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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2024년 1월에 본 것"

일 하다 눈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4.01.29 | 조회 2.5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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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버스백맨

🕵🏻 매달 1번 받아보는 UX 리서처의 생각

INDEX

 

  • Intro
  •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1, 3/4를 <쇼핑의 과학>으로 마무리하며 🛍️
  • 새로운 술은 새로운 잔에 담는 방법 - Ep9 💿
  • 메타버스 포비아, 그 많던 메타버스엔 누가 남아있을까? 🪐
  • 가장 직관적인 메뉴판 🍕
  • 00을 떠나는 사람의 FAQ 👋
  • 쿠팡을 쓰며 OTT 이용패턴이 떠오른 이유? 📼
  • Outro - 이달의 App과 플레이리스트 추천

 

구독자님, 1월은 어떠셨어요? 별일 없으셨나요? 발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날씨들을 지나 새해의 첫 번째 달을 마무리하는 주말에 감사 인사드립니다. 지난 35번째 뉴스레터를 보시고 뉴스레터 하단 '커피와 쪽지 보내기' 기능을 통해서 제게 따뜻함과 안부를 전해주셨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한분은 과거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제게 쪽지로 도움을 구하셨는데 장문의 답장을 받고 고마웠던 기억을 꺼내주셨습니다. 덕분에 제가 지난 한 달 조금 더 친절할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을 더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매서운 추위는 때로 깨끗한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줘서, 따뜻한 커피의 온기가 핫팩처럼 전해지게 해 줘서 그 나름대로 괜찮은 날들도 있었는데요. 움츠러들어도 괜찮은 날들에 안녕을 전하며 1월에 본 것들과 2024년 뉴스레터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담아 36번째 뉴스레터를 우편함에 넣어드립니다.

🎒 REDBUSBAGMAN

 


 

#1.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1과 3/4을 『쇼핑의 과학』으로 마무리하며

 

트레바리 북클럽 <리서치 하는데요> 3번째 발제문<br>
트레바리 북클럽 <리서치 하는데요> 3번째 발제문

 

이 책은 오프라인 리테일 경험을 중심으로 사용자 행동과 소비자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관찰에 기반한 통계 데이터들은 책이 나온 지 2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합니다. '부딪힘 효과', '이동 지대', '상체 숙이기'와 같은 보편타당한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는 모바일 경험에도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본질은 '인간에 대한 관찰'과 '관찰에 기반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사용자를 관찰한다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 책의 표현은 p241. "아이의 쇼핑 - 쇼핑은 상품과 함께 '노는 것'이다"였습니다.

🎒 REDBUSBAGMAN,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3번째 모임 Closing

 

1️⃣ 순서 효과

 

이 책은 지난 첫 번째 모임에서 읽은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이나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에 비해 무거운 책이었습니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이라 물리적인 무게가 상당했죠. 판형 자체가 크기 때문에 앞의 2개 책의 무게를 합친 것만큼 무거운 책인데 삽화가 거의 없고 번역체인 탓에 읽는 속도가 도무지 나지 않았습니다. 클럽을 만들고 책을 고른 제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이 책을 읽는 멤버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다는 것을 독후감, 모임에서의 코멘터리로 알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예상했던 지점이었습니다. (클럽을) 만드는 이가 어렵다면, (클럽을) 사용하는 사람도 어렵다. 그래서 3번째 책으로 선정했습니다. 좀 더 대중적인 책, 알려진 책을 앞에 배치하고 (기)(승)전(결) 순서에 맞추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가장 오래되고 무거운 책을 3번째에 배치한 것은 어떤 순서로 정보를 전달하는가, 어떤 순서로 배치하는가를 고민하면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2️⃣ 오프라인와 온라인 경험 사이의 닮은 꼴과 다른 꼴

 

