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3] 🍄 필리 소울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음악 3곡

문학평론가 신형철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 <인생의 역사>에서 박준 시인의 시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 도 있겠습니다>를 논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은 식사를 차려주는 것은 ‘돌봄’의 행위이자 ‘사랑'의 큰 형태 중 하나라고 말이죠. 대접받는 음식만큼 따뜻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받은 넉넉한 한상 차림에서 당연한 사랑을 느끼기도 했지요.

종국에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문학'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문학이 인생에 대한 많은 ‘비명제적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통로인 것처럼 인생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사랑과 돌봄 역시 문학을 통해서 배울 수 있겠죠.

음악을 전달하는 우리 PRIIISM도 어쩌면 여러분들에게 음악이라는 음식을 통해 ‘돌봄'과 ‘사랑’을 전하고 있는 걸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메일을 통해 받는 저희 뉴스레터와 그 안에 담긴 음악들을 통해 여러분의 삶에 작은 즐거움이 생긴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거예요.

오늘은 로맨틱하다 못해 신파적인 사랑 노래를 담아왔습니다. 사랑의 당도가 너무 높아 아마 혈당 스파이크를 치지 않을까 싶은 노래들이에요. 너무 좋아서 이런 장르의 노래들을 디깅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답니다. 부디 이 노래들을 통해 가슴 무거울 정도로 쏟아졌던 장마 후유증 까지도 물리쳐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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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tylistics - Can't Give You Anything But My Love

80년대생 우리 형/누나들(!?) 세대라면 뭔가 익숙한 멜로디일 것이다. 우리에겐 더 스타일리스틱스(The Stylistics)의 노래보다는 기무라 타쿠야의 멋들어진 그 광고 속 음악으로 먼저 인지되었으니 말이다. 레트로하고 낭만적인 도입부에 이어 감정을 극으로 올리는 수려한 팔세토 창법이 돋보이는 명곡이다. 멋진 모피를 사줄 수도 없고, 리무진을 태워줄 수도 없고, 다이아몬드나 진주 같은 화려한 보석도 없이 겨우 사랑 하나만이 있다는 고백. 그러니까 내 모든 것 그 자체인 하나 뿐인 사랑만을 주겠다는 고백. 지금 시대에서는 누군가에게 조롱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랑에서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팔세토 보컬의 주인공은 러셀 톰킨스 주니어(Russell Thompkins Jr.)다. 더 스타일리스틱스 대부분의 노래를 작사 작곡했으며, 테너이자 카운터테너 그리고 팔세토 보컬로서 당대에 이름을 날렸다. 더 스타일리스틱스는 1970년대 미국을 넘어 영국 등에서도 이 노래로 UK차트 1위를 달성하는 등 시대를 대표하는 R&B/소울 그룹으로 역사에 남았다. 이들 음악의 장르를 필라델피아 소울, 일명 필리 소울이라고 하는데, 클래식의 영향을 많이 받아 관현악적 감성과 감미로움이 주된 특징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노래가 이들의 장르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악이 아닐까 싶다.

🍄 The Spinners - You'll Go Your Way (I'll Go Mine)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더 이상 함께하기 힘든 환경에 놓였을 때, 더 이상 상대에게서 사랑이 느껴지지 않을 때 눈물을 머금고 먼저 이별을 고해본 적이 있는가? 여기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라고, 슬프지만 상대에게 자유를 주겠노라고 노래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더 스피너스(The Spinners)다.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노래하는 화자가 생각하고 생각한 단 하나의 결론은 서로의 길을 가는 것이다. 감미로운 보컬과 코러스, 그리고 베이스의 Funky함이 묘미다.

더 스피너스는 앞서 소개한 더 스타일리스틱보단 조금 앞선 1954년 결성된 그룹이다. 1954년… 한국전쟁이 휴전된 바로 이듬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동시대에 영국에도 동명의 밴드가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The Detroit Spinners 또는 The Motown Spinners라고 불렸다.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 이들 역시 모타운 레이블을 통해 활동했고 후에는 Atlantic Records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대부분의 그룹이 그러하듯 이들도 멤버 교체를 겪었지만 현재까지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바로 올해 3월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 Silk Sonic - Leave The Door Open

마지막 곡은 얼마 전 내한공연으로 말 그대로 무대를 찢고 가셨던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곡이다. 예매 당시 사이트 동시접속자가 무려 약 120만에 달할 정도로 치열했던 것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 다 갔지만 나만 못 갔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만큼 여러 이슈도 많이 있었던 공연이었다. 하지만 다른 걸 떠나서 현 시대의 R&B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리잡은 브루노 마스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고 한다. 각종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직찍(?) 영상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곡은 이번에 소개하는 <Leave The Door Open>이었는데, 아쉽게도 전곡 대신 메들리 중 한 곡으로 들려준 것 같다. 아무래도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함께 결성한 실크 소닉(Silk Sonic)으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Leave The Door Open>은 브루노 마스의 숱한 히트곡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미국의 한 매체에 따르면 실크 소닉과 이 곡은 더 스타일리스틱스와 더 스피너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 사실 앞선 두 곡은 이 곡을 소개하기 위한 내 나름의 빌드업이었던 것이다(!). 위키에서도 이 곡을 필라델피아 소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로맨틱하고 감미로운 소울, 그것이 필리 소울인걸까! 앞선 세 곡이 마음에 들었다면 필리 소울에 대해 한번 파고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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