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이하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박사과정을 시작하시면서 더 집중하게 된 연구 관심사를 소개해 달라.
조담빈(이하 A.) 도시 자연, 특히 국가/권력과 자연의 관계에 주목하는 인문학 연구자라고 소개하고 싶다. 보통 연구자들은 자신이 속한 학문 분과를 먼저 말하곤 하지만, 내 공부와 연구는 하나의 전공이나 분과로 정의 내리기엔 복잡한 여정을 거치며 각 분야에 영향을 받았기에 어느 한 영역으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학부에선 사회학을, 석사과정에선 조경학을 공부했다. 이를 거치며 꾸준히 도시 공간과 개발, 권력과 통치, 자연과 경관에 관심을 가졌고, 현재는 과학기술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만큼 내게 자연과 도시를 보는 건 여러 관점이 교차하는 문제다. 전공으로 선택한 영역뿐만 아니라, 환경사, 정치생태학, STS(과학기술학)를 오가면서 자연과 도시의 접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연구의 범위와 주제에 있어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서울의 근현대사를 살폈고, 그중 공원, 녹지, 하천과 같은 도시 속 자연 공간의 개발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그 속에서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까지 시선을 확장해보고 있다.
Q. 동시대 미술에서도 코로나 이후 ‘비인간’이라는 말은 동식물, 기계, 사물, 데이터 생태계까지 포괄하는 넓은 기호처럼 사용되어 왔다. 연구자는 ‘비인간’ 혹은 생태적 행위자를 어떤 범위와 문제의식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가.
A. 나 역시 ‘비인간’이란 명칭이 학계, 예술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갑자기 나타나 굳어진 표현이라는 점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사용하는 사람마다 이 단어에 두는 의미나 맥락이 다를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엔 비인간이란 말에 대한 관심은 동물에 대한 관심에부터 출발한다.
원래는 공원과 하천 같은 도시 자연 ’공간’에 훨씬 관심이 많았는데, 아주 사적인 계기로 동물에 대한 감각이 달라졌다. 현재 본가에서 개와 함께 사는데, 그전까지 동물에 대해 다소 납작하게 생각했다면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얘와 나는 무엇이 다르지?’하는 질문을 점차 갖게 되었다. 약 12년이 지나면서, 행동하는 방식, 무언가를 요구하는 방식,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서도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의 차이가 점차 희미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 이후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다니면서 다시 보니, 생각보다 동물이 정말 많은 도시라는 걸 어느 순간 인식하게 됐다. 매일같이 까치, 비둘기, 참새와 고양이를 마주치게 되는데, 이 존재들은 서울이란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조경학과 학부 졸업설계로 길고양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서울을 매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것이 도시 동물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 차원에서 접근하게 된 첫 계기인데, 특히 GIS나 통계로 포착되지 않는 도시 동물의 삶을 상상하고 기록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때의 경험에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비인간을 통해 ‘인간과 자연’, ‘자연과 도시’와 같은 구분이 당연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산된 다소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분류라는 점을 보고 싶은 것 같다. 특히 이런 구분 사이 경계에 있는 동물을 통해 이 분류 자체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지점을 찾고 있다.
Q. 말씀하신 ‘경계동물’이라는 개념은 도시 동물이 사육동물도, 야생동물도 아닌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개념은 인간과 자연, 도시와 생태, 돌봄과 관리의 구분이 실제 도시 안에서는 얼마나 불안정하게 작동하는지를 드러내는 것 같다. 연구자님에게 경계동물은 도시를 이해하는 데 어떤 단서를 제공하는가.
A. 그렇다. 내가 도시 동물을 통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건 바로 이 경계의 문제다. 도시에선 이미 자연과 인간의 영역이 혼종적으로 나타난다. 동물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4년에 서울연구원 작은연구 사업으로 진행했던 길고양이 연구[1]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당시 ‘경계동물’을 중요한 개념으로 처음부터 끌고 갔다. 인간에게 완전히 종속된 사육동물도 아니지만, 인간이 생산한 구조나 부산물에 의존해 생존하기 때문에 야생동물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동물을 가리키는 말이다.[2]
그렇기 때문에 작은연구에서는 고양이의 생물학적 특성이나 도시에서의 통계만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인간, 인간이 만든 도시 정책과 물리적 구조, 고양이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보았다. 길고양이 케어테이커의 현장에 동행하며, 화단과 담벼락 같은 평범한 서울의 경관이 어떻게 고양이가 먹고 숨고 이동하는 하나의 생활권이자 동시에 주민과 경비 노동자, 건물주와 돌봄 활동가 사이의 협상이 벌어지는 장소로 활용되는 모습들을 관찰했다. 경계동물에서 시작한 연구는 결국 도시의 경계공간을 보는 연구이기도 했다.

