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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24.07~24.09)

[프로브톡 S2-Ep.3] 내가 더 고맙다!

2024.07.17 | 조회 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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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정말 너무 감사해요"

지난 달 해외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후배가 잠깐 한국에 들어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대화 중 후배가 제게 고맙다 했어요. 신입일 뿐인 자신을 떠올리고 믿어주었으며 기회를 주어 덕분에 자신도 경력을 쌓고 성장할 수 있었다구요. 

어떻게 보면 맞는 말입니다. 제가 그 후배에게 정말 좋은 기회를 준 게 맞긴 하거든요. 그렇게 함께 일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안에도 했던 말인데 지난달에도 전 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뭐, 내가 기회를 준 건 맞지만 OO님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주어서 내가 더 고맙다"구요. 겸손한 척이 아니라 진심이었습니다.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고, 합리적인 결정이냐 하면 그렇지도 못한 선택이었다. 때문에 모험이나 다름 없는데 너무 잘해주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니 당연히 내가 더 고마운 거다."


전에 다녔던 직장 중 한 곳의 면접일, 채용 부서의 A, CHO, 제가 일할 B팀의 B팀장 세 분이 들어왔습니다. 인터뷰에서 긴장하는 편은 아니라서 편하게 할 말 하고 나왔죠. 딱히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고, 오히려 두 팀장님은 호의적인 태도였지만 제게 물음표인 걸 숨기지도 않는 임원을 보며 안 되겠네란 생각이 들었지만요.

물 건너 갔다 생각하던 얼마 후 채용 부서 리더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임원이나 B팀장이 자신에게 결정하라고 했다면서요. 한 시간 넘게 통화하며 이런 저런 얘길 나누었어요. 무슨 면접이 이런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예외가 맞았죠. 

결과적으로는 A가 채용 의견을 내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대충 다들 괜찮은 거 같긴 하지만 확신은 없어 미룬 의사결정의 총대를 이분이 받았다는 정도의 눈치는 있었어요. 정작 자기 팀원을 뽑으면서도 임원 눈치 살피느라 다른 팀 팀장에게 맡긴 B팀장에게 실망하면서 A에겐 늘 감사하고 마음의 빚이 있었죠. 그리고 2년 후 A는 저희 팀장님이 되어 몇 년을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제가 뭘 잘 해내거나 칭찬 받으면 농담처럼 A팀장님은 "얘 내가 뽑았잖아, 쟤 누가 뽑았냐?" 말하곤 했어요. 한 번은 제게 좋은 기회가 있었어요. 하루 정도 심사숙고 후 어떻게 할 건지 말하란 임원과 다음날 이야기 할 때 "A팀장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 회사에 입사가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일도 정말 많이 배웠다. A는 그렇게 생각 안 할 지 몰라도 나는 그래서 늘 A에게 감사하고 마음의 빚이 있다. 지금 팀 상황은 제가 A팀장에게 필요하고 그래서 그냥 남겠다" 했습니다. 물론 팀장님에겐 아무 말도 안 했구요.


몇 달 후 평가 피드백 중에 A가 제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실 저번에 임원이 내게 너가 제안 거절했던 얘기를 해주셨다. 너가 그런 생각을 하는 지 몰랐고, 너무 고마웠다. 상사를 통해 팀원이 나에 대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듣는 경험은 정말 감동적이다"

전 별 말 안 했다 웃었는데 그냥 저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정도로 넘어갔어요. 그때 A팀장님이 이 말씀을 해주셨죠. "네 말대로 그때 나한테 결정하라 해서 어려웠다. 나도 입사한 지 한달 밖에 안 되었을 때인데 내 팀원도 아니고. 근데 너가 잘해주고, 이렇게 나와 한 팀이 되어서도 열심히 해주고 있어 내가 훨씬 더 고맙다.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거다.".


그로부터 10년 쯤 지난 지금, 그 사이 저도 조직에서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지고 직접 채용 등을 진행하게 되면서 매번 결정 전 고민을 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넘어갔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으로 마음이 갈 때도 있어요. 평소였다면 신경도 안 썼을 텐데 희한하게 이 사람은 잘할 거 같단 마음이 들 때죠.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분명 잘 할 거란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요. 100% 성공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역시'일 때가 대부분이었구요. 

그럴 때면 A팀장님의 말씀이 떠오르곤 해요. "아 맞네.. 팀장님 말씀이 이거였구나".

오히려 당신이 잘해주어 내가 더 고맙다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이제는 잘 압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여전히 물음표일 때, 그걸 느낌표로 바꿔주는 상대방이 얼마나 고마운지를요. 

다시 돌아가 지난 달 점심 먹던 후배에게 제 경험을 얘기해 주었어요.

"당신도 언젠가 그런 후배를 만나고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날이 올 거다. 거봐 내 눈이 맞았지 하는 뿌듯함이 아니라 내 판단이 헛되지 않았다 안심하게 만들어준 상대가 고마워서 기쁜 날 말이다"

이 글을 마무리 하며 옛날을 다시 떠올려 보니 A팀장님이 정말 좋은 선배였단 생각이 듭니다. 그런 고마움을 자신감보다 크게 느꼈던 분, 그걸 내게 진심으로 표현했던 분을 한창 일을 배우고 성장하던 시기에 리더로 만났다는 게 내 복이었구나 해요. 

전엔 미처 몰랐던 것들이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어가며 드러나고 달리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좋은 선배, 좋은 동료, 여기서 '좋은'은 단순히 '사람 좋은'이 아니라 내가 '보고 배울 만한 것들이 많고 기꺼이 알려주던 사람'들과 일한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거에요. 받는 게 더 많아 베푸는 데엔 소홀했던 접니다. 매번 반성하면서도 따뜻하고 다정하지 못했지만, 부끄러운 선배는 되지 말자 작심삼일처럼 잊다가도 새삼 다짐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경험 덕분이 아닐까 해요. 


좋은 동료가 된다는 것, 좋은 선배가 된다는 것, 그리고 좋은 후배가 된다는 것. 

어렵지만 그래서 더 값지고, 이런 마음이 들고 노력할 수 있다는 걸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닐지요. 오늘도 좋은 선배, 좋은 동료, 좋은 후배가 되는 날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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