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9] 🥦 기다리고 기다린 봄을 맞으며 듣는 곡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날씨가 참 요란한 요즘입니다. 불쑥 봄이 나타난 것처럼 따뜻하더니, 별안간 눈보라에, 일부 지역에는 대설특보까지 발령되었다니요. 이제 눈은 대부분 녹고 낮엔 다시 봄 기운이 완연해졌습니다만 아침, 밤에는 아직 추운 기운이 남아있네요. 말 그대로 환절기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길 바라요.

구독자 님은 이번 봄을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요? 저는 이런 저런 일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들이, 공연 관람 같은 것들이요. 두 달여 매진해야 했던 일을 드디어 마쳤겠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봄도 다가왔겠다, 조였던 몸과 마음을 풀어준다고나 할까요. 요가원도 등록해놨어요. 예전부터 일일 수업을 몇 번 들어보면서 요가에 관심을 가져왔던 터라 기대가 됩니다.

다만 마음 한 구석에 지금 이런 걸 해도 되나, 하고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시국이 불안정하잖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백만, 천만에 하나라도 그런 선고가 나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랄까요. 아주 어쩌면 탄핵심판 선고가 나온 뒤에 이 편지를 열어본 분도 더러 계실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랬지. 참 다행이다'며 안도하고 계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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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tone Roses - I Wanna Be Adored

3월 중순에 대설특보가 웬말인가. 한여름 땡볕을 방불케 했던 지난해 추석을 떠올려 보면 갈수록 겨울과 여름 존재감이 커지는 모양이다. 봄, 가을 지분은 점점 줄어든다. 계절 중에서 봄을 가장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봄이 짧아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봄이 갈수록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요즘 내겐 잊지 않고 확인하려는 몇 가지가 있다. 출근길 회사 울타리를 지날 때 만나는 목련, 퇴근길 아파트 입구에 서 있는 벚나무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매화와 산수유 나무들이다. 매화와 산수유는 이미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했다.

개화를 본격적인 봄의 기준으로 친다면, 지금 계절은 봄의 목전으로 가고 있다. 이맘때 생각나는 곡 중 하나가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의 대표 곡 <I Wanna Be Adored>다. 물론 다른 계절에도 듣긴 하지만 가장 자주 찾을 때는 단연 봄이다. 그 이유는 도입부 때문일 테다. 새벽에 동이 트는 것처럼 서서히 들려오는 베이스, 흩뿌려진 듯한 기타, 몽환적인 보컬에 느릿한 박자까지, 겨우내 얼어붙었던 몸이 풀리면서 나른해지는 봄에 제격이다. 이런 날엔 뮤직비디오의 보컬 이안 브라운(Ian Brown)처럼 털레털레 춤추며 노래나 부르고 싶다.

🥦 윤석철트리오 - 말 없는 사람

말수가 적다는 이야길 듣곤 한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내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 싶다. 그렇다고 묵언 수행에 대한 의지가 있다거나 말하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침묵을 별로 어려워 하지 않고 대화 소재를 찾는 일에 능하지 않을 따름이다. 적당한 대화 거리를 만나면(상대가 조금 도와주면), 말을 곧잘 하기도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언가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 같은 걸 주제로 하면 입이 트인다. 음악, 책, 영화 같은 것 말이다. 인생, 우리 사회(특히 요즘)에 관한 저마다의 시각을 나누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한 달 전쯤 윤석철트리오 공연을 봤다. 50명도 채 되지 않을 아담한 장소에서였다(알고 보니 전주에서도 이런 공연이 꽤 열리더라). <말 없는 사람>은 두 시간여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이다. 앨범처럼 시작하되,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앨범과 사뭇 다른 곡이 되었다. '말 없는 사람이라더니 말이 많아졌네' 싶어서 연주를 듣다 슬쩍 웃음이 나왔다. 여기 소개한 앨범상의 <말 없는 사람>은 제목 그대로다. 잔잔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말이 통하는, 말문이 트이게 할 상대를 기다리는 것이려나.

🥦 강아솔 - Dear

이 곡을 처음 들은 곳은 처음 가본 어느 카페였다. 차를 한 잔 놓고 책을 읽고 있는데 문득 피아노 연주가 귀에 들어왔다. '어, 이 곡…' 아니었다. 얼핏 아끼는 가수의 곡처럼 들렸으나 귀를 기울여 보니 음이 달랐다. 다른 곡이었다. 이미 집중이 흐트러졌다. 책에서 눈을 떼고 음악을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김동률이 쓰고 이소라가 부른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와 피아노 진행이 닮았다. 휴대전화로 음악 검색을 해봤다. 강아솔이 2019년에 발표한 <Dear>를 이렇게 알게 되었다.

이름만 접해보고 들어보지 않은 뮤지션이 너무나 많다. 강아솔도 그중 하나였다. 가본 적 없던 카페를 찾은 덕분에 강아솔의 음악을 만났다. 사실 차나 공간 같은 건 기대만 못했지만 아무렴 상관 없었다. 2분 30초 남짓한 짧은 곡 <Dear>를 들은 것으로 만족했다. 첫 1분여 피아노 멜로디가 요즘 듣기 제격이다. 피아노는 봄의 따뜻한 면, 강아솔의 목소리는 봄의 서늘한 면을 닮은 것 같다. 올해를 맞으면서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확장이다. 새로움을 향하니 이런 발견이 있다. 다음 번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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