Q. 도시 차원의 분류와 관리 방식은 동물을 둘러싼 정치학적 맥락과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의 문화권에서는 고양이 카페, 라쿤 카페 같이 동물을 접하는 콘텐츠의 소비 공간들도 일상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연구하셨던 싱가포르, 한국, 그리고 현재 수학하고 계신 미국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비교해볼 때, 특히 한국의 도시에서 동물을 감각하고 관리하는 방식에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보는가.
A. 이 세 나라를 내가 기계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서울과 싱가포르는 도시 밀도가 높고 개발이 계속 확장되기 때문에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너구리나 고라니 같은 동물이 아파트나 공원 주위에 나타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접촉은 이제 예외적인 사건이라기보다, 도시의 확장에 따라 불가피하게 잦아지는 장면이다. 그렇기에 이런 도시에서는 도시 동물을 보는 것이 결국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확장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어떤 조건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구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과 싱가포르를 함께 보게 된 것은 이 두 사회가 내게 제일 익숙했기 때문이다. 두 도시를 비교하다 보니, 밀도와 개발에선 유사하지만 인간-동물 관계에 있어서는 다른 양상이 드러나는 것도 경험했다. 가령 길고양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에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감각과 갈등의 양상도 중요하게 살피었는데 이는 싱가포르에서는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길고양이 관련 출판 작업을 한 싱가포르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이들은 유독 한국에서 길고양이 돌봄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밥을 주는 행위나 돌봄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를 둘러싼 갈등이 주요한 사회적 갈등으로 드러난다는 사실과 이 갈등이 사회적으로 젠더와 연결된다는 점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공공 아파트(HDB) 단지들을 방문해 길고양이 돌봄 공간을 보고 나니, 그 차이가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미국 LA에서 길고양이의 사회적 담론에 대해 연구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엔, 도시의 규모나 형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의 포획, 중성화, 방사 즉 TNR[3]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한국과 매우 유사하게 드러난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한국과 LA에서 모두, 이 갈등에는 TNR의 효과가 입증되었는가, 왜 공공 예산을 써야 하는가, 그 예산을 통해 활동을 지속하는 주체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두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동물의 문제에 예산과 행정이 얽혀 있고, 그 기반에는 정책의 효과와 성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놓인다.
![싱가포르 버스 정류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길거리 닭, 인간의 교통 공간과 동물의 생활권이 겹쳐지는 장면[4] ©조담빈](https://cdn.maily.so/du/publicpublic/202609/1790175275596323.jpg)
Q. 동물과 환경에 얽혀 있는 문제들이 우리 인간 사회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논의의 장이라는 점에 큰 공감이 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물에 관한 연구, 작업,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인간인 우리에게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반복되지 않은가?
A. 이런 질문을 들으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연구를 통해 알게 된 한 케어테이커 선생님이 “인간의 주거가 불안정한 동네에서는 고양이에게도 사람들이 더 마음을 주지 못한다”고 해주신 말씀을 인상 깊게 들었다. 나 역시 이 얘기가 마음에 와닿는다. 내 주거와 안위를 지켜야 한다는 감각이 강해지고, 어차피 곧 떠날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주변 존재에 둘 마음의 여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 쉽게 말하면 서로에게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더 엄격해지는 거다. 이 문제엔 주거 안정성, 동네에 대한 소속감과 커뮤니티, 돌봄의 여유, 공공 공간과 공공성에 대한 문제가 모두 얽혀 있다.
