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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장’이란 말을 떠올릴 때 연상하는 것은 대체로 좋은 의미의 성장이다. 나무가 자라고, 아이가 자라고, 곡식이 자라는 것 말이다. 교육에서의 성장은 인간이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같은 성장에는 성숙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말이 경제와 붙을 때는 전혀 다른 의미와 사태가 생겨난다. 경제성장의 성장이란 ‘시장의 성장’이고 ‘소비의 성장’이다.
정치학에서는 성장이 아니라 팽창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가 경제에 대해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을 정치적 관점으로 보면 ‘팽창’이다.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은 식민지의 팽창, 군사적 팽창 없이 불가능했다. 기업의 팽창도 마찬가지다. 1945년 이후의 세계체제는 만성적인 전쟁 상태다. 이처럼 경제적 성장주의와 정치적 팽창주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에도, 사람들은 팽창이란 말에는 거부감을 갖지만 성장이란 말에는 기대감을 갖는다.
어린 돼지를, 태어난 지 180일 만에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는 무게로 만드는 것을 돼지의 성장이라고 말하진 못할 것이다. 돼지는 성장한 것이 아니라 팽창된 것이며, 그의 삶은 추출되고 생명은 단축된 것이다. 오늘날 삶을 박탈하고 상품이 되기 위한 생명으로만 살게 하는 이런 일은 돼지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과 우리들, 인간에게도 일어난다. 성찰해봤으면 한다. 제 발밑을 파헤쳐 풍요를 쌓아온 이 문명을. 지구라는 깊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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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나의 부족함만 콕콕 찍어 확대하는 돋보기다. 크고 생생해 보여서 진짜 같지만 불안이 만든 착각일 뿐 실제와는 다르다. 불안한 마음이 하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똥인 것이다. 또 내 삶은 내가 불안해하는 영역보다 훨씬 크다. 어떤 하나가 삶의 전부라고 느끼는 것은 높은 확률로 착각이다.
사실 나는 형편없이 부족한 인간이 아닐까 자신을 의심할 때면 누구나 이런 불안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자. 또한 부족함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큰 나는 확률적으로 이미 부족함을 감추고도 남을 성과를 냈을 것이며, 나의 부족함 또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현격히 작을 것임을 기억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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