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늘의 불안을, 내일은 내일의 불안을 치워야 한다

내 마음에 더는 쌓이지 않도록 매일.

2023.11.24 | 조회 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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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희

요즘 ‘감정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좀 꽂혔거든요. 최근에 읽은 건 〈애도 일기〉예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작가가 1년여 동안 어머니와의 추억들을 일기처럼 기록한 걸 모아 낸 책이에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고 해서 사람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아요. 일상을 살지요. 그러다 강 건너편에 살고 있는 자신의 친구에게, ‘너희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너희 어머님을 뵈었는데, 잿빛 옷을 입고 계셨어’라는 편지 한 통을 받고 무너져요. 그 문장 하나에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 거죠. 읽으면서 ‘감정을 받아들이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어요. 우리가 우울이나 슬픔을 자각하는 시간은 무섭게도 길 수도 있어요. 그러니 어떤 일을 겪고 지금 괜찮다고 해서 2~3년 뒤에도 괜찮지는 않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늘 의심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자기 자신을 자주 객관화하는 연습을 해야 해요. 특히 자신의 감정을요.

〈불안의 서〉라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을 꽤 오래 읽고 있어요. 그 책에 인상 깊은 말이 있어요. 모든 사람이 24시간 동안 잘 때만 빼고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래요. 그런데 우리는 잠을 자거나 운동을 하거나 단순한 노동을 하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불안을 망각할 수도 있어요. 이 불안은 아주 얇은 종이예요. 그래서 우리는 이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게 부지런히 오늘은 오늘의 불안을, 내일은 내일의 불안을 치워야 하죠. 내 마음에 더는 쌓이지 않도록 매일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여기 있다(Marina Abramovic: The Artist is Present)〉(2011)라는 다큐멘터리에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는 장면이 나와요. 그 수련이 인간이 불안을 치울 수 있는 최고의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30명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서 거의 아무것도 못 먹게 하고 눈을 감고 숲속에서 가만히 있게 수련을 시키지요. 제가 요즘 집에서 하는 게 바로 그거예요. 가만히 있는 일이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5분이든 10분이든 그저 있어요. 저도 기자님처럼 불안함에 취약해요. 그런데 평생을 취약한 채로 살 수는 없잖아요. 분명 사람의 뇌도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알면 다르게 작동시킬 수 있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공부하는 중이에요. 불안에 취약하지 않게 고쳐보려고요.

원문

 

#

우리는 ‘가난한 아이들’과 ‘가난한 어른들’은 알지만 가난한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는 모른다. ‘어떻게’를 모른다는 것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우리 사회에 부재한 ‘어떻게’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10년간 노력의 기록이다. "제목이 곧 메시지다.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던져야 할 단 하나의 물음이다." 한 아이가 결핍과 한계 속에서 어떻게 한 사람의 자리를 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장담인 동시에 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귀 기울이는 어른(혹은 사회)의 존재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성장하고 싶은 어린 생명이 가난이란 굴레와 가족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굴절되고 다시 일어나는지 그들의 목소리로 기록하고 싶었다. 그 안에는 세상에서 흔히 통용되는 가난에 대한 인식이나 이미지와 다른,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있었다. 그 통찰과 지혜를 학문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아이들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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