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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24.07~24.09)

[프로브톡 S2-Ep.9] 회의의 재정의 ③

회의 못하는 주관자

2024.08.28 | 조회 2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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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지난 주 레터에서 회의의 주관자에 대해 언급했던 내용 기억하시나요?

오늘부터 주관자, 리더, 참석자 순으로 회의 못하는 사람들 시리즈를 이어나가려 해요. 회의라는 건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요소죠. 그러니 회의보고문화 타파니 해도 엄밀히 회의 자체는 아무 죄도 없어요. 회의를 못하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저는 회의가 긴 건 별 문제가 아니라 생각해요. 회의가 문제라며 혁신을 언급할 때마다 스탠딩 회의니 1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느니 하는 건 본질을 놓친 전형적인 이벤트일 뿐이라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필요하면 밤샘 마라톤 회의도 할 수 있고, 끝장토론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진짜 문제는 불필요한 회의를 쓸 데 없이 자주, 길게 하는 것이고 그 원인은 회의 주관자와 리더, 참석자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의 운영 역량에 있을 겁니다. 참여자들이 각자의 역할과 회의에서의 책임을 정확히 인식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함을 서로 피드백 하고 개선해야 하는 걸 엉뚱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게 문제인 겁니다. 저런 방식으로는 참여자들의 자기 인식과 역량 개선은 놓친 채 회의, 리더, 혁신 방식에 책임을 전가시킬 뿐이에요. 본질을 간과한 채 방법론과 스킬만 강요하는 꼴인 거죠. 

그래서 '회의 못하는 사람'에 집중해 보려 하고 그 첫 타자는 회의 주관자입니다. 리더가 아닌 주관자를 가장 처음 다루는 이유는 회의 운영 역량 이전에 자기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은 사람이기 쉬워서입니다. 

루틴한 회의를 포함해 돌발 회의를 해야 하면 참여자에게 연락하고 회의실을 예약하며 때론 회의 가이드와 양식을 주고 취합해 정리한다. 회의 양식에 맞게 취합된 자료를 수정하거나 최소 취합해 하나의 파일로 붙여 넣는 등의 작업을 한다. PC나 모니터 점검, 생수 등을 준비하고 회의 자료를 회의 중에 띄우고 슬라이드를 넘겨주기도 한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실을 정리하고 회의록을 정리한 후 참석자들에게 뿌린다.

회의 주관자들에게 익숙한 상황일 겁니다. (회의록 작성은 하지 않는 곳도 많지만) 

상기 상황이 익숙하고 "이게 왜? 뭐!" 한다면 회의 못하는 주관자일 가능성이 높을 지도요. 그저 회의 지원자로, 회의의 중요한 주체이면서도 제3자인냥 방관자처럼 머무르게 만드는 인식이 되니까요. 

회의는 어때야 한다는 흔한 말은 말 그대로 흔하니 스킵하고 주관자가 회의 운영 스킬 이전에 자기 역할 인식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게 오늘 레터의 핵심이에요. 

수동적 진행자, 오퍼레이터라 할 지라도 회의의 진행이나 조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 바로 이거요. 

최소한 격앙되거나 편중된 발언의 통제, 기준 시간 이상 흘러가는 회의의 시간 관리, 논점에서 벗어나 산으로 가는 토론을 주제로 다시 수렴하도록 환기시키는 멘트 이 세 가지는 정확히 본인 역할로 인식해줘야 하지요. 

회의 내내 이끌어가는 정도의 진행 역할은 아니어도 말이에요. 

회의가 길어지는데도 다들 시계만 보며 아무 말 못하는 상황은 대부분은 목적에 포커싱 못하고 사담이나 곁가지로 빠져버린 논쟁, 리더 혼자 쏟아내는 발언을 통제 못했을 때 발생합니다. 

때론 주관자가 막내 사원일 수도 있고 회의 리더는 임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발언에 낄 수 있느냐, 현실적으로 가능하냐 할 겁니다. 네, 물론 그렇죠.   

하지만 본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과 본인 역할을 인식 못하는 건 다른 얘기입니다. 그리고 방법론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요.   

회의 참석자들의 평소 성향, 회의 문화, 회의 주제를 파악하고 사전에 회의의 목적과 시간 준수, 유의사항(예를 들면 주제가 ~~고 시간이 1시간에 불과하므로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 회의 중 시간 조절이 필요하면 알람을 주겠다라든가)을 강조하고 회의 시작 전 다시 한 번 리마인드 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개입 시 명분이 생깁니다. 

회의 전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최소 반나절 전에 어떻게든 취합해 정리하여 참석자들에게 숙지하고 올 것을 강조할 수도 있죠. 취합은 늘 미뤄지고 사전에 배포해도 읽지 않고 오는 사람도 수두룩 합니다만 메일이나 메신저 틱~하니 보내 놓기 보다는 문자 등으로 다시 보냈으니 읽어봐라, 어떤 포인트에서 회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같이 한 마디 더 얹을 수도 있습니다. 

회의 중 논쟁이 격앙되고 감정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중간에 말을 끊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는 대리 시절에 이런 방법을 썼어요. 비교적 신규입사자라 사람들과의 라포가 없었고 대리니 첩첩이 쌓인 임원과 선배 직원들의 말을 끊는 건 쉽지 않았으니까요. 번번히 1시간 짜리 회의가 2시간 가까이 미뤄지거나 다음 회의실 예약자들로 결론 없이 회의가 종료되기도 했습니다. 궁여지책 끝에 제가 택한 건 아래 이미지 속 벨이었어요. 

다들 착석하며 본격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다 오신 것 같으니 이제 회의를 시작해도 될까요?"라 묻습니다. 그러자 하면 "오늘은 ~~ 를 위해 모였고, 아웃풋으로 ~~를 내야 합니다. 회의 시간이 ~~까지이니 시간이 빠듯할 수 있어요. 다음 회의실 예약이 있고 다들 바쁘시니 추가 회의를 또 하지 않도록 진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안내를 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시간 관리가 어려울 거 같거나 환기가 필요할 거 같으면 이 벨을 살짝 치겠다 했어요. "전 막내라 어려워서 말하기 어려울 거 같으니 벨소리 들으시면 저 좀 봐주세요"라고 웃으며 얘기했죠. 그리고 회의장표에는 타이머를 삽입시켰습니다.  

주관자가 회의 집중력과 효율성을 위해 역할을 하고 개입하는 방법은 그 방법론을 고민하면 뭐라도 시도할 수 있게 됩니다. 최소한 쓸 데 없이 길어지지 않도록, 쓸 데 없이 감정싸움이 되지 않도록, 쓸 데 없이 마무리 못해 추가 회의를 또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회의 주관자의 목적 의식을 가진다면요. 100% 효과를 보진 못해도 뭐라도 역할을 하겠단 주관자의 목표가 중요한 거죠. 그 다음은 한계 상황 속에서 방법론을 고민하면 되는 겁니다.   

저도 너무 분위기가 살벌해 저 벨을 한 번 못치고 나온 적도 자주 있었어요. 그 다음에 택한 건 10분 전이 되면 슬라이드 속 타이머의 색이 바뀌거나 깜빡이는 걸 찾아 넣기도 했지요. 내 역할 인식 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고 하는 것만으로도 잘 내딛는 거라 생각해요. 

이걸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구요. 캐릭터를 잡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중간에 툭툭 던지는 것도 조금씩 받아들여지기도 했거든요. 

주관자. 

주관한다는 말을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책임은 분명히 존재하죠. 

여러분의 회의는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주관하는 회의에서 주관자인 당신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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