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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24.07~24.09)

[프로브톡 S2-Ep.2] 내가 한 거니깐 내꺼야!

2024.07.10 | 조회 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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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직장인 시절 가끔 이런 분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자기 자료를 절대 공유하지 않는 사람요. 자신이 만든 보고서부터 강의 자료, 기타 회사에서 작성한 내용은 물론이고 어디서 스터디하거나 좋은 정보를 얻어도 혼자 알고 있거나 얘긴 해도 자료는 주지 않는 거죠. 

오래 전 신규 입사한 회사의 입문 교육 모듈 중 하나를 만들고 강의하는 A라는 분이 계셨어요. 그 모듈이 몇 년 지속되었는데 나중에서야 후배들 얘기를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A가 교육 진행과 운영을 총괄하는 어떤 담당자에게도 교안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걸요. 늘 자기 노트북을 들고와 강의한다는 거였죠. 교재 발주를 위해 달라 해도 최소한의 요약본을 PDF로 전달할 뿐이라 했습니다. 이유는 내가 만든 거고 다 내 자산이다. 

조직에서 어느 누구도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대체 저게 무슨 말이지라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임원이나 팀장이 말해도 요지부동이었죠. 자기 자료는 절대 주려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자신이 언젠가 독립하게 되면 쓸 자료라는 주장이었죠. 

그런데 A만큼은 아니어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은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자료를 오픈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면 불쾌해 하거나 왜 그러냐 이유를 꼬치꼬치 물으며 머뭇대는 사람들요. 

지금이야 언제든 자료를 찾으면 그만이고 공유된 것들이 많아 이전처럼 자료를 수집하지도 않지만 예전 저는 외장하드가 필수품이었어요. 외장 한가득 디자인 소스부터 영상, 프로그램, 각종 페이퍼가 카테고리별로 빼곡히 들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인비성이 아닌 이상은 내부 팀원들에게 제가 만든 자료나 보고서 등을 공유했습니다. 몇 번 후배들이 외장하드를 보면서 이러이러한 자료들을 얻을 수 있냐 조심스럽게 묻길래 그냥 외장하드를 건네곤 했는데요. 그럼 그래도 되냐 되묻더라구요. 그냥 보고 필요한 거 다 가져가라 했는데 그들의 반응이 더 의아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렇게 통으로 다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그로부터 10 지난 후엔 클라우드가 도입되긴 했지만 전까지는 그렇게 자료들을 그대로 열어 주곤 했습니다. 재밌는 A 포함해 A 같은 사람들이 제게 자료 달라 요청을 자주 했다는 겁니다. 여전하게 자신들의 자료는 주지 않으면서요


회사에서 일을 위해 만든 자료는 개인의 것일까, 회사의 것일까. 종종 화두가 되곤 하는데 사안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회사의 요청에 의해 시작되고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회사에서 내게 부여한 업무시간에 만들면서 운영했으니까요. 아무리 내가 다 만들었던 들 말 한 마디 얹을 뿐이라도 상사나 다른 이들의 피드백이 더해졌을 것이고 의사결정이 내려진 자료가 과연 개인의 것일까. 누구의 작품이고 결과물이란 얘긴 할 수 있을 지라도 오로지 그냥 내꺼! 란 말이 맞는가. 

면접을 보다 보면 이전 직장에서 나 이런 거 했다며 자료를 첨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공유하면 안 되는 건데 싶은 자료를 자랑하듯 내놓는 이들이 있어요. 그럼 저는 바로 탈락시키거나 인사쪽이면 코멘트를 굳이 하긴 합니다. 회사의 것이냐 내것이냐, 단순히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후자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내 것에 대한 집착이 과하면 어떤 식으로든 선을 넘기 마련입니다. 자기가 하지 않은 것도 내가 했다며 남의 레퍼런스를 자기 것인냥 하는 사람도 많긴 합니다만 이들은 민천이 드러나기 마련이죠. 일을 기껏 잘 해놓고도 굳이 안 해도 될 언행으로 실력마저 깎아 먹는 사람들을 보면 좀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갈수록 '내꺼', '내껀 조금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마인드와 공공연한 언행이 짙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손해보며 살라는 게 아니라 적당한 선과 내껄 정말 제대로 챙기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좀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게나 방어벽을 쌓던 A나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몇 년 지난 후에는 제가 요청하면 자료를 주곤 했습니다. (물론 신신당부 하긴 했습니다만) 제가 준 만큼 한참 지나긴 했지만 결국 그들도 마음을 열었다 믿어요. 기브앤테이크, 사람과 사람이 맞물려 일하는 사회에서 기브앤테이크는 당연함에도 참 어렵습니다. 쌍방이 동일하게 주고 받지 않을 때가 훨씬 많으니까요. 

보통은 기버는 주구장창 기버로, 테이커는 주구장창 테이커로 남습니다. 어느 순간 기버는 손해보는 느낌이 나죠. 하지만 기버나 테이커 역시 일정 선을 지키는 중요한 같습니다. 다행히도 보통은 일방적 테이커는 언젠가는 도태되고 똑똑한 기버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알아주더군요. 여기에서 중요한 건 '똑똑한 기버'라는 점이겠죠. 


마무리하며 다시 돌아가 자기 자료를 꽁꽁 감추는 사람을 보면 어떤가요?

어떤 걸 나만 볼거야, 이건 내꺼야, 나중에 써야 해서 아껴둘거야 하는 건 좀 어리석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연 이런 사람들에게 팀이란 무엇일지, 그리고 과거의 자료가 미래에 뭐 얼마나 유용할 지, 그리고 그렇게 감추려 애쓴 자료가 정말 그럴 정도의 비밀이고 가치가 있을지 저는 좀 부정적이거든요. 이런 분들은 남들에게 경쟁심을 많이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달리 보면 다른 사람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동안 본인은 가만히 있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싶어요. 다 오픈하고 같이 커가며 성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진짜 실력자이고 동료로서의 멋진 모습이 아닐런지요.  

비단 자료, 페이퍼가 아니라 이런 폐쇄성은 여러 면에서도 드러납니다. 인맥, 정보 등 유무형의 다양한 부분에서도 볼 수 있거든요. 여러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나 자료, 인맥, 작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신가요? 혹시 내놓지 않으면서 남의 것은 얻고 싶진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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