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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갓 넘긴 이른 나이에 죽기 전까지 카프카는 직장 한군데서 15년 정도 건실하게 일했다. ‘산업재해보험연구소’다. 오늘날 한국으로 치면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업무를 담당했다. 그가 살았던 20세기 초반에는 일하다 다치고 죽는 사람이 손쓸 수 없이 많았다. 죽음은 있었으나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사건들이 넘쳤고, 피해노동자는 입증이나 방어가 힘들었다. 카프카는 현장을 끊임없이 찾아 그 부조리함을 명확한 언어로 고발하려 했고, 그런 만큼 직장에서 싸울 일이 늘었고, 결국 ‘소송’의 사내처럼 외로웠다.
‘소송’은 잔인할 정도로 불친절하다. 죽음의 시작과 이유를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논란도 많고 해석도 제각각이다. 사람은 자아를 찾으려고 치열한 전투를 치르지만 그렇게 얻은 자아는 그 끔찍한 투쟁을 닮는다는 것이 카프카의 유머라는 해석도 있다.
위대한 소설가란 우리가 감히 드러내지 못한 마음의 형상을 명징한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 『우주만화』 이탈로 칼비노
우리가 달에 올라가려는 시도를 해 봤냐고? 당연히 해 봤겠지? 배를 타고 달 밑으로 가서 사다리를 달에 기대 놓고 올라가기만 하면 됐소. (…) 나는 지구만 생각했소. 지구에서만 각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과 다른 현재를 상상하지 못한다면 현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었지요.
공간이라는 반죽 속에는 모든 것이 음화로 새겨져 있어서, 거기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길 수 있지요. 더불어 이러한 흔적들은 매 순간 변화할 수 있다오. 그래서 이슬람 제국 왕의 코에 솟은 종기나 세탁하는 여인의 가슴에 내려앉은 비누 거품은 공간의 전체적인 형태를 모든 차원에서 바꿔 놓을 수 있는 거라오.
과거에 계속 매달리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었소.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니 말이오. 미래에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해야만 했지요. 중요한 것은 내가 했던 모든 일에서 무엇이 본질이었는지, 어디를 강조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주목하고 어떤 것을 주목하지 말아야 할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었소.
나는 형태가 없었기 때문에 내 안에 모든 가능한 형태가 있다고 생각했다오. (…) 누구든 젊을 때는 그 앞에 완전한 진화의 가능성과 함께 모든 길이 열려 있지요.
이제야 말하지만 나는 질투를 하고 있었던 거요. 그녀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오. 내가 누구인지 그녀가 제대로 이해했다고 누가 내게 보장해 줄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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