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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24.07~24.09)

[프로브톡 S2-Ep.5] 리더의 침묵은 일을 안 하는 거

2024.07.31 | 조회 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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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이 주제는 언젠가 다루기야 했겠지만 사실 금일 레터엔 다른 내용이 이미 작성되어 발송이 예약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주제의 글을 오늘은 내보내고 싶지 않더군요. 아침에 깨어서도 요즘 플랫폼 사태와 함께 여러 생각이 스쳐가고 과거의 직간접적 경험도 떠올라 주제를 바꿔 써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발행 시간을 사전에 양해 못 구한 채로 뒤늦게 보내드림을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말씀 전합니다. 


지난주부터 뉴스는 온통 오픈마켓 사태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최근 제 SNS에도 쓴 글처럼 저는 모든 어이없는 상황 가운데에서도 뉴스마다 노출되는 기업의 운영 본부장님이 그렇게나 눈에 밟혔습니다. 요즘은 TV보다 유튜브에서 더 많은 뉴스를 보게 되고 온갖 채널에서 하루 종일 동일 내용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죠. 정작 책임자들은 한 기업의 대표를 제외하면 행방이 묘연했고 본부장이라는 분만 자의든 타의든 노출되니 가장 대표적인 장면일 수밖에 없기도 했을 거 같습니다. 

헐리우드엔 다들 아시다시피 골든 라즈베리시상식(Golden Raspberry Awards)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해의 최악의 영화와 배우 등을 선정하죠. 대표에게 전화하라는 성난 고객들 앞에서 고개를 떨군 본부장의 모습을 보며 만약 리더십에 골든 라즈베리시상식이 있다면 올해의 장면으로 손색 없지 않을까요?

무모한 의사결정, 모르는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모를 경영 디테일, 사태가 심각한데도 나타나지 않고 묘연한 행방과 침묵, 줄기차게 노출되는 직원의 모습을 보고도 국회 질의까지 존재감조차 없던 대표 등. 어떻게 대표라는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비겁하고 무책임한가 분노했어요. 

함께 창업한 이 마저도 CEO만큼의 의사결정권을 갖긴 어렵습니다. 아무리 오른팔이니 왼팔이니, 회사를 좌지우지 한다느니 하는 임원이 있어도 권한이 아닌 어려운 책임을 져야 하는 의사결정과 장면에서는 CEO 같을 수 없죠. CEO까지 갈 필요도 없이 업무 사수, 파트리더, 선배, 팀장, 임원까지 리더란 자리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과 책임이란 말이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이기도요.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리더가 역할과 책임이란 말을 입에 달고 있으면서도 권한과 권위, 권력만 남은 게 아닌가 싶을 때를 경험합니다. 책임이란 말을 하며 성과를 운운하지만 그 말로 다른 역할책임을 못하는 걸 합리화 하기도 합니다. 


"자기가 그렇게 하자고 해놓고", "자기만 쏙 빠져서", "뒷통수 맞았다", "~가 뭐라고 하니 가만히 있더라"

한 번쯤은 듣거나 해본 말이 아닌가요?

부정부패, 비도덕적, 불법 같은 건 열외로 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최악의 리더로 회피형을 꼽습니다. 회피라는 한 단어에 너무 많은 것들이 연결되지만 금번 사태에서 무게를 둔 건 침묵이었어요. 대놓고 내가 언제 그랬냐, 너가 책임져라, 너가 그런 거 아니냐 식으로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거야 누가 봐도 어이 없고 알아차릴 수 있으니 나쁜 중엔 하위에 있는 거 같아요.  

침묵은 많은 상황에서 사실을 아는 당사자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눈을 속이기 쉽습니다. 때론 당사자마저 침묵하는 리더를 두둔할 때도 있을 정도죠. 

평소엔 멀쩡하고 일도 잘할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호인이고 책임감 강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뭔가 크게 질책받거나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을 때 전면에 나서지 않고 침묵한다면?

이번 사태에서 욕받이로 고스란히 노출되는 직원을 무방비로 둔 채 결국 국회질의 전까지 나타나지 않던 대표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죠. 하지만 분노하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중에도 인식여부와 무관하게  본인도 침묵으로 회피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큰 사건이 아닐 뿐 일상에서 리더의 침묵 회피는 비일비재 하니까요. 