저가 커피 브랜드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난 2회 차 모임에서 나눴습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백다방 그리고 바나프레소를 이용해 본 경험과 그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바나프레소' 모바일 App에서 제공하는 차별화된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모바일 App에서 주문하고 나서 대기하는 동안 내 앞에 제조하는 메뉴를 썸네일 이미지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더 나은 경험을 만든다는 점이었죠. 실제로 다른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동일한 메뉴가 비슷한 순서로 제조되었을 때 자기 메뉴라고 생각하며 가져가거나, 정신없이 바쁜 직원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을지로입구 메가커피와 같이 출근시간, 점심시간마다 분주한 매장은 직원이 네임펜으로 직접 주문번호를 컵홀더에 마킹해야 하는 수고스러움까지 있었죠. 바나프레소는 인쇄된 라벨에 주문번호, 메뉴명, 전화번호 뒷자리까지 표기되어 있어서 이 수고스러움을 직원과 사용자가 아닌 시스템이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모임 전에 함께 바나프레소에 가서 모바일 App으로 주문한 메뉴를 픽업했습니다. 업무로 식사를 함께 못한 3명의 멤버들의 메뉴는 트레바리 강남아지트로 모바일 주문을 해서 함께 음료를 마시며 <쇼핑의 과학>을 윤독했습니다. 모바일 App으로 사전 주문한 메뉴를 매장에서 찾는 경험, 배달 주문을 해서 받는 경험. 컵에 붙은 라벨지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서 운세나 할인쿠폰을 확인하는 경험 사이에 어떤 것이 닮았고 그 차이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3️⃣ '이동 지대'와 '본질'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두 소개하기 어렵지만 '이동 지대', '상체 숙이기', '재고 품절' 등의 개념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유효할 수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동 지대(decompression zone)'에 놓인 제품은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그냥 지나갈 때가 많아 인지 대비 전환의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과 마트 매대 하단에 있는 제품을 살펴보거나 꺼내기 위해 좁은 통로에서 몸을 숙이는 동작은 '사용자를 생각하게 만들거나', '수고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재고 품절' 상황에서 공급자는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어디에 있는지, 동일한 성분의 재료로 만든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안내할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이라면 언제 재입고할 수 있는지, 일정 기간 이후에는 알림을 받지 않도록 규칙을 설정하도록 퀵버튼을 제공해서 덜 번거롭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금요일 저녁 11시가 넘어서까지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생각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트레바리라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지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들에 더 적극적으로 닿기로 결심했습니다. '녹비', '브리딩' 그리고 '어글리어스'라는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과 연결될 수 있는 행운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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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하는데요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1과 3/4을 『쇼핑의 과학』으로 마무리하며

 


 

#2. 새로운 술을 새로운 잔에 담는 방법 - Ep9

 

롱블랙이 선보인 새로운 미디어, Ep9 소개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롱블랙은 아메리카노와 재료는 비슷하지만 결과물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롱블랙은 뜨거운 물에 에스프레소 샷 2잔을 더해서 만듭니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샷에 뜨거운 물을 더하는 것이니 순서만 다른 것인데 마지막에 에스프레소를 더하는 롱블랙은 크레마가 남고, 물의 양이 아메리카노의 절반 이하 수준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를 더 가깝게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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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롱블랙'과 '아메리카노'의 차이를 닮은 'Ep9'

 

롱블랙은 24시간 동안만 공개되는 콘텐츠로 제약을 둠으로써 콘텐츠 소비 경험에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지만 24시간 내에 읽어야만 다시 볼 수 있는 콘텐츠 소비 패턴은 매일 1개의 콘텐츠를 보게 만드는 동기부여로 이어질 수도 있고, 놓친 콘텐츠는 과감히 포기하게 만들면서 통제감을 가진 상태로 글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Ep9은 같은 형식으로 24시간 동안만 열람이 가능한 콘텐츠 1개를 선보이지만 '테크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더 나은 도시생활'을 만드는 '에피소드'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의도를 담은 서비스, 공간 네이밍을 해야 할 때도 많은 시기라 Ep9이라는 이름에 눈길이 갔습니다.

 

2️⃣ Ep9, 에피소드와 9

 

➊ 'Ep'는 SP(싱글)보다는 길고, LP(정규 앨범)보다는 짧은 음반입니다. 뉴스보다 입체적이지만, 책보다는 가벼운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목표와 연결됩니다.

➋ 'Extended Play'에는 확장된 연할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매일 테크 비즈니스를 이해함으로써, 일의 세계를 넓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➌ 숫자 '9'는 가장 큰 한자리 숫자이자,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을 뜻합니다.

 

3️⃣ 차별화된 인터뷰이

 

테크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와이어드(Wired)의 창업자 케빈 켈리(Kevin Kelly), 책 『디커플링』 저자 탈레스 S. 테이셰이라(Thales S. Teixeira), 노션의 공동창업자이자 COO인 아크셰 코타리(Akshay Kothar)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도 기대됩니다. 저도 Ep9과 협업한 사용자 경험(UX)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플랫폼에서 뾰족한 시도를 하는 Ep9을 독자로서도 응원하기 위해 구독을 신청했습니다.

