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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자위는 '드러내지 않기 혹은 사라짐의 기술'에서 우주 창조를 설명하는 모델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그리스 사상에서 기원하는 ‘유출’ 모델로, 이 세계가 신 또는 무한자의 선한 자기표현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보는 입장에서 나왔다. 전능한 존재가 자기 밖으로 흘러넘치면서 자기를 드러내는 활동에서 모든 게 생겨났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유대교의 카발라 사상에서 나온 ‘침춤(tsimtsoum)’ 또는 ‘수축’ 모델이다. 무한자가 세계를 창조하면서 유한자가 거처할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만물에 가운데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가장자리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는지를 따지는 것은 신학자와 철학자의 일이다. 그러나 평범한 이들에게는 종교적 태도란 두 가지를 다 뜻한다. 신성해진다는 것은 다른 존재를 위해 사랑을 흘러넘치게 표현하는 일인 동시에 타자를 위해 물러서며 자신을 한껏 움츠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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