번째 정규 앨범 [Blue]에 수록되었다. [Blue]에는 '사랑과 상실에 관한 개인적이고도 보편적인 탐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River>이 마음에 닿았다면 이 앨범의 다른 곡도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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