동물 연구를 한다고 하면 종종 ‘그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가?’하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결국 도시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인간과 어떻게 교류하고 있으며, 인간이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는 일은 동물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다. 동물이 살아가기 좋은 도시는, 높은 확률로 사람이 살기에도 더욱 좋은 도시이다. 마찬가지로, 도시 동물에 대한 연구는 동물을 더 이해하고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연구일 뿐만 아니라, 이 존재들이 왜 여기에 있게 되었고, 지금까지 우리와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지를 살피며 결국 인간이 사는 도시, 그리고 우리를 더 잘 이해하는 연구가 될 수 있다.
Q. 동물을 비롯한 인간 아닌 존재들에 대한 연구나 프로젝트들은 줄곧 ‘공존’, ‘돌봄’, ‘생태적 감수성’, ‘공감’ 같은 비물질적 가치를 반복적으로 프로젝트의 목적이자 필요로 얘기하곤 한다. 연구자님에게는 무엇이 연구를 지속하는 동력이자, 연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감정적인 동력 역시 빼놓을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장기적인 연구 동력이 되긴 힘든 것 같다. 나에게는 아직 도시 자연과 도시 동물에 대해 “지금까지 된 것이 너무 없다”는 감각이 가장 큰 갈증을 느끼게 한다. 물론 생물학적 연구와 정량적 연구는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동물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우리는 왜 그들을 이렇게 바라보는지, 도시 동물이라는 존재가 어떤 감각과 갈등 속에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정성적 연구는 아직 훨씬 많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인문학과 예술 연구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처음부터 명확한 목표를 정해두기 어렵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당장 어떤 효용으로 바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기초적인 연구와 기록이 집합적으로 축적된 후에 비로소 가능해지는 새로운 성찰과 통찰이 있다고 믿는다. 이 필요성에 대한 감각과 새로운 것들이 쌓인 후에 드러날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큰 동력이다.
그만큼 중요한 작은 동력들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 공동체를 만날 때 얻는다. 가령 최근 동물자유연대에서 진행한 연구소모임에 참여했는데, 매달 동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공부하고 나누는 자리가 큰 힘이 됐다. 이 연구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감각 역시 큰 동력이다.
Q. 마지막으로, 환경사와 과학기술사를 같이 공부하시는 박사과정 동안 앞으로 어떻게 연구와 활동을 꾸려나가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A. 이번 학기에는 무엇보다 아주 많이 읽고, 꽤 많이 쓰는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어떤 관점으로 사회, 자연, 권력과 동물을 접근했는지 되돌아보며 앞으로는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 정리하고자 한다. 더불어, 미국에 와보니 다양한 차원의 공공 작업이나 시민 사회의 역동을 접할 기회도 많다. 많은 박사과정생들이 각자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지역의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고, 내 관심사인 도시 자연과 관련해서 역시 각 공원을 관리하는 단체, 조류 등 특정 동물을 관찰하고 관련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 등을 다양하게 보았다. 도시 연구는 필연적으로 실천과 가까워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시간 동안 이런 공공 활동을 더 많이 알아가고, 한국에서는 이런 실천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도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도시 속 자연과 동물, 이를 둘러싼 연구와 예술, 공공 프로젝트가 어떤 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고 배우는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1] 조담빈, 권소희, 박소영, 임한솔, 「경계동물의 서식처로서 서울의 도시환경: 길고양이를 중심으로」, 서울연구원 작은연구, 2024, https://www.si.re.kr/bbs/view.do?key=2024100189&pstSn=2502150004
[2] 해당 연구는 경계동물을 “인간에 의해 발생하는 식량 공급원에 의존하며 인간과 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야생종과 가축종”으로 설명한다. 조담빈, 앞의 글.
[3] TNR(Trap-Neuter-Return)은 길고양이를 인도적으로 포획(Trap)해 중성화(Neuter)한 뒤 원래 살던 장소에 방사(Return)하는 방식으로,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과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논의된다.
[4] 싱가포르의 야생닭은 토종 적색야계와 야생화된 집닭이 뒤섞인 개체군으로, 과거에는 주로 숲지대와 섬 지역에 제한적으로 서식했으나 현재는 도심과 주거지, 공원 곳곳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싱가포르 야생닭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조담빈, 「싱가포르 야생닭과 거리두기」, ULC Press, https://www.ulcpress.com/INTRO/view/5819992 참고.
김나연 / 독립기획자, PP PICK 에디터 nykim1123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