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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24.07~24.09)

[프로브톡 S2-Ep.4] 언저리

2024.07.24 | 조회 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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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과 결심만 하고 행동을 미룹니다. 때론 계획 세우기도 미루죠. 그러면서 대체 넌 왜 그러냐, 나는 왜 이모양이냐 질책도 받고 자책도 합니다. 하지만 미루는 건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미루기 관련해 가장 흔히 듣는 말이 ‘완벽주의‘, 너무 잘하고 싶어 오히려 시작을 하기 어려워한다는 말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완벽주의로 인한 일의 밀림과 미루기를 말할 때 하나 간과하기 쉬운 게 있습니다. 바로 완결이죠. 


미룸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으니 각설하고 오늘은 미룸과 밀림, 잘하고 싶은 마음과 실수하기 싫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성실하게 때로는 일을 잘하던 사람도 일을 미룰 때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완벽주의나 너무 일을 잘하려 해서 그런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해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그 일을 피하는 것, 그 결과가 나쁘다는 걸 알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미루는 거죠. 대단히 비합리적인 이런 행동이 너무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자주 보인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기대에 못미쳐 실망시키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함이라구요. 

이런 이들에게 전문가나 많은 책들이 업무를 잘게 쪼개고 달성 가능한 목표로 하나씩 해라,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 놓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지금까지 이런 분들 혹은 자신에게 이런 방법을 적용해 성공해보신 적이 얼마나 있으셨나요?


회사에서 보면 꼼꼼하지만 진도가 느려 늘 일정이 밀리는 사람이 있어요(A라고 합시다). 중간에 보고도 안 하고, 납기가 되어도 먼저 얘기도 않다가 물어보면 그제야 아직 못했다 합니다. 그럼 미리 말을 하던가 등으로 질책이 되고 점점 더 A는 그만큼 완성도 높은 걸 해내려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요. 정말 급한 일이면 리더는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직접 하는 등으로 일을 완결하는 데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이 패턴이 반복되는 A 같은 사람들(A들이라 하겠습니다)을 관찰해 보면 공통점이 있더군요. 

1. 기획을 어려워한다.
2. 넘겨도 될 것도 지나치게 꼼꼼하게 본다 
3. 납기를 넘긴다
4. 중간에 공유하지 않는다
5. 혼자 끙끙댄다
6. 일을 미룬다

이 중 6번은 좀 다른데 애초에 일을 미루고 안 하는 사람과 일을 열심히 하지만 1~5로 진도 나가는 걸 어려워 하는 사람은 차이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6번이라도 일을 잘 하는데 미루다 한 번에 해치우는 사람은 열외로 하겠습니다. 여기에서는 1~5에 해당하는데 일 시작 마저 미루는 경우에요. 

A들을 다시 살펴 보면 업무역량이나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거 같습니다. 단순한 일, 단편적인 일, 정확히 뭘 하면 되는지 그대로 수행만 하면 되는 일은 문제 없는데 스스로 생각해 기획하는 훈련이 안 된 경우가 많아요. 이게 한 두 번은 아닐 거고 그동안에도 자주 있던 일이구요. 보통의 조언처럼 이런 사람들에게는 일을 쪼개 작은 일부터 맡깁니다. 그런데 말이죠, A들은 기획부터 마무리까지의 전 사이클을 온전히 스스로 수행해 본 경험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아요. 때문에 기획 같은 일을 대단히 어려워 하게 되지요. 선배나 리더가 이미 기획하고 결정한 것들의 수행을 수명업무로 받아 진행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러다 보니 단편적인 생각에 머물러 스스로 깊게 고민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구조화 하는 역량이 낮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데 역량과 별개로 주니어 시절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배들의 기획을 수행하거나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만한 간단한 업무를 맡으며 일을 배워갑니다. 그러다 손이 느리다거나 실수가 있다거나, 시켜 봤는데 별로더라 하면 “급한데 그냥 두냐“, “일단 내가 한다“ 처럼 당사자가 집요히 매달려 풀어내기 전에 누군가 나서서 일을 해결해 버립니다. 이렇게 A가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든 못가졌든 계속 일을 떠먹여 주거나 도전과제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훈련의 기회가 잃어갑니다.