 

Q. 스티브 잡스와 래리 페이지, 제프 베조스와 빌 게이츠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A.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통념(conventional wisdom)’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그건 불가능한데’라고 말하면 ‘넌 왜 그렇게 확신해? 내가 보니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될 것 같은데’라고 받아치는 사람들인 거예요.

Ep9, 케빈 켈리: "기술을 낙관할 때, 우린 나아간다"

 

샤오미는 2011년부터 ‘미(Mi)’라는 스마트폰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2013년 저가 브랜드 레드미(Redmi)를 내놓았죠. 중국의 오랜 ODM* 노하우 덕분에, 마진을 극도로 줄여 출고가를 낮춘 거예요. 덕분에 샤오미의 든든한 캐시 카우가 됐죠.

Ep9, 최형욱 테크 칼럼니스트

Ep9

 


 

#3. 메타버스 포비아, 그 많던 메타버스엔 누가 남아있을까?

 

메타버스는 시대적 흐름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도 메타버스를 해야 해!" 메타버스 포비아, 메타버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처럼 새로운 플랫폼을 직접 만들고 업무도 메타버스에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은 재택근무에 대한 상황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렇게 게임, 프롭테크 업체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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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시들해졌다는 겁니다.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는 물론이고 그나마 국내에서 서비스로서 존재감을 갖춘 제페토까지. 2억 명이 넘는 이용자가 사랑하던 플랫폼은 한때 이용자들이 인터랙션을 하는 공간이었고, 브랜드들이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면서 놀거리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엔데믹으로 오프라인 수요가 다시 회복되면서 메타버스엔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 브랜드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산을 써야 한다면 당장 매출이 손에 잡히고 레거시 시스템이 있는 오프라인이 단기적으로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그 많던 메타버스엔 공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버려진 도시의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국내에서 메타버스 사업을 진행했던 대표적인 게임사, 컴투스와 넷마블 모두 메타버스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축소하면서 소속직원들 대상으로 권고사직,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팬데믹이라는 시기에 AR(증강현실)에서 XR(확장현실)까지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메타버스를 현실 세계에서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접속하는 경험은 분절된 세계였고 친구들과 만나 새로운 팝업스토어에 찾아가는 경험을 대체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 애자일을 외치고 린스타트업이라며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성을 선언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메타버스는 기업이 투자를 받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되었던 건 아닐까요? 안타깝지만 투자를 받더라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비즈니스를 영속하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투자를 받기엔 너무 많은 공실이 생긴 메타버스는 이 어려움을 뚫고 나갈 수 있을까요? 정작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들이 CES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만히 생각해 볼 때입니다. 혁신은 보여줄 게 아니라 그냥 하면 되는 것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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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장 직관적인 메뉴판 🍕

 

제가 애정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생각노트' 님의 뉴스레터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합니다. 뉴스레터에는 총 3가지 내용이 있는데 2️⃣ '지금까지 본 피자 메뉴판 중 가장 직관적인 메뉴판' 부분을 읽으며 제품 사용성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메뉴판을 피자 모양처럼 만들자'는 발상은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을까요? 직관적인 메뉴판은 제품의 맛을 바꿀 수는 없어도 사용하는 경험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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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문 전 기대 - 주문 후 효용을 일치시킨다

 

주문하기 전에 피자의 완성된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사진을 촬영한 메뉴판의 모습은 품질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줍니다. 실제로 이런 메뉴판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실제 크기로 만들어진 피자와 동일한 수준의 피자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2️⃣ 텍스트로 적힌 정보값을 시각적으로 전달

 

재료와 성분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재료가 얼마나 많이, 어떤 형태로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피자에 들어간 치즈의 색깔과 모양, 할라피뇨의 양, 페퍼로니의 분포 등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입니다.

 

3️⃣ 제품의 크기, 양을 직관적으로 표현

 

고깃집에서 1 사람이 1인분만 시키는 경우는 드문데요. 피자 사이즈도 비슷합니다. 패밀리 사이즈에서 말하는 '패밀리'란 1, 2인 가구 중심 사회에서 고민스러운 문제입니다. 3~4인용이라고 해도 저처럼 피자 1판을 혼자 먹는 사람에게는 2인용이기 될 수도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메뉴판으로 크기를 보고 주문 전에 판단하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카페 중에선 스텀프타운의 메뉴판을 가장 직관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칠판에 분필로 그린 이 메뉴판은 재료의 함량, 제조순서, 사이즈 별 가격, Hot or Ice 여부를 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메뉴판의 사용성에 대해 참고하실만한 글도 함께 소개합니다.

