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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24.07~24.09)

[프로브톡 S2-Ep.6] 성장하고 싶다는 말은 진심일까?

2024.08.07 | 조회 3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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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스스로 미처 몰랐을 수도 있고, 내게 마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잘 생각해 보고 우리 다음주에 다시 이야기 해요"

면담 중 구성원에게 전했던 말이었습니다. 이 구성원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 제 직속 팀원에게도 늘 하는 말이죠. 어떤 이야기였을까요?


어릴적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승부욕이나 근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학생이었어요. 딱히 대단히 잘하고 싶어한다거나 져서 분해 한다거나 한 적은 없던 것 같구요. 다만 뭘 좋아하는 게 있으면 그냥 그걸 물고 늘어지거나 꾸준히 하는 정도. 예를 들면 어떤 과목을 좋아하면 그 과목만 공부한다든가, 모형 조립을 좋아해 늘 뭔가를 조립하고 있다든가, 만화를 좋아해 항시 낙서로 그림을 그린다든가 같은. 

일을 뭘로 정의할까, 타인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기대에 상응하는 뭔가를 주는 행위라고 하죠. 그 일이라는 걸 처음 시작한 건 고등학교 졸업 직전 수능이 끝나고 대학입학이 확정되었던 시기었습니다. 아르바이트였죠. 첫 아르바이트는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시작해 대학 입학 전까지 두 달 정도 했어요.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일을 잘하는 알바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뭐부터 해야 하는지, 뭘 찾아서 알아서 하거나 재빠르게 척척 하지도 못했거든요. 대학 입학 후 바로 수험생 입시과외를 시작했는데 그때도 시간 맞춰 가서 열심히 가르쳤을 뿐 어떤 스킬이나 방법론에 대한 고민은 안 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일 년 쯤 지나서야 조금씩 제 나름의 어휘집도 만들고 노트도 만드는 식이었죠. 3년 쯤 지나고 과외가 본업처럼 되며 수업이 확 늘면서부터 학교별 시험 유형, 모의고사 유형, 학생 유형, 출판사별 교과서와 문제집 유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도 알긴 했는데 수업이 늘고 언어, 영어 두 과목 하던 걸 영어 한과목으로, 대입 수험생으로 확실히 좁혀지면서 다루는 양이 몇 배 이상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구하게 되고 제 스킬도 늘게 되었죠. 점점 더 성과가 날 수록 제 수업료가 올라가니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럴 수록 제가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지니 갈수록 들여야 하는 공도 많이 든 만큼 저도 수업도 매출도 성장해나갔습니다. 


회사라는 곳에 들어서도 마찬가지. 일이 없던 회사는 거의 다녀본 적 없지만 언제 실력이 늘고 성장했었는가를 돌아보면 일이 가장 많았고 제가 욕심을 많이 내던 시기였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해온 분들이 제 선배로, 리더로 계셨구요. 조직에서도 그런 분들이 상대적으로 더 인정받는 걸 보며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꼈다지만 그래서 저는 여전히 한창 배워야 하는 시기에는 압도적 인풋이 질을 결정하고 그렇게 쌓인 인풋과 성과가 나중의 몸값을 결정한다 믿고 있어요. 어릴 수록, 경험이 적을 수록 인풋을 많이 넣어야 한다구요. 그냥 많이 말고 압도적으로요. 나중에 워크앤라이프밸런스를 챙기고 싶다면 더더욱. 그래서 주니어 멤버들에겐 늘 초기엔 '빡신' 회사를 가라고 권합니다. 이직을 할 때에도 그런 회사라면 잘 생각했다 축하해 주죠. 

레터 처음으로 돌아가 저 면담은 정말 성장하고 싶은 건지를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오랜 기간 전문가가 되고 인정받으려면 자기계발도, 일도 열심히 잘해야 한다 믿어왔고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성장하는 걸 보고 배워 왔기에 스스로도 동료에게도 이걸 당연하게 생각해 왔어요. 선배나 리더에게도 정체되어 있거나 일에 성의(저는 이걸 성의라 불러요)있지 않다면 왜 그러지 않냐 요구하곤 했죠.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이렇게 해야 한다 생각했구요. 

인정 받고 싶지 않은 사람 없고, 연봉 더 받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 없는데 그럼 더 많이, 성의있게 일하고 공부해야지라며 지원도 하고 챌린지도 했습니다. 왜 더 잘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느냐. 자기계발에도 스스로 진심이었던 만큼 후배들의 성장과 커리어에도 진심이었어요. 전 같이 일한 후배들이 제 성격이 어떠니 하는 것엔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저랑 일해 배운 게 없었다, 사람은 좋았단 얘기 듣는게 가장 자존심 상했죠. 적어도 제 팀원들이 이직을 한다면 저와 함께 일한 경력으로 무조건 더 나은 회사로 좋은 대우 받고 가야지 별 볼일 없는 이직하는 건 리더로 부끄러운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이 생각을 좀 바꾸게 되었어요. 성장이라는 말을 정확히 정의해 보고 진짜 성장욕구인지, 가짜 성장욕구인지를 조직도 개인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거든요. 