일의 출발은 기획인데 기획의 단계를 훈련받지 못하니 계속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이젠 너도 한 번 해봐라며 맡겨진 일인데 기획에서 시간을 소모하니 뒷단에 줄줄이 이어져야 하는 과정상의 액션이 모두 밀리고 기획처럼 마무리도 팀 성과, 후배를 챙겨야 한다, 선임사원의 책임 등의 명분으로 다른 누군가가 돕거나 맡게 되는 거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일을 완결해내는 경험을 해보기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일이란 일련의 과정이 연속되어 한 사이클이 완성됩니다. 시작부터 종료까지, 종료 이후의 회고와 개선안 도출로 다음을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를 중간중간 업무 배분이 있을 지라도 쭉 잡고 끌어가 보는 걸 의미하지요. 

잘 하지도 못했고, 그간 작은 기회에서도 썩 훌륭하게 해내진 못했던 이들이 지속적으로 완결형 일을 하지 못하며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럼 어느 순간부터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일이 더디거나 밀리는 모습 자체는 같을 지 몰라도 그 속사정은 좀 달라집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기획부터 디테일의 전개를 어려워 하는 건 동일해도 이 역시 또 달라지죠. 달라지는 것 중 가장 큰 건 어떤 게 있을까요? 당사자 스스로 위축되고 불안도가 높아지며 더 자신감 없어 하는 걸 떠올리셨나요? 주로 당사자 입장에서 주로 자신감을 불어주고 도전과제를 해내며 작은 성공체험의 축적을 해나갈 수 있게 하라고 하니 그럴 수도요. 

저는 조금 생각이 달라요. 시간이 흐르며 가장 크게 달라지고 가장 위험해지는 것은 바로 주변의 인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의식하든 못하든, 대놓고 욕을 하든 생각을 안 하든 서서히 주변인식 속의 A는 일을 못하는 사람, 느린 사람으로 포지셔닝 되어 버리거든요. 그렇게 A는 중요 프로젝트가 발의될 때 리딩을 누가 하느냐에서 애초에 언급조차 되지 않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겁니다. A가 하고 싶어도 스스로 자신이 없으니 먼저 손을 들기 어렵고, 누구도 A는 떠올리지 않으니 A들이 핵심인재나 주목받는 일을 하기란 시간이 갈수록 더 요원해지는거지요.

한 번 주변을 떠올려 봅시다. 오랜 기간 함께 일했음에도, 이젠 제법 연차가 쌓였음에도 중요하고 주목받을 만한 핵심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리더나 주요 멤버로 언급된 적 없는 사람이 있는지를요. 어떤 업무의 담당자이기에 관련된 프로젝트의 멤버 중 한 명으로 A도 들어가야 안 되겠나 했다 쳐도 딱히 어떤 걸 기여할 거란 기대보다는 담당자이니 A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냐, A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거다란 배려(?)나 약간의 챌린지는 아닌지도요. 

우린 조직에서 누군가는 반대할 지 몰라도 누가 현재 이 조직에서 핵심인재인지를 인식합니다. 반대로 누구는 소위 찍혔다, 누구는 일 못한다, 누구는 일은 못해도 사람은 좋다, 누구는 좀 부족하지만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것도 인식합니다.  

때로 실수하지 않으려, 스스로가 늘상 부족하다며 자책하고 몰아대며, 잘하려 애쓴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폐끼치지 않으려 일하는 A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핵심인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않지만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내며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A를 성실하게 책임감 가지고 한다며 묵묵하게 일하는 이들 속에 포함시키기도 하지요. 


그런데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 전자의 경우 정확히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누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몫을 충분히 하는 사람’이라 말해야 할 거에요. 능력도, 신뢰도, 인정도 받고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A는 ‘~만 열심히 하는 사람, ~만 성실한 사람, ~만 진심인 사람’일 때가 더 많습니다.  