 

메뉴판의 사용성에 대하여 - UT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

 


 

#5. 00을 떠나는 사람의 FAQ 👋

 

어떤 조직에 속한 구성원의 건강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그 시작점은 조직과 나의 관계를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혁신을 이뤄냈고 현재진행형으로 이루고 있는 기업의 구성원이라는 사실만으로 "그래! 나는 정말 대단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나'와 '회사'의 속성을 구별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내가 해야 하는 일에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직업인으로 기업에 속한 사람이라면 회사와 내가 계약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현실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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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몇 차례 이직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번 업종을 바꿨습니다. B2B에서 B2C, 서비스업에서 제조업,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통신업에서 커머스. 덕분에 하고 싶었던 디자인 경험을 하면서 연봉도 높였습니다. 첫 번째 이직을 했던 현대자동차, 그다음 SK텔레콤, 직전의 쿠팡과 같은 국내 굴지의 기업의 잘 갖춰진 본사 건물로 출근했던 몇 번의 날에는 회사의 명성이 곧 나의 후광이라고 느꼈던 적도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할인받아서 살 수 있었고, 매달 20만 원이 넘는 통신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그런데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날들이 한 달, 두 달을 넘어가면서 감흥은 줄어들고 하나씩 당연해졌습니다. 일은 업무였고 회사는 조직이었습니다.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 수익을 내기 위해 설립된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도덕적 의식, 의무, 감각이 있지 않습니다. 냉소적 태도를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 인식을 통해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구글 시카고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구축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벤 콜린스-서스만은 구글에서 해고되었습니다. 가족과 친구에게 "왜 해고된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괜찮아?"라는 반복되는 질문에 반복되는 설명을 피하기 위해 만든 FAQ와 인상 깊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건강한 관계 인식이 있던 덕분에 벤은 구글에서 해고된 이후에도 정체성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었고 건강하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1️⃣ 왜 당신이 해고대상이 되었나요?

 

  • 개인적으로 타겟팅된 것이 아니며, 실수한 것도 아님
  • 이번 해고는 매우 비인격적이며, Google이 운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일반적인 조치로 보임
  • 벤은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단지" 35명을 관리하는데, 일반적으로 80명 이상을 관리함으로써 어떤 휴리스틱에 의해 회사가 그가 없이도 잘 운영될 수 있다고 판단된 것 같음

 

2️⃣ 어떻게 구글이 당신에게 그럴 수 있죠?

 

  • Google은 개인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세스, 규칙, 문화를 따르는 여러 그룹의 사람들임
  • 따라서 "Google"을 사랑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무의미함. Google은 의식이 없으며 의무나 빚에 대한 감각이 없음

 

3️⃣ 저런, 괜찮은거에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 괜찮아요. :-)
  • Google 문화는 지난해 첫 대규모 해고로 크게 변했으며, 그는 몇 달 동안 이 불가피한 사건에 대비해왔음.
  • 감정은 혼합적임: 시카고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수십 년 동안 구축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 감사함을 느낌.
  • "불편한 문화"와 "황금 수갑" 사이의 갈등이 견딜 수 없게 되어 안도감을 느낌.

 

00을 떠나는 사람의 FAQ

 


 

#6. 쿠팡을 쓰며 OTT 이용패턴이 떠오른 이유? 📼

 

팟캐스트 '이진우의 손경제' 에피소드를 듣다 흥미로운 이커머스 소식이 있어 소개합니다. 쿠팡은 왜 4년 9개월 동안 갈등을 겪었던 LG생활건강과 화해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로 대표되는 중국 커머스가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적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LG생활건강과 동일한 '최저가 납품 요구 문제'로 CJ와 갈등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곰곰', '탐사' 등 쿠팡 PB상품은 경쟁력 있는 납품업체 상품을 그대로 카피했다는 논란이 있죠. 쿠팡과 갈등을 겪는 납품업체들은 네이버, 신세계나 컬리 등 새로운 채널로 납품을 하면서 쿠팡에서 벗어나는 모양새입니다. 쿠팡이 놀랍게 성장하는 만큼 역설적으로 쿠팡의 적(수)은 늘어났습니다. 공공의 적이 된 쿠팡을 향한 연합전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시장에선 급한 건 쿠팡에서, 재미로 사는 건 알리나 테무에서 구매하는 패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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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상치 않은 중국 커머스 '테무'와 '알리'의 무브먼트

 