나는 분명 A로 얘기했는데 팀장이 B로 그냥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임원이 내가 A랬지 언제 B랬냐 하는데 팀장이 아무말 하지 않은 채 팀원이 혼나는 걸 방관할 때. 리더가 자꾸 말을 바꾸거나 의사결정을 미루다 기한 지난 걸 그 책임을 팀원에게 전가하는 경우. 직원들 간 갈등이 심화되었는데 리더가 중재하지 않고 방치해 팀이 와해될 때.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리더가 책임을 회피하고, 그로 인해 프로젝트나 업무가 지연되거나 임원에게 팀전체가 질책받고 무시당해 직원들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우. 업무역량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음에도 리더가 피드백을 하지 않고 점점 악화될 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해야 할 때 거부도 반대도 않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 따끔히 주의줘야 할 상황에서도 말해봐야 소용없다, 얘기 했다지만 에둘러 말하는 거, 너무 심한 불의임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거 모두요. 

대놓고 책임을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걸 침묵회피형 리더들은 본인과 다르다 착각하곤 합니다. 나는 그런 사람 아니다, 나는 그 정도 아니다처럼요. 

하지만 사안이 중대하든 사소하든, 리더의 위상이 어떻든 리더는 리더고 팀원은 팀원입니다. 주도성이니 주인의식 같은 건 개인이 일을 포함해 자기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인 거지 역할 구분이 되어야 하는 일에까지 끌어다 놓는 건 리더의 합리화와 회피일 수도 있습니다. 구분되는 역할 중에는 팀원을 보호하는 것이 있겠습니다. 팀원의 보호는 리더의 역할인 거죠. 

한 개인의 일탈이어도 피해 혹은 고객 입장에서 조직의 문제로 인식된다면 이슈 당사자는 물론이고 해당 리더가 함께 책임을 지고 수습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리더의 책임을 결과에 중점을 둘 때가 많은 데요. 결과를 내놓기 위한 기획부터 과정의 매단계에 리더의 책임은 늘상 수반됩니다. 앞서 언급한 주인의식과 책임감 높은 팀원이 100명 있어도 책임의 순간마다 리더가 책임을 회피하고 침묵한다면?

전가는 적극적 회피고 침묵은 소극적 회피로 나눌 수 있는 거 같으신가요?

저는 동의하진 않아요. 회피는 회피고 리더가 해야 할 일을 못하거나 안 한, 결과적으로 다를 바 하나 없는 무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나서서 뭔가를 추진했는데 안 좋은 결과를 낸 거라면 일을 잘못한 것이고, 침묵회피란 리더가 일을 안 했다라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임감이 높아도 결과는 안 좋을 수 있고, 책임감이 낮아도 일은 돌아갈 수 있습니다. 회피는 실제 행동의 유무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책임감 같은 정성적이고 무형의 역량과 기질을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겁니다. 


할 말 한다.

그렇게 하면 문제가 생길 거 같고, 지금 하는 일이 불합리하다거나 해서 반대의견을 표하거나 불편한 말을 기꺼이 하는 사람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단순히 불평불만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과 다르죠. 

책임감과 회피를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할 말을 한다. 해야 할 일을 한다로요. 

해야 할 일에 해야 할 말이 포함되지만 침묵회피형 리더라면 뭘 해야 하는지를 좀 더 선명히 하기 위해서요. 예를 들면 그 자리에서 내가 말하면 상황만 더 악화된다로 본인의 회피를 합리화 하는 리더가 있다 쳐볼까요? 임원이 너무 화가 나서, 그럴 땐 일단 감정이 잦아 들기를 기다렸다가 차분히 설명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리더가 침묵했던 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겁니다. 다만 해야 할 일은 했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리더는 침묵회피를 한 거죠. 임원이 들을만 할 때 사실을 설명하고 정정하느냐, 그를 위해 바로 수정 보완해 준비 후 보고하느냐, 팀원에게 설명하고 위로했느냐, 이때 자신이 말 안 해 팀원이 억울했던 게 있다면 사과했느냐 같은 행동이겠습니다.  

리더십, 책임감, 언행일치, 성과, 결과, 솔선수범, 의사결정등 리더가 뭘 가져야 하고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 이래 끊임없이 강조되는 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좋은 말을 새겨 듣는게 아니라 그 흔한 개념들을 세분화 해 내것으로 소화해서 실행하는 데에 있을 겁니다. 작금의 상황에서 대표 이하 리더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묻고 설명해야 하는 '해야 할 말'에 침묵했고, '해야 할 일'에 침묵했습니다. 

우린 침묵이라는 단어를 무게감과 쌍으로 연결 짓곤 합니다. 침묵의 무게.. 많은 비밀을 안고 있는 느낌, 침묵의 힘, 때론 필요한 침묵처럼요.

부정적으로는 불의 외면, 비리 덮어주기 등이 있을 겁니다. 

오늘은 회피라는 말보다는 침묵에 대해 잘게 쪼개어 의미를 되짚어 보면 어떨까요? 코칭이나 피드백에서 리더의 침묵을 강조하는 걸 리더의 인내와 기다림, 여유와 배려로 바꾸고 리더의 Don't로 침묵을 정의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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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과 조직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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