사실 이걸 인정하기까지가 힘들었습니다. 성장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거, 그런 사람과 일해야 한다는 거, 진짜 성장욕구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요. 

그럼 진짜 성장욕구와 가짜 성장욕구는 무슨 말일까.

저는 전자를 열정이라 하고 후자를 욕심이라 합니다. 흔한 말이죠. 바라는 게 많지만 그걸 얻기 위한 인풋을 들이지 않는다면 욕심, 바라는 것도 많고 들이는 노력도 많다면 열정이라구요. 이와 별개로 막연히 그냥 ~하고 싶다면 바램 정도로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좋은 회사(사회적으로 인지도 높고 연봉이나 복지도 좋다는) 들어가고 싶다면 바램. 그럼 필요한 스펙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학점부터 어학, 자격증, 기타 경력, 이직하며 인정받아 실력을 쌓는 등의 노력을 엄청나게 한다면 열정. 인풋은 들이지 않으면서도 좋은 회사 아니면 쳐다도 안 본다면 욕심. 

연봉을 많이 받고 싶고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램.

그러나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싶지는 않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개인 시간을 쓰고 싶진 않다. 야근보다는 정시퇴근 정도의 일만 하고 싶다. (여기에서 정시퇴근 오해 마시고) 늘 하던 일을 문제없이 하고 있으니 연봉 올려달라면 욕심일 수도?

+를 하려면 말 그대로 뭔가를 +해야 합니다. 그 +는 나의 인풋이죠.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인풋의 +는 최소화 하면서 결과(보상)의 +를 바랍니다.   

면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리더로서 멤버들의 커리어를 물경력으로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게 책임 중 하나이고 그러려면 당신이 방법론을 고민하도록 지원과 챌린지를 모두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건 당신의 실행에 달렸다. 회사에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가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나는 당신이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가지고 그에 맞춰 피드백을 하고 요구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성장은 하고 싶지만 나는 그 정도까진 하고 싶지 않다는 선이 있다면 솔직하게 얘기해 주기 바란다.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기에 그대로 존중하겠다. 어느 선 이상 싫다 한다면 나는 그걸 기준으로 당신에게 업무를 주고 기대할 것이다. 어디까지 성장하고 싶다 한다면 그 갭을 좁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진짜 성장은 하고 싶지 않은데 내게 아닌 척 한다면 나는 선 없이 당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챌린지 할 것이고, 갈등만 불거질 수 있다.

전부는 아니었어도 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부분의 멤버들이 1~2주 뒤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다며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커리어도 쌓고 싶고 처우도 좋게 받고는 싶지만 어느 이상은 인풋을 넣고 싶진 않은 거 같다고 했구요. 

그럼 저는 일단 저의 속도를 늦추겠다고 합니다. 그들의 기준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그 기준 내에서 양이나 질은 어때야 한다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요. 그리고 이 정도 해낼 때 장단점, 연차가 있는 경우에는 당신 위로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 등을 상세히 전달합니다. 연봉 협상에서도 시장 기준 이 정도 수준에서 그 이상은 어렵다 등을 솔직히 이야기 나눠요.   


물론 이 모든 대화들은 우선 제가 진심이어야 합니다. 실제로도 그랬구요. 그래서 솔직해야 합니다. 불편할 수 있는 말도 설명해야 하죠. 그리고 이탈을 감안하고 감수 합니다. 

많은 조직이 그다지 성장욕구가 없고 시키는 일 딱 그 만큼만 해내는 팀원을 고민합니다. 일 못하는 직원은 별개로 하고 잘하진 않지만 못하지도 않는, 더 열심히 하면 성장할 거 같은데 어느 이상 하지 않는 그런 직원요. 

하지만 조직이 성장하려면 조직의 성장 만큼 팀, 개인의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보통은 조직의 성장 속도가 압도적이어서 개인들이 따라가기 어려우면 자연스럽게 인력교체가 일어납니다. 성장한 조직만큼 외부에서 기존보다 나은 인재가 유입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개인이 성장하고 그 동료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면?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이 도태됩니다. 그리고 더디더라도 성장하는 개개인들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알게 모르게 동기가 되어 주죠.  

조직은 거의 멤버들이 잘 해주길 원합니다. 조직의 성공이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는 말이 공공연한 요즘이지만 회사란 그런 것이죠. 잘 되든 못 되든 멤버의 역량과 성장을 논합니다. 때문에 원하는 게 있다면 회사 역시도 바램이나 욕심이 되지 않게 멤버의 성장에 인풋을 많이 들여야 할 겁니다. 그래야 회사가 진심인 거라 할 수 있으니까요. 그 인풋은 단순히 고연봉, 폭넓은 복지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멤버들의 심리, 상황, 역량, 스킬, 지식, 동기를 잘 관찰하고 정확히 인식하며 솔직하고 상세한 피드백과 지원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직원이 워크앤라이프밸런스를 외치며 시키는 것만 하고 성장하지 않는다는 회사. 연봉 주는데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정작 피드백과 육성 노력을 않는 회사는 시키는 일마저 적당히 하면서 왜 연봉 안 올려주냐는 개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거든요. 


개인도 회사도 정말 성장에 진심일까, 각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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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과 조직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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