중국 커머스 앱 '테무'가 한국, 일본, 미국 쇼핑앱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습니다. '테무'는 중국 커머스 앱인데 2023년 1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시장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고 그 기세를 몰아 지난 7월 한국 정식 서비스 이후 누적 다운로드 300만 건을 달성했습니다. 지난달 쇼핑 부문에서 가장 많이 설치한 앱이 '테무'였는데 설치 건수만 187만 건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59만 건으로 3위를 기록했죠. 테무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가격경쟁력은 기본이고 모회사 PDD홀딩스가 기술, 자금, 공급망까지 지원하면서 저렴한 제품을 글로벌 판매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서비스로 설계한 것이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면서 40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테무는 쿠팡 입장에서 의식해야 하는 위협적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2️⃣ 쿠팡과 갈등을 겪고 있는 CJ의 우회견제

 

CJ제일제당의 대표적인 식품, '햇반', '비비고' 상품은 쿠팡에서 로켓배송으로 구매할 수 없습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가 협상 문제로 2022년 말부터 직거래를 하지 않고 있죠. CJ제일제당은 자사몰 CJ더마켓을 통해 자체적인 내일도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작년 11월 광군제 이후 코카콜라, 엘라스틴, 피지오겔, 페리오 등을 알리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CJ제일제당 역시 식품을 알리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미 CJ대한통운은 알리와 협업해 주문 후 3~5일 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Choic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일요일에도 해외직구 상품을 받는 물류서비스를 통해 알리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알리 MAU는 작년 8월 551만 명을 기록한 후 500만 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죠.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3️⃣ OTT를 닮은 이커머스의 운명

 

OTT 어떤 것들 구독하고 계세요? 넷플릭스를 구독한다고 디즈니플러스를 해지하거나, 티빙을 구독한다고 SPOTV를 해지하지 못하는 것과 이커머스 사용패턴은 퍽 닮았습니다. 옷은 무신사나 지그재그, 신발은 크림이나 솔드아웃, 식품은 컬리나 오아시스에서 구매하면서 인테리어 소품은 오늘의집, 공산품 중 빨리 필요한 건 쿠팡,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있으면 좋은 것은 알리나 테무에서 구매하는 패턴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사용성이 상향평준화되었고 대부분 카카오페이, 토스페이와 앱카드 등 간편 결제를 지원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알리, 테무에서 공산품을 구매하는 경험이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들에게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거죠.

교차구매가 활성화되는 것이야말로 지금까지 무서운 속도로 양적, 질적 성장을 해오던 쿠팡 입장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 요인입니다. 쿠팡이 그간 놀라운 성장세를 유지해 올 수 있던 건 신규 고객을 늘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기존 고객들의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복리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슬리퍼, 핸드폰 거치대, 차량용 액세서리 등을 반값에 구매하면서 3일 만에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쿠팡 장바구니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하루 24시간인데 디즈니플러스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에피소드는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2024년에는 뉴스레터 Outro에서는 제가 한달 동안 잘 쓴 App과 콘텐츠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쓴 책 <UX 리서처의 일>도 함께 공유드릴게요! 출판사에서 이번 달에 교보문고 이외에 리디북스에서도 전자책으로 출판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셨습니다.

 

<UX 리서처의 일><br>
<UX 리서처의 일>

 

1. App '라이프플래닛'

교보생명에서 만든 '라이프플래닛'을 통해 하루 6,500 걸음 이상을 걷는다면 매달 교보문고 북클럽 4000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요! 토스와 달리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데이터도 연동되기 때문에 더 쉽게 쌓을 수 있습니다. 매일 꾸준히 걷고 즐거운 독서생활을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TIP. 추천인코드에 ' 20230983485 '를 넣으시면 서로 1000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요!

 

2. 사카모토 류이치 시티팝 플레이리스트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은 YMO 이전에도 편곡, 연주로 시티팝 장르에 참여했습니다<br>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은 YMO 이전에도 편곡, 연주로 시티팝 장르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요즘 가장 자주 듣는 음악장르는 시티팝인데요. 작년 세상을 떠난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께서 1970년대 참여했던 시티팝 음악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었습니다. 석촌호수에서 가까운 Hi-Fi Bar, '음파구'에서 열린 모임에서 소개해주신 곡들로 구성했습니다.

 

3. 연결되는 마음, 응원하는 마음

뉴스레터 구독자, 트레바리 북클럽 멤버, 커리어리와 트위터, 인스타그램 팔로워들과 더 가까이 연결되고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관심 있게 본 것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 계획인데요. 동시에 뉴스레터 구독자는 2,500명에서 10,000명까지 400%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주변에 제 관심사에 관심을 함께 가져주실 만한 분들께 뉴스레터를 소개해주세요! 소개해주시는 분들을 모임에 우선 초대하고 작은 선물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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