‘~만’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탁월하진 않지만, 그동안 별 인정은 못 받았지만, 그동안 기회는 없었지만, 아직은 부족하지만…..’ 같은. 그리고 이들이 (요즘은 직급체계가 간소화되어 가지만 이해를 위해) 사원에서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어도 뭔지 모를 여전한 막내, 후배의 이미지를 벗어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겁니다. 

못하니까 안 시킨다, 못하니까 다른 사람이 한다. 

네, 저도 잘 압니다. 회사는 누가 그 일을 하느냐보다 그 일을 그래서 해내느냐 못해내느냐가 더 중요한 곳이란 걸요. 그럼 못하는 데 어떡하냐, 또 망치면 어떡하냐, 지가 못한다는데 어쩌냐란 말부터 나오겠지요. 그런데 작은 성공체험부터 시킨다며 누구도 주목 않고 못해도 리스크 없을 일을 떼어주는 게 다반사입니다. 달성 가능한 작은 목표를 주라는 여러 전문가나 책의 이야기처럼요.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A가 일을 안 하는 게 아닌데도 인정받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을요. 다들 성가셔 하거나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업무를 A에게 기회처럼 떠밀고 있지는 않았는지도요. 정말 중요한 업무에 리더든 선배든 도제처럼 가르치고 문제를 던져주며 가르치진 못한 채로 말이죠. 전엔 그렇게도 했지만 A가 따라오지 못하더라, 본인 스스로 더 악착같이 배우고 자신을 던져 넣어야 하는데 그렇진 않더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성공체험 운운하며 다시 해보자 하는 게 정말 의미는 있는 걸까요? 

리더십, 코칭, 리더와 선배의 역할과 책임이란 영역에서 한 가지 너무나 중요하지만 간과하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언제까지’입니다.

최선을 다하되 언제까지 기다려 줄 건지, 작은 성공체험은 언제까지, 간당간당하더라도 다음 단계는 또 언제까지, 조직의 인내는 언제까지, A 자신은 언제까지 이런 상황의 지속을 견뎌낼 지 같은 거죠. 

공공연한 비밀처럼 A 같은 사람들은 다른 유형의 비 핵심인재들과 너무나 서글픈 표현인 ‘언저리’에 머무릅니다. 타인도 본인도 언저리임을 인식하면서요. 그렇게 조직과 본인 모두 자신도 모르게 의욕과 동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태로 쭉 유지하며 받아들이는 상태로요. 

어쩌면 A가 자신을 위하고, 조직이 A를 진심으로 위한다면 판에 박히고 식상해진 육성과 기다림보다는 단호한 피드백과 의사결정, 그리고 기대 역할 수행 요구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A들을 위한다는 작은 성공 체험 기회의 부여라 해왔던 것들, 남에게 폐 안 끼치기 위해 일단 열심히한다는 A의 생각이 그들을 언저리에 머무르도록 오히려 강화해 온 건 아닌지를 각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쯤되었을 때의 ‘기회’는 ‘또 한 번의 육성 시도‘가 아니라 ’언제까지 무엇을 어느 수준으로‘라는 ’마지막 혹은 각성의 기회‘여야 할 지도요.    


시즌 2는 뭔가 좀 말랑말랑해진 거 같단 얘길 들었는데요. 시즌 2는 좀 더 구체적인 이슈 장면에서의 대응을 주로 다루려 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도 계실 수 있는 사례도 있을 거 같기도 하네요. 그래서 뭔가 논쟁이 있을 법한 사례가 나오는 날엔 여러분의 다양한 비판과 적극적인 자신의 관을 더 많이 드러내 주시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봅니다. 

오늘 레터 말미의 내용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이제 장마철이 아니라 한국도 우기가 있는 나라로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코로나도 다시 유행하고 있던데 장마철 우울이나 피로, 냉방병, 여름 감기 등의 불쾌한 것들은 싹 피해가며 활기 잃지 않으시길 바래 봅니다. 한 주 중 가장 지친다는 수요일이지만 벌써 주중의 절반을 지났다는 맘으로 가볍게 맞이하는 아침이시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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